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해리건 씨의 휴대폰> 리뷰: 허술한 이야기 전달력 속 볼만한 소년의 성장물
안녕하세요.
유명한 소설가 스티븐 킹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다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세간에서는 스티븐 킹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들 중에서 제일 유명한 것이 1994년작 ‘쇼생크 탈출’이 아닐까 싶네요. 최근에 유명한 것은 2017년에 개봉한 ‘그것’ 2부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심하면 커뮤니티에 밈으로도 사용되는 발암 광신도 아주머니 사진도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한 2007년작 ‘미스트’에서 나온 장면들이죠. 소설들이 워낙 재미있기 때문에 영상화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만 항상 좋은 영화로 재탄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가다가는 2017년작 ‘다크 타워: 희망의 탑’처럼 망한 영화도 있거든요. 이번 영화는 어느 쪽에 해당되는 영화일까요.
스티븐 킹 소설 특유의 분위기는 가져왔지만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상화한 것들을 보면 공통된 특유의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기묘한 미스터리한 요소가 이야기 속을 구렁이처럼 파고들면서 드러나는 분위기가 특유의 양면성을 느끼게 해주고 있거든요.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묘사할 때, 그것의 가장 주요한 이유를 명확하게 표현하면서 그 이외에 미처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것들을 미지의 것을 밀어 넣어 미스터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미스터리의 영역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일어난 상황이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에 따라 속성이 똑같은 색으로 물들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휴대폰의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에 가깝게 표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나쁜 점에 대한 진단을 우리의 ‘미스터 해리건(도널드 서덜랜드 분)’이 정확하게 진단을 내려주십니다.
하지만 영화가 미스터리 영역에 대한 이야기 전달력이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해리건 씨의 진단과 ‘크레이그(제이든 마텔 분)’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연관성이 그렇게 끈끈하게 연결이 되어있는 것 같지가 않네요. 크레이그를 둘러싼 연속된 사람들의 죽음이 정말로 기묘하게 해리건 씨의 휴대폰과 연결이 되어 호기심을 크게 자극하지만 이 후로 풀어내는데 이야기가 제대로 다 풀어내지 못한 느낌이랄까요. 초자연현상적인 힘을 발휘하는 해리건 씨의 휴대폰을 통해 정말로 해리건의 영혼이 크레이그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들이 그리 극적이지 않은 것도 어쩌면 이 영화의 마이너스적인 요소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죽은 사람의 영혼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전자기기라는 소재도, 휴대폰이 가지고 있는 나쁜 점들도 관객들에겐 이미 친숙할 대로 친숙한 것들이기도 하고요.
한 소년의 성장기 영화로는 괜찮은
그래도 크레이그 자체의 이야기로만 보자면 나쁘지는 않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는 생각되지는 않네요. 이미 많은 부분에서 식상한 것들을 영화가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입생이라면 나올만한 ‘케니(사이러스 아놀드 분)’와 같은 불량한 학생들로부터의 괴롭힘이나 문화적 쇼크를 일으키는 물건에 대한 애착, 그리고 일찍이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향수 등은 약간 시대착오적인 소재들로 보이기까지 하네요. 영화 속 표현들도, 표현 자체는 잘 되어있다고 생각됩니다만, 진부한 느낌으로 그려져 있기에 미스터리 요소들만으로 이 영화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다소 힘에 버거워하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턱걸이 느낌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는 모양새 같네요. 흥미롭지만 그 이상은 아닙니다.
해리건 씨와 크레이그의 만남, 그리고 크레이그가 자신의 분노를 하소연하면서 일어나는 일로 인해 느끼는 죄책감이 소년의 성장을 이끄는 것을 제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해리건의 영혼을 통해서 어머니의 영혼이 실체 한다는 것을 깨닫고 내면에 존재하던 트라우마를 깨는 장면은 영화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거기에 섬세한 배우 제이든 마텔의 연기는 사춘기 소년의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여 보는 사람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다만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의 전개가 스펙터클한 느낌은 절대 아니라서 심심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네요. 미스터리한 죽음들과 해리건의 과거를 파헤치는 크레이그의 장면들이 무섭거나 오싹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것이 정말 해리건의 영혼이 한 짓인지, 해리건의 과거가 정말로 미디어에서 기사대로인지에 대한 것들이 애매한 톤으로 표현되어서 묘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그 외에
영화가 이야기가 본론으로 넘어가는데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영화의 전개가 나쁘지는 않지만 특색 있는 것은 아니라서 약간 지루하게 느끼실 분들도 계실 것 같네요. 크레이그의 이야기들이 나쁜 일에 대한 분노나 보복에 치중해 있는 탓에 다른 부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잠재력이 미처 다 발휘되지 않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조금은 다른 인물들과 부대끼며 같이 사건을 파헤치는 스티븐 킹 원작 소설 영화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지도 모르겠네요. 적어도 2017년작 ‘그것’과 비교하면 주인공이 경험한 우정이나 사랑의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해 보여요. 주변 인물들과의 다양한 만남이 존재함에도 깊이가 느껴지는 관계는 굉장히 적습니다. 원작이 그렇게 표현되어 있어서 영화도 그렇게 만들어졌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엔딩이 조금 뜬금없이 느껴질 것 같은 여지가 많아 보입니다. 크레이그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죽음에 대한 해결책이 맞는가에 대한 해답과는 거리가 꽤 있어 보이기 때문이죠. 그런 측면에서 많은 분들이 엔딩을 보고 이게 끝이야?라고 말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소년의 진정한 독립이라고 생각되는 동시에 해리건이 말한 대로 인간이 휴대폰에 종속되어버렸다는 것을 잘 표현한 엔딩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크레이그의 휴대폰에 대한 애착을 이야기 중간중간에 더 넣었으면 엔딩이 가슴에 가까이 와닿았을 거라고 보이네요. 애매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은 영화라고 보는데 이것이 의도된 표현이라고 봅니다. 어쩌면 소설에서의 쓰인 미스터리함을 영화가 재해석 없이 그대로 가져와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네요. 마냥 넋 놓고 보기에는 힘든, 약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