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엔진 리페어> 리뷰: 70분의 빌드업을 40분의 본게임에 나누어주면 좋았으련만

감독: 존 폴로노
출연: 존 폴로노, 존 번달, 쉬어 위햄, 시애라 브라보, 조다나 스피로, 스펜서 하우스 외
장르: 코미디,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이 영화가 참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리뷰를 쓰기 시작하면서 번뜩 뇌리를 스칩니다. 글쓴이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만 이 영화를 리뷰하기 위한 도입부도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조금 막막하긴 하네요. 약간 난잡하지만 그래도 재미는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 두 개가 양립이 성립할지는 몰랐는데 여하튼 그렇게 되네요. 요 근래에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영화로 결국은 가족애를 표현하는 이야기를 다루긴 하는데, 요즘의 인터넷으로 인한 사진 노출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할게요.

이야기의 맥락은 중구난방
이야기가 말 그대로 중구난방입니다. 정확히는 중구난방은 아니고 기승전결의 비율이 기형적이라고 해야할 것 같네요. 기승이 엄청 길고 전과 결이 굉장히 짧은 영화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준비운동이 70분이고 본 운동이 30분인 영화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덕분에 이야기를 펼쳐내기 위한 요소들은 차곡차곡 쌓아놓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분노조절장애로 이성을 잃으면 말릴 수 없는 ‘프랭크(존 폴로노 분)’, 남성미를 풍기지만 3명의 누나들과 함께 자란 탓에 여성스러움(?)을 뽐내는 ‘테런스 스와이노(존 번달 분)’,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패키(쉬어 위햄)’, 그리고 그들의 소중한 아이 ‘크리스털(시애라 브라보 분)’과 지랄 맞은 아이 엄마 ‘카렌(조다나 스피로 분)’의 개성이 유감없이 펼쳐집니다. 70분 동안 말이죠.

어쩌면 70분간의 준비운동이 어색하신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집중이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배경과 인물들을 묘사하는데 공을 들여서 보는 맛이 있더라도 그것이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다루려는 것인가 하고 누군가 물어보면, 재미있게 감상한 글쓴이도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일상물이라고까지는 이야기할 수 있겠는데 그래서 이 이야기의 인물들이 하고자 하는 것이 뭔데라고 되물으면 약간 고민에 빠질 것 같네요. 학교 진학하게 된 크리스탈과 이제는 분노조절장애에서 벗어나 조용히 지내고 싶은 프랭크, 그리고 절친 패키와 스와이노의 만담이 주로 묘사된 70분이, 그런데 그렇게 이상하다고 마냥 몰아붙이기는 좀 그렇다고 봅니다.

70분간의 재치있는 입담 액션
70분의 빌드업이 좀 너무하다 싶기는 한데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패키와 스와이노 그리고 프랭키의 대화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약간 싸구려 느낌이 나지만 선을 지키며 퇴폐적이진 않은 그들의 대화가 정신없이 몰아칩니다. 이들의 입에 마치 모터가 달린 것처럼 마르지 않는 유머들이 튀어나오는데, 그들의 대화가 꽤 공감이 가는 수준의 것이라 그런지 제법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해야 할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기도 하고요. 대학 진학에 들떠 있는 크리스탈과 1년 만에 크리스탈을 보러 온 카렌, 그리고 거기에 동요하는 개구쟁이 3인방의 모습도 충분히 묘사하고 있는 가운데 3인방들이 우정을 나누며 추억을 짓궂게 회상하며 웃는 장면들이 너무도 좋았습니다. 우정과 가족애가 충만한 영화라고 할까요.

분명 3인방이 소원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찐친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전환이 되는 것 같지만 당장은 그렇지 않아요. 새로운 인물이 들어서면서도 계속되는 만담의 연속은 재미는 있지만 조금은 정신이 아득해질 때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자들이라는 게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맛있는 음식과 비싼 술이 들어가게 되면서 누구라도 질세라 입을 털어대는 게 남자라는 종족이잖아요. 서로에게 있었던 일들이 오고 가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난무하는 가운데 슬슬 분위기가 조금씩 심상치 않게 흘러감을 영화가 보여주면서 70분의 준비운동이 이제 끝나가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렇다고 30분의 본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들의 입담이 죽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이들의 재치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이들은 죽어도 입을 나불댈 사람들이에요.

어째서 본 게임이 덜 흥미로운가
30분의 본론이 재미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30분동안 3인방이 저지를 일에 대한 상황이 조금 골치 아프게 흘러가면서 어떻게 끝맺음을 맺을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30분 동안 심각한 상황을 수습하기에는 매우 적은 시간이 아닌가 싶어요. 본래대로라면 이쪽의 상황을 더 흥미롭게 묘사하여 극에 긴장감을 주고 해야 적절한 템포를 유지할 수 있을 텐데 이 영화는 그러지 못합니다. 이제 막 본 궤도에 올라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에서 영화는 갑자기 급 수습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꺾어 보는 사람의 김을 새게 만듭니다. 아무리 빌드업을 열심히 했다 하더라도 본 게임에서 그것을 전부 발산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가운데 상황이 종료되는 방식이 기발은 합니다만 좀 유치하거나 황당해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의 단점이 아닐까 싶어요.

보통 두 진영이 마찰하게 되면, 묘수를 통한 힘의 역전이나 발상의 전환으로 인한 상황의 타파를 하면서 이야기로부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그러지 않습니다. 그냥 일방적인 역학적 관계가 형성되어 버리기 때문이죠. 잡혀버린 채드는, 중간중간 입담을 보여주며 웃음을 전달하지만, 그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에 대해서 어떠한 쾌감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불행한 일을 맞이한 크리스탈에 대해서 영화가 보여주는 해결책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들의 잘못된 방식을 깨달은 무리들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채드와의 협상을 벌이는 장면은, 크리스탈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딸을 가진 가족에게 화를 돋우게 할 것이라 생각되네요. 재미있게 보는 글쓴이로서도 이때만큼은 이들의 모습이 참 한심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그래도 의식불명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더 있고 싶어하는 가족의 마음은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이 충분히 되지 않았지만 믿음을 줘야 했던 시기에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보여주기도 했고요. 보통은 프랭크의 분노를 통해서 표현이 됐지만 조금 부족하다고 할 것 같습니다. 30분 본 게임이 워낙 짧아서 말이죠. 사건의 가해자가 스스로에게 가지는 죄책감이 보이지 않아 상황의 해결이 정말 잘 된 건지에 대한 의문이 가득한 가운데 인터넷에 사진 업로드는 위험한 것이라는 것을 영화는 확실하게 어필을 하고 있었네요. 매우 재미있었습니다만 이 작품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인만큼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독의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의 영화는 좀 더 다듬어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싶습니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