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영화 리뷰

<벨파스트> 리뷰: 아무리 해학적으로 유쾌하게 그려도 전해오는 슬픔과 안타까움

깡통로봇 2022. 9. 21. 12:00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카트리나 발프, 주디 덴치, 제이미 도넌, 키어런 하인즈, 주드 힐, 콜린 모건, 라라 맥도넬 외

장르: 코미디,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안녕하세요.

또 다른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벨파스트’가 넷플릭스에 업로드가 됐습니다. 얼마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뒤로 모든 나라가 유감을 표시하는 가운데 아일랜드는 유독 튀는 반응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었죠. 아일랜드는 영국과 상당히 복잡한 역사를 지닌 나라이기 때문에 두 나라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행동에 공감했을 겁니다. 아일랜드의 역사에서 유명한 ‘피의 일요일’의 배경을 그리고 이 영화는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의 자전적 영화라고 볼 수 있기도 하고요.

지금은 그래도 평화로운 시대를 보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비극이 있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피의 일요일

피의 일요일이 말 그대로 피비린내가 나는 역사적 사건입니다. 이렇게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그리게 되면 영화 자체가 무거워지게 되고 어두운 감정으로 가득 차게 되기 십상이지만, 이 영화는 나이가 매우 어린 소년 ‘버디(주드 힐 분)’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 아이의 시각을 통해서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해학적으로 그리고 매우 직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그렇다고 아이의 눈으로 보는 피의 일요일이기 때문에 어딘가 이상한 상상력이나 과장이 끼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개신교도와 소수의 천주교도의 갈등이 제법 치열하게 그려지고 있고 시시각각 커져만 가는 벨파스트의 시민들, 그리고 버디의 가족의 불안감이 실감 나게 표현되어 사건의 중함을 충분히 호소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이의 눈으로 본 피의 일요일이란 어떤 것일까

아이의 시각을 중심으로 그리고 있는 만큼 따스함이 전해지는데 그로 인해 비극적인 감정도 함께 두드러지게 됩니다. 거기다 아이의 특유의 직관력을 통해서 복잡하게 얽힌 이 문제를 해학적으로 해석하여 웃음을 전달하기도 하지요. 버디의 멘토나 다름없는 ‘할아버지(키어런 하인즈 분)’과의 대화는 버디의 이런 속성들을 극대화시키기까지 하여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들 중에 하나가 버디와 할아버지의 대화인데 버디의 ‘아버지(제이미 도넌 분)’의 대사처럼 꽤 생각이 깊으면서도 그것을 유쾌하게 풀어가는 장면이 등장해 감동과 웃음을 줍니다. 이 영화 속에서 웃음 포인트가 등장하면 역시나 슬픈 감정도 함께 드러나게 되어 비극성을 한층 높여주게 되는 효과를 거두기도 합니다.

캐서린을 향한 버디의 마음과 버디를 향한 캐서린의 마음이 재미있고 훈훈하게 표현됐다

미쳐가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벨파스트를 벗어나기까지의 모습을 그린 영화이지만 버디의 첫사랑이 어떻게 끝을 맺는가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버디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 소년의 풋사랑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에 풋풋한 감정이 그대로 실려있습니다. 순수하게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은 버디의 첫사랑 이야기에 실려있습니다. 무거운 이야기와 상반대되는 이 이야기는 극의 긴장감을 풀어내는 역할도 하고 있으면서도 왜 이 아이의 사랑이 깨져버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영리함을 보이기도 하지요. 더군다나 마지막에 결국은 첫사랑 ‘캐서린(올리브 테넌트 분)’과의 이별 후에 아버지와 버디가 나누는 이야기는 감독이 내리는 피의 일요일 사건에 대한 평가처럼 들리기도 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도 무겁다

흑백 영화임에도 뛰어난 미장센

시대적 배경이 1969년으로 영화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컬러 영화로 벨파스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만 금방 흑백 영화로 넘어가게 됩니다. 흑백 영화의 형식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영화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세밀한 묘사가 다양하고 풍부한 장면들이 제법 볼만합니다. 하나의 구도에서 잡혀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서 이 인물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또 어떤 부분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지를 보여주며 많은 정보를 전달합니다. 흑백 영화라서 의외로 거리감을 느끼실 수 있겠지만, 현대 영화에서 흑백 영화 방식으로 나온 영화들처럼 거진 색만 흑백이지 사실상 컬러 영화랑 다를 바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오히려 흑백으로 되어 있어서 컬러였을 때보다 더 강조되는 효과를 거두는 부분도 있고요.

점점 악화만 되는 상황이 무겁지만 빈틈을 파고드는 재치있는 유머가 빛을 발하며 묘한 감정을 전달한다

왜 흑백 영화인가 싶으면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말 그대로 196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를 그리느냐 그럴 수도 있고, 버디가 경험했던 당시의 상황이 암울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흑백으로 그려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든 중의적인 의도로 흑백 영화로 영화가 만들어진 점은 감독 케네스 브레너의 탁월한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야기 내에서 흑백으로 표현이 되지 않은 요소가 하나가 있는데 바로 연극이나 영화 장면이 그렇습니다. 왜 이 요소들은 컬러로 표현됐을까 싶기도 한데, 버디가 영화나 연극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즐길 수 있었다고 볼 수 있기도 하고, 벨파스트의 암울한 상황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내용이 담긴 영화나 연극이기 때문에 컬러로 대비를 한 것일 아닐까 싶네요. 

터전을 떠나야 하는 아일랜드인과 그러지 않고 싶어하는 아일랜드인, 그리고 남을 수밖에 없는 아일랜드인들의 모습들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그 외에

당시의 북아일랜드 상황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간접적으로도 표현하는 것들이 많아 풍부한 느낌이 들게 하는 영화입니다. 짧지만 강렬하게 개신교들의 천주교 탄압에 대해서도 잘 표현이 되어 있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피의 일요일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감상하시면 벨파스트에서 뿌리고 내리고 살아가는 아일랜드 사람들의 비애가 크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버디의 가족이 벨파스트로부터 도망치듯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엔딩을 맞이하는데, 영화가 이들의 모습을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인상적으로 보였습니다. 아일랜드인이 이주를 생각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앞으로 당해야 할 또 다른 비극과 지금까지 정착했던 땅에서 영원히 이별해야 한다는 슬픔도 잘 표현하고 있어요.

이야기속 뜻깊은 메시지와 감동스러운 장면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벨파스트의 갈등뿐만 아니라 가족의 갈등도 잘 표현하고 있어서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같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비록 벨파스트에서의 사건은 마무리가 되지 않았지만 버디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갈등은 정말 극적으로 봉합이 되며 해소가 되지만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오랫동안의 갈등이 오히려 벨파스트의 핵폭탄급 갈등 때문에 해소가 된다는 점이 영화가 안타까움을 크게 자아내고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인물들이 매우 매력적으로 그려진 영화입니다. 당시의 아일랜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이 영화가 다 담은 것처럼 보입니다. 벨파스트라는 곳이 마치 세트장인 것처럼 보이는 작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러닝타임이 1시간 30분밖에 안되는데 정말 알뜰하고 야무지게 채워진 이야기가 가장 압권이 아닐까 싶네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밝은 기운과 희망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아일랜드인들 모습이 인상적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