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영화 리뷰

디즈니플러스 <발렛> 리뷰: 치유란 진정한 이해를 통해서 진솔함을 나누었을 때 이뤄지는 것

깡통로봇 2022. 8. 31. 12:00

감독: 리차드 웡

출연: 에우헤니오 데르베스, 사마라 위빙, 맥스 그린필드, 벳시 브랜트, 카르멘 살리나스 외

장르: 코미디, 로맨스, 멜로

볼 수 있는 곳: 디즈니 플러스

 

안녕하세요.

가진 것이 없는 여자가 부잣집 도련님을 만나 인생역전을 하는 이야기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요즘에는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글쓴이는 그렇게 나쁘게 보지 않은 편인데 1999년작 ‘노팅힐’이라는 영화를 감명적으로 봤었기 때문이죠. 볼품없는 남자가 톱스타 여배우를 우연히 만나게 되어 사랑을 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인데 남성판 신데렐라 같지요? 사실 자신보다 나은 위치에 있는 이성을 보고 동경과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건 인간이라면 당연한 감정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너무 지나치게 타인의 구제를 통한 신분상승 혹은 상황 역전을 꿈꾸는 위험한 짓은 피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선글라스 쓰고 슈퍼카를 모는 나...는 발레파킹 주차요원이다

식상한 소재지만 자연스러운 코미디이자 로맨스

발렛이 발레파킹의 그 발렛입니다. 주인공 ‘안토니오(에우헤니오 데르베스 분)’은 발렛을 하며 사는 볼품없는 남성으로, ‘올리비아(사마라 위빙 분)’은 누구나 알법한 톱스타로 등장하게 됩니다. 신데렐라 스토리인가 싶은데 꼭 그렇지는 않은 영화로, 오히려 두 주인공들이 서로 자신의 영역에서 입은 상처들을 만남을 통해 치유하는 힐링 무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소 황당한 만남으로 시작되는 이 둘의 관계는 소소하게 유머러스한 장면들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안토니오의 소심하면서 자신감 없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상시 노출되어야 하는 올리비아와의 동행으로 긴장감이 충만해서 나오는데, 그런 그의 모습을 통해서 재미있는 상황들이 연출되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의 안토니오의 외형도 굉장히 경직되어 있고 사교적으로 거리가 있는 모습을 취하고 있기도 하고요.

불륜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된 계획된 만남이 만들어진다

올리비아도 어딘가 망가져 있는 상태로 유부남과의 불륜을 통해 사랑을 느끼는 인물입니다. 톱스타이지만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해보지 못한 그녀가 안토니오를 만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지요. 안토니오, 올리비아 두 인물 모두 서로의 만남을 통해 미처 자신의 내면에 충족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상대방을 통해 천천히 채워넣으며 치유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전달됩니다. 솔직히 이런 형태의 남녀 로맨스는 이미 이 세상에 넘치고 넘치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매우 익숙한 장르가 아닐까 싶은데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자신 나름대로의 우직한 뚝심으로 이야기를 재미있고 재치 있게 풀어나가는 놀라움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유머러스한 장면들도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가지 않고 물 흘러가듯이 가벼운 느낌으로 등장해 부담스러운 감정이 들지 않아 좋았네요.

사마라 위빙의 아름다운 외모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미 언급한대로 이 영화는 힐링 무비에 가깝습니다만 로맨스적인 요소들도 들어가 있습니다. 안토니오와 올리비아의 어색하고 코믹한 만남이 점점 진지한 관계로 발전해 나감에 따라 둘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펼쳐지기 때문이죠. 그것에 따른 이야기 속의 상황이 재미있게 펼쳐지기도 합니다. 올리비아와 불륜을 하고 있었던 ‘빈센트(맥스 그린필드 분)’와 안토니오와 별거를 하고 있는 부인의 질투, 톱스타와 갑작스러운 연애 커밍아웃으로 놀라워하는 안토니오의 주변인들의 반응들도 재미있게 묘사되는 편입니다. 가짜 데이트나 계약 데이트로 시작한 만남이 진지한 만남으로 이어져 커플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널려 있는데, 이 영화는 그것에서 탈피해 조금은 다른 형식으로 엔딩을 맞이합니다. 엔딩 크레디트 이전의 한 컷에 담긴 두 인물의 모습이 후련하면서 조금 섭섭하기는 했네요.

저...사람이 많은 곳에서 먹으면 반드시 탈이 나거든요?

서로에 대한 이해를 다루는 영화

로맨스라고 하면 결국은 인간 관계에 대해서 중점으로 다루는 장르이고 이 영화도 똑같이 인간관계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사람에 대해서 서로 이해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중점으로 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이하게도 안토니오와 올리비아는 이름부터 아시다시피 인종, 문화, 그리고 계층(?)적인 차이점이 존재하는 관계로 시작합니다. 히스패닉 남성과 백인 여성. 영화가 미국의 사회적인 분위기를 잘 끌고 와 이야기에 녹였다고 생각하는데 영화 속 히스패닉들의 직업이나 삶이 실제 그들의 삶과 많이 근접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요. 히스패닉들의 직업은 고작 해봐야 택시 드라이버나 안토니오와 같이 발렛과 같은 부류의 것들인 반면에 백인의 삶은 그래도 화이트 칼라를 취할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히스패닉의 삶이 대부분이 태생이 이주민인 만큼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안토니오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안토니오와 올리비아의 관계 뿐만이 아니라 안토니오의 어머니 ‘세실리아(카르멘 살리나스 분)’과 건물주 ‘김 씨 아저씨(이지영 분)’의 언어를 초월한 사랑이나 두 명의 파파라치의 우정 등 접점이 없는 서로의 만남이 이해를 통해 가까워지는 요소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들이 서로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영화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게 하지요. 특히나 언어가 달라서 통역을 통해서 서로에게 의미를 전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줍니다. 이 이해에 대한 태도는 불륜남 빈센트의 부인 ‘캐스린(벳시 브랜트 분)’에게까지 적용되어 올리비아와 캐스린, 그리고 문제남 빈센트의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이 되기까지 합니다. 조금은 급하게 묘사된 감이 있지만 불륜 문제 해결로 인해서 안토니오가 해결하지 못했을 문제까지 해결하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자들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백인 톱배우랑 연인사이라니, 안토니오! 넌 우리 히스패닉의 영웅이야!

그 외에

안토니오의 운명이 짝이 올리비아도, 별거 중인 부인도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은 의외성을 지닌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가 진행되면서 미묘하게 업그레이드 되는 안토니오의 외모가 영화에 몰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안토니오를 연기한 배우 에우헤니오 데르베스의 뛰어난 연기가 영화 몰입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지만요. 배우 사마라 위빙의 연기도 볼만합니다만 연기를 약간 오버해서 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덕분에 로맨틱 코미디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일등공신이라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치유가 소재인만큼 다인종들이 등장하는데 무려 한국계 미국인들이 등장해서 글쓴이를 많이 놀라게 했던 영화였습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전광판에 아이돌스러운 장면들이 등장해 설마 했는데 김 씨 아저씨의 등장으로 확실해지면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이렇게 바뀌었나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네요. 특히나 인물들이 단체사진 찍을 때 김치를 외치는 건 한국인으로서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해와 사랑, 그리고 치유를 유머러스하고 재치있게 그려 따뜻함을 전달하는 영화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