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미즈마블> 리뷰 : 마블보단 강하게 느껴지는 디즈니 색채
크리에이터: 비샤 K. 알리
출연: 이만 벨라니, 매튜 린츠, 야스민 플레처, 리슈 샤하, 님라 무차, 제노비아 슈로프 외
장르: 액션, 어드벤처, SF, 드라마, 판타지
볼 수 있는 곳: 디즈니플러스
안녕하세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로 마블이 새로운 세계관 확장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페이즈로 따지면 지금이 페이즈 4 단계로 페이즈 1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배경만 따지고 보면 맨땅에 헤딩했던 페이즈 1 때보다는 조금은 수월한 상황이 아닐까 싶어요. 거침없이 새로운 히어로들을 소개하는 마블을 보면 이미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많이 준비를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시원치 않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마블의 저력을 믿고 있는 팬들이 있지만 마블에 대한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사실이긴 합니다. 마블의 입장을 변호해 주자면 엔드게임 이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그들에게 처음부터 화려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어찌 됐든 ‘미즈 마블’ 시리즈가 드디어 6주의 시간을 지나 완결이 났습니다.
스파이디보다 더 평범한 미즈 마블
십 대 슈퍼 히어로라고 하면 사람들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떠올릴 거라 생각합니다. 샘 레미이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대학생 시절부터 시작했지만 존 왓츠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피터 파커’는 고등학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십 대의 천진난만함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것이 현실 고등학생의 모습에 가까운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그런데 미즈마블의 주인공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 분)’은 십대 소녀하면 떠오르는 스테레오 타입의 향수가 진하게 풍겨나옵니다. 현실의 마블팬처럼 어벤져콘을 가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위험을 감수하려고 합니다. 마치 유명 남성아이돌 콘서트에 가고 싶어하는 십대 소녀처럼 말이죠.
그 외에도 미즈 마블은 그런 통통 튀는 느낌의 매력을 전달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시리즈입니다. 카말라의 절친이자 같은 너드과인 ‘브루노(매튜 린츠 분)’과 만나서 어벤져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 영락없이 십 대가 서브 컬쳐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연출적으로도 이 시리즈는 그런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어요. 십대 청소년을 소재로 한 영상물에 간혹 쓰이는 애니메이션들이 적절하게 쓰였습니다. 꽤 스타일리쉬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으로, 그리고 한편으로는 코믹북에서 나올 법한 느낌을 가지고 묘사되는 장면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코믹북에서의 카말라 칸과 같은 아이덴티티를 이 시리즈에 넣었어요 하고 시리즈가 6부작 내내 어필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파키스탄계 십대 슈퍼히어로
카말라 칸의 큰 특징은 백인이 아니라 파키스탄계 미국인이라는 점입니다. 그만큼 문화적으로 지금까지 보여왔던 것들과는 이질적인 느낌이 많이 끼어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나이트’의 주인공도 이집트 문화와 결합이 되어 있는 히어로 작품이지만 미즈 마블은 문나이트와 달리 모험적인 요소를 통한 문화의 노출이 아닌 일상적인 요소를 통한 문화의 노출이라 많이 다릅니다. 마블이 카말라 칸이 속한 가정의 문화적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꽤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히는 보여주지 않지만 종교나 전통적인 결혼 등을 통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보여주는 편이에요.
파키스탄하면 인도와의 역사가 깊다는 것을 잘 어필하기도 합니다. 영국이 두 나라의 분열에 대해서 잘못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종교적인 문제까지 끼어 복합적인 이유로 분단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여 글쓴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놀랐던 부분이 있었네요. 카말라 칸의 이야기에 은근 많이 들어있는 소재가 분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파키스탄과 인도의 경우와 같이 카말라 칸의 또 다른 출신적 성분인 ‘지니’들의 내분(?),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절묘하게 얽혀 있어 이야기에 풍부함을 더 했습니다. 카말라 칸이 가진 특수한 힘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와 관련해서 민족적인 특성을 집어넣은 것은 아마 미즈 마블이 처음이 마블 시리즈에서는 처음이 아닐까 싶네요.
다루고 싶은 것들이 많았던 탓일까
하지만 마냥 좋은 점만 있는 시리즈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시리즈는 다루고자 하고 싶은 것들이 제법 많아지면서 본래의 제작 의도를 희석시키는 단점을 노출하시도 합니다. 카말라 칸의 통통 튀는 매력은 시리즈 초반에서나 느껴질 뿐, 뒤로 갈수록 다소 평범한 시리즈의 느낌으로 퇴색됩니다. 종종 미즈 마블의 아이덴티티를 상기시키기 위해서 특수한 연출을 사용합니다만 그런 연출의 빈도도 뒤로 갈수록 메말라가는 모양새입니다. 십 대 슈퍼히어로의 신선함을 느끼고 싶었던 분들에게는 갑작스럽게 카말라 칸의 출신 배경을 다루는 것으로 이야기를 급턴하는 전개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이야기 전개가 십대 슈퍼히어로 소재와 섞이지 못할 것은 없지만 카말라 칸이 이야기에 끌려다녀 방황하는 것을 보면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초짜 슈퍼히어로라고 하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훈련하는 등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운동도 잘 안 하는 듯한 카말라 칸이 강한 능력을 지녔다고 바로 멋진 액션을 펼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죠. 그럼에도 브루노와 함께 능력을 연구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기특하긴 합니다만 관객들이 보는 액션의 수준은 예상치를 많이 밑도는 수준입니다. 그녀의 보랏빛 파워가 영롱하게 보입니다만 액션의 질이 꽤 낮은 것은 카말라의 숙련도를 생각해서 이해를 할 수 있다고 하여도 뭔가 슈퍼히어로 특유의 시원함과 멋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소녀소녀스러운 느낌이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멋진 장면은 나왔어야 하지 싶어요. 액션에 대한 갈증이 해소가 되지 않으니 답답함과 실망의 뒷맛이 남아 이야기에 집중이 잘 되지 않게 됩니다.
분단을 너무 의식해서 만든 탓일까요. 이 시리즈의 빌런이 누구인지 글쓴이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캄란의 가족이 카말라 칸을 위협하는 세력인 줄 알았습니다만 마냥 빌런으로 치부하기에는 그들이 가진 입장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게 어딘가 복잡한 부분을 연출을 하려고 했지만 정작 관객들이 맞이하는 장면들은 오히려 혼란함만을 증가시키고 있어요. 이야기 한 번으로 잘 풀리지 않았다고 난데없이 카말라 칸 오빠의 결혼식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은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어찌 됐든 고향에 가고 싶을 뿐인 이들이 동정 어린 시선을 받게 되면서 빌런의 위치에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은 두서없이 카말라 칸들을 쫓는 ‘데미지 컨트롤’들입니다. 도시의 치안 측면에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이 보여주는 활약은 너무 유치하고 어딘가 덜떨어져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 외에
미즈 마블은 기존의 마블의 색채보다 디즈니의 색채가 더 진하게 느껴지는 시리즈입니다. 다른 문화의 가족의 뿌리를 묘사하여 주인공이 가진 힘을 연결 짓는 방식은 ‘모아나’나 ‘엔칸토’에서도 볼 수 있는 전개이기도 하니까요. 어쩌면 디즈니가 여태껏 가장 자신 있어하는 방식을 마블 시리즈에 끼얹은 것으로 보입니다만 생각했던 것처럼 좋게만 나오지 않았네요. 6부작이 적은 것일까 싶기도 하지만 글쓴이의 생각으로는 미즈 마블에 넣고자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다 보니 미즈 마블에서부터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적은 것도 그런 문제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 카말라 역을 분한 배우 이만 벨라니는 참 배역에 어울리는 분 같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살집이 있어 보여서 슈퍼히어로에 어울릴까 조금 걱정했는데 나중에 입는 미즈 마블 슈트가 매우 잘 어울려서 글쓴이의 걱정은 기우였구나 싶었네요. 현재 시리즈에서보다 후속 작품을 통해서 액션의 기대치가 높은 슈퍼히어로라고 생각됩니다만 시작이 그리 시원치 않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이야기의 풍부함도 좋지만 슈퍼히어로 본연의 느낌을 더 집어넣었으면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던 시리즈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공식 트레일러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