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색깔> 리뷰: 유일한 연결 고리가 끊어졌을 때 가족이란
감독: 요시다 야스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 쿠니무라 준, 류세이 키야마, 사쿠라바 나나미, 아오키 무네타카 외
장르: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가족이라는 말은 참으로 따뜻한 말이죠. 하지만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피로 이어져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면 모르겠으나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가족이라면 그것보다 끔찍한 것을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것은 그러한 사람들 마저도 결국은 챙겨야 할 수밖에 없는 그런 불가항력적인 힘을 뿜어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같이 부대끼며 살고 있다고 해도 가족의 구성원이라고 반드시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가족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게 되며 자신도 모르게 팔이 굽어지게 되죠. 넷플릭스에 업로드된 ‘가족의 색깔’은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 번은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특이한 가족의 이야기
이 영화는 하나의 특이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 그리고 한 남자아이가 사이좋게 철도를 구경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얼마 가지 않아 이 가족의 구성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하나의 실험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남편 ‘슌헤이(아오키 무네타카 분)’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자 부인인 ‘아키라(아리무라 카스미 분)’은 하나뿐인 아들인 ‘슌야(류세이 키야마 분)을 데리고 시아버지인 ‘세츠오(쿠니무라 준 분)’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슌야가 슌헤이의 친아들인 것은 맞지만 아키라와는 피가 한 방울도 이어져 있지 않아요. 결혼한 지 1년 만에 죽은 남편의 고향으로 떠나온 아키라에겐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도전이 비단 아키라에게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었어요.
이들이 슌헤이의 죽음을 통해서 오랜 시간을 거쳐 한 장소에 모이게 됐지만 어딘가 많이 어색한 느낌만 한가득입니다. 바로 영화는 이들이 어떻게 인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족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해결하는지를 담담하게 묘사하여 전달합니다. 일본 영화처럼 꽤나 정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이들이 보여주는 행동들이 마치 붓으로 그려지는 듯한 착각을 주며 강한 임팩트를 주는 편이에요. 힘들겠지만 나름대로 씩씩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려는 아키라의 모습에서 희망이 보이지만 슌헤이의 죽음으로 인해 생겨버린 그녀와 슌야의 가슴속 어둠이 적절하게 스며 나와 스노볼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극의 긴장감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아키라와 슌야의 이야기만으로 중심으로 영화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부분이 가족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저마다 문제를 지니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꽤나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져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품이 이뤄져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슌헤이가 플래시백을 통한 회상으로 자주 등장해 도쿄를 떠나기 전에 아키라와 슌야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반면, 슌헤이가 겪였던 과거의 사건에 의해 세츠오와의 마찰도 묘사가 되어 꽤 깊이가 있는 사연을 보여주고 있어요. 재미있게도 세츠오, 슌헤이, 슌야 이 인물들은 하나의 테마로 이어져 있음을 강력하게 영화가 어필하고 있는데 이들과 전혀 피로 이어지지 않은 아키라까지 세 부자의 공통된 테마에 비집고 들어가며 하나의 진정한 가족처럼 그려지게 됩니다. 싱글맘인 아키라가 철도기관사가 되겠다는 동기는 이 인물이 얼마나 슌헤이와 슌야를 사랑하는지를 여실 없이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만 이 인물의 동기가 세츠오에게 그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깨우쳐 주며 세츠오의 마음속 남아있던 응어리를 풀어주기까지 하지요. 그리고 다시 긍정적 에너지의 연쇄 순환은 다시 아키라에게 되돌아와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되는 훈훈함을 보여주게 됩니다.
전형적인 일본 영화스럽지만
꽤나 인물 간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얽혀있고 그것을 풀어나갑니다만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일본 영화스러운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가족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간혹 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영화 자체가 인물들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이 되어있지만 그것도 모두 가족과 관련된 소재로 얽혀 있기 때문에 조금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되네요. 그와는 다르게 영화 속 이들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매우 좋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소중한 것이지만 찾아온 혼란 속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무언가를 인물들이 서로 상기시켜주며 발전해 나간다는 것은 매우 일본스러운 느낌을 지니고 있지만 꽤 유효하게 먹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 자체는 보여주는 퀄리티와는 상관없이 크게 특별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다소 진부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네요. 작위적인 느낌으로 가족이라는 소재로 자꾸 몰아가기까지 하는 영화의 흐름이 그런 측면에서는 약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관객들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다른 영화들보다 템포가 많이 느릿느릿한 영화라서 어쩌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거기다 세츠오와 아키라, 그리고 슌야의 처음 만남이 매우 어색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생각보다 영화의 초중반까지가 관객들에겐 넘어야 할 큰 장애물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인물들의 개성이 꽤 뚜렷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씩씩하게 슌야를 위해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아키라, 아버지 슌헤이를 아직도 그리워하며 마음속 슬픔을 애써 달래는 슌야, 그리고 정년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며느리와 손자를 챙겨야 하는 세츠오들이 매우 섬세하게 묘사가 되고 있기도 하고요. 이들이 시간이 지나며 보여주는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하고 해설하기보다는 인물 자신들이 가진 시련들을 극복하는 것을 보여주며 가족에 대해 정의를 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전개에 있어서 가족이라는 개념에 영화가 끝 모를 정도로 긍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모습에 일방적인 느낌이 강하게 난다는 점이 거슬리기도 합니다.
그 외에
생각보다 화려한 비주얼이 멋지게 펼쳐지는 영화입니다. 작은 일본의 시골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일본 영화스럽게 소소하면서도 경관이 멋진 느낌의 장면들이 자주 등장해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특히나 전동차를 운영하는 특이한 느낌의 마을이 배경으로 되어 있어서 신기하다는 느낌도 받게 되는데 제법 철도기관사가 어떻게 되는지를 대략적으로 아키라를 통해서 보여주기까지 하여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2016년작 ‘곡성’에서 한국분들이 인상 깊게 만났던 배우 쿠니무라 준의 깔끔한(?) 모습과 곡성에서와 다른 종류의 인상적인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미지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