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조니어> 리뷰: 범상치 않은 가족을 통한 진정한 가족의 의미 찾기
감독: 미란다 줄라이
출연: 에반 레이첼 우드, 지나 로드리게스, 리차드 젠킨스, 데브라 윙거, 다바인 조이 랜돌프, 다이아나 마리아 리바 외
장르: 범죄,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웨이브
안녕하세요.
‘카조니어’라는 단어가 굉장히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데 거대한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비꼬아서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영화도 가족에 관련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가족이라는 개념이 같은 집, 혹은 같은 지붕 밑에서 밥을 같이 먹거나 잠을 같이 자는 구성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으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우리는 충분히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죽이지 못해서 안달인 가족이 있고, 다른 공간에 있어도 서로를 항상 그리워하며 하루에 서너 번 안부를 묻는 가족이 있기도 하지요. 이 영화는 한 특별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립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특별한 시선, 그리고 고찰
주인공 ‘올드 돌리오(에반 레이첼 우드 분)’는 특이한 가정에서 자란 인물입니다.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구석이 없는 집안에서 생활을 하고 있어요. 굉장히 독특한 설정들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시작부터가 특이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올드 돌리오의 가족이 하는 짓은 다른 사람의 소포를 가로채는 것. 이들의 주 수입원은 사기입니다. 그런데 사기를 치는데 가장 많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바로 올드 돌리오로 그녀의 부모님들은 올드 돌리오가 계획된 수입 절차를 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때 나설 뿐입니다. 그래도 부모의 수법을 제대로 배우기는 했는지 마사지 숍 이용권을 물건으로 환불할 때 지정한 물건이 올드 돌리오와 같네요. 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익숙함이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점점 금이 가면서 자신의 가족관계에 대한 고찰이 시작됩니다.
애초에 자식에게 사기를 치도록 적극적인 유도를 하는 것부터가 넌센스지요. 부모관계를 조명하는 장면들이 적지 않게 등장합니다. 마사지 숍 이용권도 숍 주인의 부모님이 자식의 가계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올드 돌리오에게 보상금 대신 준 것이고, ‘멜라니(지나 로드리게스 분)’도 넉넉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지만 어머니와의 사랑 넘치는 전화를 몇 번이고 합니다. 겉모습이야 행동이나 외모로 보나 올드 돌이오와 그녀의 부모님에서 비슷한 점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영화는 다른 사람들의 정상적인 가족스러운 행동을 통해서 이 가족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을 어필합니다. 가장 부모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본적이면서 원초적인 행동인 ‘브레스트 크롤’을 통해서 올드 돌리오는 자신이 진정한 딸이 맞는 것인지를 확인하고픈 욕망을 점점 키워나가게 되죠.
가장 압권은 죽어가는 남성의 집에 침입해서 수표권을 뒤지려고 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올드 돌리오 가족이 무단으로 침입했지만 집주인은 죽음을 맞이할 운명에 있어서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그런 집주인이 오히려 올드 돌리오 가족에게 요구하는 것은 일상적인 가족처럼 행동해달라는 것입니다. 멜라니는 피아노를 치고 올드 돌리오 가족은 정말 일상적인 가족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일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얼마가지 못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집주인이 임종 직전 올드 돌리오에게 남기는 유언은 가족이라면 서로 탐탁지 않아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며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전달합니다. 또한 이야기로서도 큰 전환점을 맞이 하게 되어 올드 돌리오의 고찰이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기도 하여 흥미롭게 극이 펼쳐지게 됩니다.
가족이라는 개념을 영화는 매우 폭넓게 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록 피를 나누지 않았더라도, 비록 같이 살았던 시간이 충분히 길지 않았더라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면 그것이 가족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멜라니가 올드 돌리오를 그녀의 부모님으로부터 떨어지게 하고, 제대로 된 가족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보여주는 장면들이 흥미롭게 묘사됩니다. 이 장면들이 특이하고 애틋한 감정을 전달하는데, 올드 돌리오가 치유되는 장면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행동들이 얼마나 왜곡된 삶을 살고 있었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다시 올드 돌리오의 부모가 그녀를 찾아옴에 따라 이야기가 뻔하게 흘러가는가 싶은데 이 영화의 결말이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고 생각하네요. 영리하게 꼬여놓은 이야기가 충격적인 엔딩으로 이어지며 먹먹한 감정과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끝납니다.
범상치 않은 유머들의 향연
당연히 특이한 가족을 그리고 있는만큼 영화가 다루는 유머의 수준이 평균을 가뿐히 뛰어넘는다고 봅니다. 자동문 앞 CCTV의 감시 범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려는 올드 돌리오가 보여주는 괴상한 행동 시퀀스부터 이 영화의 범상치 않음을 보여줍니다. 유머러스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제대로 된 블랙 코미디의 향수가 진하게 뿜어져 나오는데, 이는 올드 돌리오의 부모의 공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말도 안 되며 해서는 절대 안 되는 부모의 모습들이 우스꽝스러운데 계속 보고 있으면 차마 대놓고 크게 웃을 수 없는 어딘가 불편함을 선사합니다. 게다가 웃음과 씁쓸함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도 꽤 멋지게 잘 타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올드 돌 리오에 대한 비즈니스적인 대우가 주를 이루지만 딸로서 그래도 조금은 챙기는 것 같은 묘한 뉘앙스도 풍기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도 엔딩에 다다르기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끔 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그 외에
올드 돌리오의 모습도 같은 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스꽝스럽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서 마음 한편에 그녀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네요. 배우 에반 레이첼 우드의 사회 부적응자 연기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 드라마 ‘웨스트 월드’를 통해서 도도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줬는데, 이 영화에서는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완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네요. 영화 속에서 의외라면 멜라니의 존재가 글쓴이는 한번 그냥 지나가는 인물인 줄 알았지만 등장부터 영화가 엔딩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비중 있게 등장했다는 점이네요. 멜라니와 올드 돌리오의 자아성찰의 여정(?)도 꽤 볼만했습니다. 영화의 설정이 다소 꽤 극단적으로 잡아 놓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부분을 자극하면서 웃음과 씁쓸함을 전달했다고 봅니다.
P.S 넷플릭스에는 9월 24일 이후에 내려가는 영화입니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