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가이즈> 리뷰: 미국맛 1970년대 버디 코믹 액션
감독: 셰인 블랙
출연: 러셀 크로우, 라이언 고슬링, 앵거리 라이스, 맷 보머, 마가렛 퀄리, 야야 다코스타, 키스 데이비드, 뷰 크냅 외
장르: 액션, 코미디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웨이브
안녕하세요.
셰인 블랙 감독의 영화가 넷플릭스에 업로드가 됐습니다. 셰인 블랙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유명한 작품이 2013년작 ‘아이언맨 3’ 일 겁니다. 솔직히 미리 말씀드리자면 글쓴이는 셰인 블랙 감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금 뭐라고 해야 할까요. 굉장히 복고풍 느낌을 강조하고 선호하는 감독처럼 보이는데, 좀 세련됨이 부족해서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인상이 강해서입니다. 하지만 이 감독이 강점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습니다. 2005년작 ‘키스 키스 뱅 뱅’은 굉장히 재미있게 봤거든요. 코믹 누아르 스릴러의 느낌의 영화였는데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접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나이스 가이즈’는 키스 키스 뱅 뱅에 가까운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믹 버디 형사 누아르
시작부터 약간 과장된 시퀀스를 통해 이 영화가 범상치 않음을 보여줍니다. 한 아이가 어떤 여성의 사고사를 목격하고 시작하는 이야기는 이후에 바로 전환되어 두 주인공 ‘잭슨 할리(러셀 크로우 분)’와 ‘홀랜드 마치(라이언 고슬링 분)’에 집중하게 되지요. 잭슨 할리와 홀랜드 마치의 설정이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두 명 전부 직업이 그리 반듯하지 않습니다. 청부폭력 업자와 사립탐정. 이들이 진정 좋은 사람이고 과거나 사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아마도 현직 경찰로서 영화에 등장했을 겁니다. 시대적 배경이 1977년으로 잭슨 할리의 독백이 인상적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떤지를 쉽게 가늠하게 해 줍니다. 그런 그의 독백이 두 주인공의 직업이 그런 것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겠지요. 아직은 밝은 부분이 있지만 어둠이 금방이라도 캘리포니아를 덮어버릴 것 같은 퇴폐적 요소들이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덮어버릴 것 같습니다.
잭슨 할리는 나름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지만 폭력이 최우선 해결 방식인 인물이며, 홀랜드 마치는 술에 절어있는 것을 좋아하고 돈을 밝히지만 왕년의 경찰의 감이 매우 날카로운 인물입니다. 이 두 인물의 시너지가 이 영화에서 엄청나게 폭발합니다. 서로의 시작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오해가 풀리고 나서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훈훈하기 그지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모습들 자체가 이 영화의 이야기가 나아가는데 큰 힘을 부여합니다. 주인공들이 서로의 뒤를 봐주는 것뿐만 아니라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여과 없이 드러내게 하여 극의 간장감을 조절하는 데에도 탁월하게 하고 있어서 템포 조절도 잘 이뤄지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제3의 동료인 홀랜드 마치의 딸 ‘홀리 마치(앵거리 라이스 분)’이 약방의 감초처럼 두 주인공의 뒤를 쫄쫄 따라와 이야기를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듭니다.
퇴폐적 어둠이 지배하는 캘리포니아의 모습은 누아르 그 자체입니다. 폭력이 난무하고 죽은 사람들이 나오며 안전지대는 없습니다. 거기다가 포르노 산업체까지 등장하니 과연 복고풍을 선호하는 셰인 블랙 감독이 만든 작품의 색깔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1977년대에서 80, 90년대의 형사 액션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공감 가기 어렵겠지만 익숙한 분들에게는 복고에 대한 엄청난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누아르적인 요소도 그렇지만 당시 시대적으로 실제 유명했던 것들이 밈으로 적절하게 등장하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의외의, 그리고 송곳 같은 웃음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단순한 살인 사건인 줄 알았던 것이 사회적 이슈와 같은 거대함으로 이어지는 의외의 전개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내어 의외로 구조의 단단함마저 구비하고 있습니다.
이게 한국에서 먹힐까?
그런데 역시나 이 영화를 감상할 때 발목을 잡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문화적 차이에 의한 공감의 어려움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죠. 아무리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해당 장면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셰인 블랙 감독의 복고에 대한 애정과 상당한 이해도는 인정하겠습니다만 이 영화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상했을 때 미국인들이 느꼈을 재미와는 상당히 반대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얼핏 보면 그냥 아무런 의미 없는 대사를 치는 것 같은데 그 대사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유머 요소가 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디트로이트와 자동차 회사와의 관계까지도 배경을 조금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면에서 한국 관객분들에게는 조금 재미없고 시시한 영화로 치부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당시의 배경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하면 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감상해야 하는 팝콘 무비를 관객들이 좋아하겠습니까?
이야기 전개가 조금 뜬금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인공들의 기지가 반짝이는 경우로도 전개가 이뤄집니다만 그런 경우에도 우연이라는 요소가 이들을 이끄는 비중이 절반은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의외의 요소들이 가지는 장점도 있지만 주인공들이 내러티브에 끌려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 단점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조금 애매하다고 봅니다. 글쓴이의 경우에는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는데 이 둘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들을 고려해보면 이들이 사건에 끌려다니는 것이 어쩔 수 없었다고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연의 연속이 겹칩니다만 그 우연이 완전한 우연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보이지 않은 위협이 저지른 일관성 있는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개연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은 영화가 가지는 좋은 점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에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겠네요. 폭풍처럼 몰아치는 전개와 주인공들의 활약에도 엔딩이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느 분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배우 라이언 고슬링의 색다른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최근에 공개된 ‘그레이맨’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평소(?)보다 힘이 덜 들어간 연기를 보여줬습니다만 여기서는 완전히 한쪽이 나사가 풀린 인물을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날카로움과 매력을 표현을 잘 해냈습니다. 홀리 마치 역을 맡은 배우 앵거스 라이스 분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잠깐잠깐 보여줬던 엉뚱함이 여기서도 발현되어 많은 매력을 어필하기도 합니다. 아마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통해 이 배우분에게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나이스 가이즈가 배우 앵거리 라이스를 접하는데 괜찮은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배우 러셀 크로우의 연기는 두말하면 잔소리고요. 마가렛 퀄리의 아름다운 자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