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영화 리뷰

<스펠> 리뷰: 2005년작 스켈레톤 키의 못난 후손

깡통로봇 2022. 9. 8. 12:00

감독: 마크 톤데라이
출연: 오마리 하드윅, 로레타 드바인, 로레인 버로우즈, 한나 고네라, 칼리파 버튼, 존 비즐리 외
장르: 공포, 스릴러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는 글쓴이로서는 제목부터가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였습니다. ‘스펠’이라는 제목이 주문이라는 뜻으로 주문에 의해서 무언가 일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라는 것이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죠. 평가야 어떻든 직접 찍어서 먹어보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영화를 감상하시는 많은 분들께서 타인의 평가에 의해 영화 관람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으신데 타인의 감성과 자신의 감성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기에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특히 OTT 플랫폼에 업로드된 영화들은 잠깐 보고서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면 부담이 그만 볼 수 있어서 문제가 크지도 않을 거 같고요.

도시에서 변호사로 잘 살고 있는 주인공 마퀴스지만 그는 깡촌 시절의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분위기는 잘 살렸다만

먼저 이야기가 매우 단조롭습니다. 죽은 아버지 장례식에 가기 위해서 가족을 데리고 개인용 경비행기로 고향을 향해 이동하는 ‘마퀴스(오마리 하드윅 분)’은 사고로 인해서 추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낯선 집에 감금된 상태로 깨어나 그 집에서 탈출하는 것이 이 영화의 이야기죠. 시골이라고 하기에도 엄청나게 낙후된 지역에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들이 제법 공포스럽고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나 자신을 돌봐주는 할머니 ‘엘로이즈(로레타 드바인 분)’의 표정과 흑인 특유의 말투는 가히 압도적으로 듣는 이들의 영혼을 사로잡는 듯한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에서 깨어난 사람은 마퀴스 혼자로, 자신과 함께 비행기에 있었던 가족은 보이지도 않아 일이 수상쩍게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기까지 하지요.

부두교 주술의 상징적 아이템인 부두인형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영화입니다. 부두 주술이 등장하여 기괴한 요소들이 등장합니다만 다른 영화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라 놀라운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네요. 주술의 힘이 서서히 마퀴스를 생명줄을 서서히 조여 오는 공포를 전달받고 싶지만 우리가 보는 장면들은 겁에 질린 마퀴스와 정신 나간 엘로이즈의 술래잡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거침없이 주술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시원시원하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은 좋은 구석이 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주술이 이렇게 대놓고 주인공에게 힘을 발휘하여 제압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는데 공포라고 하기보다는 집에서 엘로이즈의 주술과 감시를 피해 탈출해야 한다는 스릴러적인 부분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지금 도망쳐야 하는 건 맞는데 이건 꼭 보고 가야할 거 같아요

나름대로 도시화된 흑인 사람과 전통적으로 자라온 흑인의 차이점을 지적하며 두 사이의 관계에 대해 조명하려고 하지만 제대로 전달되는 부분이 없다고 봐도 된다고 봅니다. 결국은 ‘너는 뭐가 다를 거 같냐’는 식의 매우 익숙한 대사가 흘러나와 보는 이의 머릿속을 차갑게 식게 합니다. 순간순간 터지는 마퀴스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플래시백 방식으로 등장하여 마퀴스에 대한 과거에 대해 암시를 줍니다만 플래시백 방식이 너무 단순하고 올드하며 같은 방식만을 계속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롭게 느껴지지도 않아요. 기억의 회상이 영화 결말에 대한 단서가 되지만 짜릿하거나 통쾌한 느낌을 받기보다는 마무리가 너무 단순하고 쉽게 지어지는 거 같아 아쉽습니다.

이 때만해도 마퀴스가 가족들을 절대 만나지 못할 줄 알았다

클리셰라고 보이는 장면은 어김없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뻔한 흐름이 눈에 보이고, 미술적 디테일이 아까울 만큼 이야기의 디테일에서 많이 아쉬운 부분이 보입니다. 갑작스럽게 상황 역전이 일어나는 장면에서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플래시백이 터집니다만 매우 조잡하게 보일 뿐이에요. 가족의 행방이 영화 결말에 이르기까지 단서라고는 아들의 손뿐인데 이들이 그래도 살아있었다는 것에도 조금 뜬금이 없다고 보입니다. 아무 말끔한 상태로 말이에요. 그나마 이 영화에서 공포스럽다기보다는 끔찍한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이 못을 빼고 다시 박는데 그것을 다시 빼내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에는 정말 글쓴이의 발이 시큰함을 느꼈네요.

이야기 내내 분위기를 압도하는 엘로이즈의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그 외에

엘로이즈를 연기한 배우 로레타 드바인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주인공을 집에 잡아두는 역할을 하는 것이 1990년작 ‘미저리’를 떠올리게 합니다만 ‘애니 윌크스’에 비하면 엘로이즈는 그래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영화의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일등공신이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그나마 흥미롭게 하는 유일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분에서 2005년작 ‘스켈레톤 키’가 떠오르는데 부두 주술에 대한 느낌만큼은 부족하지만 비슷하게 따라왔다고 보이네요. 차리리 이 영화보다는 스켈레톤 키를 보시는 게 여러분들의 시간을 훨씬 값지게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원하게 권선징악으로 끝나지만 마무리하는 방식이 단순하여 큰 통쾌함을 느끼기 어렵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