부족한 영화 리뷰

넷플릭스 영화<퍼플 하트> 리뷰: 겉으로만 일단은 로맨스 구색을 맞추면 되는 것인가

깡통로봇 2022. 8. 3. 20:40

감독: 엘리자베스 앨런 로젠바움

출연: 소피아 카슨, 니콜라스 갤러친, 초즌 제이콥스, 존 할란 킴, 캣 커닝스, 린든 애쉬비 외

장르: 로맨스, 드라마, 음악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글쓴이는 로맨스 영화를 잘 보는 편은 아닙니다. 글쓴이 자체가 로맨스를 즐기는 타입도 아니고 그런 부류에 있는 사람도 아니라서 로맨스 영화에 흥미 자체를 가지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렇다고 로맨스에 공감 못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가슴 뭉클한 것이 무엇인지를 느낀 적도 꽤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안타까운 것이 잘 만든 로맨스 영화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대중의 입맛이 변한 것일까요? 어찌 되었든 글쓴이는 로맨스 영화에 대해서는 평가를 보고 보는 뒤늦게 감상하는 편입니다만 이번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과감하게 감상을 했습니다.

마치 옛날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상황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위장부부다

어딘가 평범한 로맨스는 아닌 것 같은데

로맨스 영화가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이 영화는 조금 다른 차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선 결혼 후 연애라는 기묘한 방식의 러브스토리이기 때문입니다. 두 남녀의 선 결혼 후 연애의 원인에 대해서는 영화가 잘 풀어내어 충분한 개연성을 넣은 편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로맨스 영화도 해가 갈수록 꽤나 다양해지고 이어서 선 결혼 후 연애가 사실은 그다지 특별한 소재는 아닌 것으로 글쓴이는 알고 있습니다만 이 영화는 한걸음 더 색다른 영역으로 발걸음을 내디뎠어요. 바로 사회적 문제를 어느 정도 끌어와 이야기에 녹였다는 것입니다. 남자 주인공 ‘루크(니콜라스 갤러친 분)’은 마약 문제로 인해 빚을 지게 되었다는 것과 여자 주인공 ‘캐시(소피아 카슨 분)’은 의료보험 문제로 자신에게 필요한 약을 비교적 비싼 값에 사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지요.

갑자기 당뇨를 맞아 비보험으로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 처량한 신세의 여주인공 캐시

이 둘의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알고 있기에 이야기가 사회적인 문제를 포괄하여 방대한 무언가를 만들려는게 느껴집니다. 이런 문제를 가지고 남녀를 엮어서 로맨스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인데 그것을 자연스럽게 해냈다는 점에는 크게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오직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려 위장결혼까지 해야 한다는 불안 불안하면서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이야기 내에서 지속되면서 둘 사이에 싹트는 사랑의 감정은 물 흐르는 듯한 느낌의 자연스러움까지 구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캐시의 의료보험 문제가 어머니의 불법이민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와 어린 나이에 다른 나라에 목숨 바쳐 싸우는 해병대에 입대한 루크의 문제들이 것이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크게 눈에 띈 사회적 이슈가 아닐까 싶네요. 

아버지와의 불화와 약물중독, 그리고 빚과 군복무라는 복합적인 문제거리들을 가지고 있는 루크

하지만 두 주인공들 자체에 존재하는 문제들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2시간짜리 영화 속에서, 그것도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까지 그려야 하는 상황에 사회적 이슈를 넣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구색은 맞췄다고 생각합니다만 넣어야 할 많은 이야기들이 결국에는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아서 어색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이야기가 전환되어 발전된 내용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거짓말 같이 전환이 되기 전에 다루었던 소재거리들은 대부분 잊혀지며 로맨스에 전념하려고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게 흘러갑니다. 이야기의 기승이 전결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놓지 않는 것처럼 로맨스를 제대로 풀어가야 할 때에 주인공들이 풀어야 할 자신의 문제가 숙제로 돌아와 어쩔 줄 모르게 합니다.

다리 부상으로 돌아온 뒤에 위장부부임을 들키지 않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문제 해결, 그리고 로맨스 둘 중 하나도 제대로 풀어나가는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 사이의 로맨스는 단지 순간의 상황을 연출한 것처럼 보이며 그들의 그런 감정이 계속 유지되기에는 거대한 문제들이 그들을 방해하고 있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문제 해결 방법도 그다지 감명 깊지 않습니다. 조금 다른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이 됩니다만 너무 평범하게 결론이 나는 느낌이랄까요. 극적인 장면 없이 현실적인(?) 결말에 약간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그래도 옳은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루크와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 자기 할 일만 하는데 정신이 팔려있는 듯한 캐시가 공연 후 루크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건 많이 아쉽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 캐시가 뜬금없이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인위적인 연출이 돋보였다고 해야 할까요.

와중에 캐시는 뮤지션으로서의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 공연까지 하는 등, 영화가 소화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결국 탈이 나는 모양새가 된다

그 외에

비주얼 하나는 끝내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뛰어난 외모의 주인공들과 감성적인 장면들이 감성을 풍만하게 해 줍니다. 캐시 역을 맡은 배우 소피아 카슨이 가수도 하시는 분이시라 그런지 좋은 곡들이 흘러나옵니다. 캐시의 노래들이 루크에서 영감을 받아 나온 노래들이기 때문에 꽤 감성을 자극합니다. 넷플릭스에서 감상하면서 매우 아쉬웠던 것들 중 하나는 모든 노래가 자막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막이 나왔던 노래가 다시 나왔을 때 자막이 안 나온 것은 나름 이해는 갑니다만 간혹 처음 등장하는 노래임에도 자막이 안 나오는 경우가 있었네요. 

밀리터리 요소가 등장하지만 전투는 등장하지 않으니 그쪽 부분에서는 기대를 접는 것이 좋다

좀 더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부분이 있지만 상술한 대로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은 탓에 유야무야 흘러가는 흔적이 많이 보이는 영화입니다. 그래도 풀어내야 하는 부분은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풀어내는 부분이 급하게 묘사가 되는 느낌이라 영화 이야기 특성상 가볍거나 간단하게 다뤄지지 말아야 했던 것과 상반되는 부분 때문에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조금 가벼운 것을 떠나 일정 수준에서 진지함 같은 것이 배어있는 최신 로맨스 영화를 원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글쓴이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마치 2시간짜리 뮤직비디오가 아닐까 싶기도 했네요.

위장 부부임을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의 협동이 필요하지만 그런쪽에서도 매우 부족함을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