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엔드 오브 더 로드> 리뷰: 말 그대로 막다른 길에 자신 스스로를 몰아넣는다
감독: 밀리센트 쉘튼
출연: 퀸 라티파, 루다 크리스, 보 브리지스, 마이칼라 리, 숀 딕슨, 프랜시스 리 맥케인 외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모범가족’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가 됐었죠. 글쓴이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고 좋게 생각하는 작품이었습니다만 생각보다 인기를 그리 많이 끌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영상화 작품들이 좋은 점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되어있으면 시간이 지나도 어느 순간에는 재조명이 되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범가족과 비슷한 시놉시스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가 되었습니다. 시리즈는 아니지만 영화로서의 미국판 모범가족은 어떨지 궁금해서 감상을 시작했습니다.
‘모범가족’과 비교하는 것이 실례
많이 부족한 영화입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가족 구성원이 매우 특이하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브렌다(퀸 라티파 분)’이 어머니로 등장, 딸 ‘켈리(마이칼라 리 분)’와 아들 ‘캠(숀 딕슨 분)’이 등장하는데 아버지 역이 없고 대신에 브렌다의 동생 ‘레지(루다 크리스 분)’가 등장합니다. 아버지가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병으로 사망하여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이 특이한 조합의 가족이 보여주는 영화의 특별함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시놉시스 그대로 우연히 발견한 돈을 건드린 것이 화근이 되어 살인마의 추격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보통 수준의 영화였으면 볼만은 할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범죄단체와 연관된 남자의 사망으로 인해서 브렌다의 가족이 돈을 발견하는 장면까지는 평범한 느낌을 전달하지만 이 장면 이후로부터 영화는 급격히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갑작스럽게 살인마로부터의 전화가 미스터리하게 전개가 이뤄집니다만 전화 대화 내용부터가 전혀 무섭지도 않고 터무니없이 들립니다. 그냥 간단히 돈만 가져가고 싶다는 살인마와 그냥 간단히 돈만 돌려주고 싶어 하는 브렌다의 이해가 일치함에도 불구하고 살인마는 이상하게 브렌다를 가지고 놀려는 듯한 뉘앙스로 쉽게 돈을 가져가지 않습니다. 이 장면이 뭔가 긴장감이 넘치고 심상치 않은 무언가를 전달해야 하는데 관객의 입장에서는 영화의 이야기를 감독이 일부러 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아들 캠이 살인마에게 납치되어 브렌다가 돈을 직접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데 여기서 또 이야기를 이상하게 꼬아 부랑자 집단과의 싸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돈을 되찾기 위한 카 체이싱이 이뤄지는 가운데 글쓴이가 이 영화의 장르에 대해 혼동을 느끼게 하는 첫번째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카 체이싱 장면 자체가 그렇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묘사를 하자면 이 영화의 카 체이싱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보는 줄 알았어요. 스릴 넘치고 급박해야 하는 상황에서 흥겨운 음악소리가 글쓴이의 정신을 공격하는 가운데 멋들어지게 흙먼지를 날리며 이리저리 커브를 트는 두 자동차의 모습이 글쓴이의 두 눈을 의심케 했습니다. 이 영화가 스스로를 통제를 못하는 모양새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장르에 혼동을 느끼게 하는 두번째 요소는 부랑자 패거리와 브렌다의 싸움입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브렌다가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돈을 되찾는 부분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넘쳐야 하지만 브렌다의 과감한 액션이 글쓴이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었습니다. 건장한 체격의 부랑자 집단의 대장과도 대등하게(!) 격투를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뭔가 모를 감동과 기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기다 대장과의 일대일 전투가 아니라 다른 인원들이 합세한 다대일의 전투가 벌어지는데 브렌다가 보여주는 엄청난 활약은 그녀가 정말 간호사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예요. 그나마 영화가 양심은 있는지 브렌다가 무력으로 상황을 진압하지 않고 돈의 출처를 알림으로써 종결시킨다는 것이 다행인데, 애초에 그냥 돈의 출처를 알리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그렇게 돈을 살인마에게 전달하는데 많은 비중을 보내는 이 영화가 정작 살인마와의 중요한 장면에서는 또 밋밋한 장면만을 보여준다는 점도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뻔한 살인마의 정체가 김을 새게 만들고, 이야기 내에서 보여주는 살인마의 강함이 브렌다를 제외한 가족들에게 제압이 되는 장면에서는 콧웃음이 나오게 됩니다. 살인마와의 추격전은 그래도 이 영화 속에서 그나마 정상적으로 긴박한 장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밋밋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황당한 느낌도 드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래도 이 영화의 장르가 그냥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을 첨가한 무언가로 봐야 할 것 같네요.
그 외에
그래도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가족이 가족으로서 다시 뭉치게 된다는 것 하나만큼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다 얻은 돈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양심적인 질문을 수차례 던지고 있다는 점도 영화의 수준에서 미루어 봤을 때는 그나마 잘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야기가 진중한 내용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의 장소적 배경이 미국 남부인데 의외로 인종차별에 대한 사회적 요소를 집어넣으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나올 뿐, 살인마와의 관계에서조차 중요한 요소로서 파고들지도 못합니다. 나름 기대를 하면서 봤지만 전체적으로 황당한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