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영화 리뷰

주(咒) 리뷰: 잡다하게 있어 보이려고 했지만

깡통로봇 2022. 7. 21. 09:00

감독: 커멍룽

출연: 차이쉬안옌, 황신팅, 가오잉쉬안, 린징룬, RQ

장르: 공포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글쓴이는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깜짝깜짝 놀라게 하거나 피가 때때로 시원하게 바닥을 적시는 장르보다는 서서히 모든 것을 침식해나가는 공포를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요 근 6년간은 꽤 준수한 오컬트 영화들이 개봉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최근에 이러한 장르에서는 태국의 2021년작 ‘랑종’이 있었지요.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준수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만에서도 이번에 넷플릭스를 통해서 오컬트 영화 하나가 공개됐습니다. 요즘 날도 꽤 더워서 힘들었는데 참으로 적절한 때에 공개가 된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흥미로운 이야기를 시작하여 시선을 사로잡는데는 성공

일단은 그럴싸한 것은 다 들어있긴 했는데

일단은 영화가 페이크 다큐 혹은 파운드 푸티지스러운 연출을 취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루오난(차이쉬안옌 분)’이 자신이 낳은 아이를 다시 자신의 집에 들여놓는 것을 계기를 시작으로 푸티지 촬영을 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초중반에서야 이 연출기법에 대해서 철저하게 지키는 편입니다만 뒤로 갈수록 꽤나 여러 각도에서의 카메라 촬영이 이루어져 있기에 이럴 거면 이 영화가 왜 파운드 푸티지 장르를 취했는지 약간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장르에 있을 법한 연출은 다 나옵니다. CCTV를 재생한 듯한 연출이나 다른 곳에 장착된 캠 등을 통해 이뤄진 연출 등이 그렇습니다만 푸티지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날 정도로 철저한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아요. 아무리 여러 각도의 연출을 통해 이야기의 급박함이나 공포감을 전달하려고 푸티지스러운 연출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적당히 벗어나야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적정 선을 넘은 느낌입니다.

관객참여형 오컬트 영화라고 해야할까

과거에 글쓴이가 감상한 오컬트 영화를 떠올리면 영화 ‘주’는 비교적 초반부터 흥미로운 장면들이 제법 많이 등장하는 편입니다. 문제는 어디선가 많이 본 것이고 익숙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무서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평범한 주인공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장르가 오컬트 영화임에도 처음부터 몰아치는 초자연현상은 오컬트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어쩌면 플러스 요인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적절하게 쓰이면 좋겠지만 조금 남발하는 모양새입니다. 좀 신선하거나 보는 이의 관점을 뒤흔드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부분이 적어서 글쓴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아쉬웠다고 해야 할까요. 어디선가 많이 본 것들이 이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것도 아쉬운 이유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오컬트 영화가 거기서 거기가 아니야? 라고 반문이 가능하게지만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오컬트 영화의 수준이 어마어마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쩔 수가 없네요.

시작부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오컬트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집중이 되지 않아서 힘들어

위의 푸티지 장르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만 이야기의 흐름이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되어있지 않은 편입니다. 물론 이것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처음에는 시간의 흐름이 약간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약간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흐름을 끊어버리는 매우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기도 하네요. 어떤 심각한 상황이 일어나서 주변인들이 그에 대해 대처를 해야할 때 화면이 전환이 되어버립니다. 후반에서는 이런 부분에서 많이 해소가 되는 편입니다만 거기까지 가기가 고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 다행이라면 오컬트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와 내용 자체는 어려운 것이 없었다는 겁니다. 생각보다는 단순해요. 오컬트 장르의 이야기문법을 따르고 있어 내용 이해는 수월한 편입니다.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상황을 번갈아 보여주지만 오히려 몰입감을 방해했다

그러나 장르의 내러티브에 인물들이 끌려가는 듯한 느낌도 강하게 납니다. 오컬트 장르의 문법이 이러이러하니 인물들도 이러이러한 상황을 거쳐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강제로 전개되는 모양새입니다. 인물들의 행동이 그런 측면에서, 영화가 보여주는 호기심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왜 저리 행동하나 싶은 경우가 있었네요. 그래서 이 모든 것이 오컬트 집단이 꾸민 거대한 계획이라고 느껴지기보다는 그냥 단순한 만남과 사고를 통해서 발생한 문제의 결과물을 그냥 보여주는 느낌만이 가득합니다. 다른 오컬트장르의 영화와 비교했을 때 전체적으로 코스믹 호러스러운 느낌이 많이 빠져있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영화가 전달하는 느낌이 귀신이 나오는 영화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어머니와 딸의 애틋한 감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지만 뜬금없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래도 괜찮은 부분이 있었지만

글쓴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영화 예고편의 덕이 컸습니다. 시점의 전환에 따라 영상 속 물체의 움직임의 변화를 빗대어 저주와 축복을 묘사하는 것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주인공이 영화 속에서 고통받는 저주가 실제로는 축복이었나 싶은 반전이 있을 것 같지만 예고편에서 글쓴이가 느끼고 기대했던 그런 것과는 거리가 제법 먼 것들만 나오더군요. 저주에 당하는 주인공이 그런 생각의 발상을 전환시키면서 축복으로 바꾸든가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가 이뤄지든가 해서 나름대로 신선한 내용을 전달할 줄 알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오컬트 영화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글쓴이가 본 예고편의 장면이 본편에서도 등장합니다만 그 이외에는 그와 관련된 내용의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함정이라고 해야할까요. 게다가 관점에 따라 저주가 축복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인물도 정신과 의사라는 점에서 몰입감이 오히려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푸티지 장르라지만 제멋대로 카메라 시점이 많이 나오는 편으로 장르적 색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이 영화만의 좋은 점은 루오난이 자신의 푸티지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 초반과 후반을 제외하면 자신이 겪은 일을 보여주기가 주요 방식인 중반에서는 루오난이 관객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 별로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괜찮았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관객들을 영화에 집중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이상한 문양이나 기도문 같은 글을 보여주며 기억해주고 마음속으로라도 기도문을 외워달라는 식의 관객참여유도형식이 참신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렇게 장치가 되어 있는 부분들이 영화의 후반에 큰 반전으로 돌아와 영화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찝찝한 기분이 들게 한다는 것도 꽤나 괜찮은 부분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치 과거에 특정 이메일이나 게시글을 보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를 해야 하는 불편한 감정을 이 영화를 통해 오랜만에 느낄 수 있게 되어서 감회가 새롭기도 했고요.

대놓고 수상한 장면들이 등장해서 서서히 침식해오는 공포의 맛이 떨어지는 느낌

그 외에

어떻게 보면 여러 오컬트 영화나 공포영화를 굉장히 잘 짜집기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주 최소한의 오컬트 장르가 가진 기괴함을 이 영화가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푸티지 장르를 따름에도 너무 인위적인 느낌도 나는 등, 전체적으로 몰입감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 강해 결말까지 가기가 힘에 많이 부친다고 보입니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가 대체로 준수함에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영화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겠네요. 

과거의 사건 전말은 개인적으로 그저 그랬지만 영화 속 반전 하나만큼은 신선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출처: 공식 트레일러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