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셔스: 프렌치 레스토랑의 시작> 리뷰: 음식과 혁명과 그 뒤에 존재하는 사연

감독: 에릭 베스나르
출연: 그레고리 가데부아, 이자벨 카레, 벤자민 라베른, 기욤 드 통케덱, 크리스티앙 뷜리에트 외
장르: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글쓴이는 부제를 좋게 보지 않는 편입니다. 뭔가 쓸데없는 사족을 덧붙인 것 같기도 하고 싸구려 느낌이 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잘 지은 부제가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질 나쁜 부제들이 넘처나고 있기에 결과적으로는 부제를 좋게 보지 않게 되어버린 것뿐이죠. 이 작품도 부제가 좀 뜬금없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와 아주 상관없는 부제는 아니지만 조금 지엽적인 부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한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프렌치 레볼루숑이 발발하기 직전
시대적 배경이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혁명을 준비하는 요리사의 삶을 그려낸 작품은 아닙니다만 충분히 이야기 속 프랑스 귀족들과 당시 시민들의 삶, 그리고 당시 프랑스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잘 살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음식과 요리사가 등장하는데 음식의 존재에 대한 귀족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제법 등장해서, 현재와는 다른 음식에 대한 철학에 가끔은 깜짝깜짝 놀라는 부분이 들어있어요. 소위 말하는 귀족이 가지는 특권과 그에 상응하는 권리, 그리고 피지배층과 차별되어야 하는 식재료의 이용 등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묘사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전형적 일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귀족들의 대부분은, 프랑스혁명 전인만큼, 경박하고 겉치레에만 신경 쓰는 자들로 등장하지요.

조금 아쉬운 부분은 시민들이 기근에 시달린다는 묘사가 간접적으로 등장할 뿐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이야기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런 부분은 과감하게 그리고 간결하게 묘사를 한 것이 좋은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나 잘 나갔던 요리사인 주인공 ‘피에르 망세롱(그레고리 가데부아 분)’ 조차 귀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하는 장면과 자유로이 음식 사업을 하여 수입을 벌어도 대부분을 다시 세금을 귀족들에게 바친다는 장면들이 얼마나 시민들이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는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당시 프랑스의 정세가 어떻게 변하가는지를 암시하는 장면들도 적절히 들어있어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감칠맛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따뜻하지만 굴곡도 묘사하는 영화
영화 초반만 보면 망세롱이 ‘샹포르 공작(벤자민 라베른 분)’에게 쫓겨나고, 마침 망세롱을 찾아온 의문의 여인 ‘루이즈(이자벨 카레 분)’을 수습생으로 받아들이며 음식 사업으로 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공작에게 쫓겨나고 요리에 대한 열정이 없어진 망세롱이 루이즈와의 만남과 새로운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세우면서 일어나는 변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줍니다. 망세롱이라는 인물도 자체가 공작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뿐 기본적으로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기에 영화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매우 온화합니다. 처음에는 식탁 하나밖에 없는 식당이 영화 마지막에는 식당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걸 보면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의문의 여인 루이즈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묘사가 되어있습니다. 루이즈가 왕년의 유명한 요리사인 망세롱에게서 요리를 배우려고 합니다만, 이 여인에게는 뒷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굳이 여기서 그녀가 가슴속 깊이 숨겨둔 이야기를 전부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사연이 작품 내에 잘 녹아들어 있어서 당시 프랑스 귀족들이 얼마나 타락했는지에 대한 부연적 설명을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단순하게 흘러갈만한 영화의 이야기에 제법 굴곡을 만들어내 영화가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지가 않았어요. 또한 루이즈의 존재로 인해 사랑의 감정을 싹 틔우는 망세롱의 모습도 재미있게 그려지기도 하고요. 루이즈가 수습생임에도 불구하고 요리하는 모습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은데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루이즈는 레스토랑 서비스 뼈대를 만드는데 공헌을 하는 쪽으로 되어있어요.

그 외에
마지막이 조금 어설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시대적 배경과 당시 프랑스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떠올리면 그렇게 마무리를 짓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힐링 무비이기 때문에 이 영화가 과연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까 하는 호기심이 글쓴이의 머릿속에 있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절묘하게 잘 끝났다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맺음을 한 것 같다는 모양새예요. 배우분들의 연기가 뛰어납니다. 주연배우 그레고리 가데부아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화를 하는데 이 인물의 심리가 어떤지 직접적으로 전달이 되는 수준입니다. 또 다른 주연배우인 이제발 카레분은 처음에는 미묘하지만 뒤로 갈수록 깊은 매력을 뽐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요.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