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영화 리뷰

넷플릭스 <서부전선 이상없다> 리뷰: 이 시대에 걸맞는 반전 영화가 때맞춰 나오다

깡통로봇 2022. 10. 31. 12:00

감독: 에드바르트 베르거

출연: 펠릭스 카머러, 알브레히트 슈흐, 아론 힐머, 모리츠 클라우스, 에딘 하사노비치, 티볼트 드 몬탈렘버트, 다니엘 브륄 외

장르: 액션, 전쟁,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아마 직접 감상하지는 않았어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제목의 그 영화가 리메이크가 되어 넷플릭스에서 공개됐습니다. 이 영화가 무려 세 번째 리메이크인데 제작이 꽤 지진 부진하게 이어지다가 기어코 공개가 됐습니다. 글쓴이도 이 영화를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요즘에는 세계 정서가 하 수상하게 흘러가고 있고 잔뜩 화가 쌓여 있는 느낌이 강하게 전달되는데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안 좋은 것인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제야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00년의 시간이 남짓 흘렀는데 현재에 와서 3차 세계대전의 입문기라는 평가가 흘러나오는 걸 보면 정말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이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렇게 실감나게 그려진 1차 세계대전 영화는 오랜만

생생하게 전달되는 전쟁의 비극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전쟁이 얼마나 나쁜가에 대해서 설파하는 영화입니다. 당연히 설명하는 식이 아니라 한 청년이 전쟁에 참여하게 되면서 그가 겪은 일들을 묘사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지요. 전쟁을 게임이나 영상물로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전쟁을 묘사하는 영화이니 총과 폭탄이 난무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이 표현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울부짖고 혼이 나간듯한 눈빛은 향하는 곳이 고향도 아닌 그 어디쯤입니다. 하지만 전쟁터의 잔인함만을 묘사하고 있지 않습니다. 성인도 되지 않은 학생들을 환상에 사로잡혀 부추기게 하고는 전쟁터로 몰아넣는 선생, 죽은 병사들의 장비들을 재정비해서 새것처럼 보이게끔 하고는 다시 신병에게 전달되는 시스템, 병사들은 굶으면서 싸우는데 호화로운 음식을 먹으며 전쟁놀이를 하는 장군 등은 관객들의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이들이 웃는 것은 순전히 못된 어른들이 불어넣은 하황된 상상 때문

이러한 묘사들의 퀄리티가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되네요. 리얼한 전쟁터의 분위기와 함께 원테이크식의 촬영 방식은 정말로 우리가 주인공 ‘파울(펠릭스 카머러 분)’ 당사자가 되어 총알이 빗발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전쟁터에 있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생생한 느낌의 잔혹함이 이 영화가 다소 지루하지 않게 흘러가는 요인이 아닐까 싶네요. 다만 전쟁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파울의 입장에 근거하여 전쟁 연출이 되었기 때문에 전쟁의 스케일이 조금 작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며 작품 자체가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전쟁이라는 재앙 속에서 한낱 병사 한 명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1초 앞의 자신의 미래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느끼는 답답함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그들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효과를 줍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지만 실제의 전쟁은 이것을 상회하는 지옥 그 무언가일 것

이미 많은 전쟁 영화에서 다룬 이야기라 식상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백만 번 이야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잘 만들어진 이야기와 영상미가 곁들여진다면 지루하지도 않지요. 함께 입대하여 파리에 입성하는 상상에 즐거워하던 주인공들이 하나씩 하나씩 죽어가면서 정신이 피폐해지는 장면들이 너무도 잘 표현됐다고 봅니다. 비록 세계대전의 악의 축이라고 여겨지는 독일군들이 주인공들로 등장하지만 최소한 전쟁터에서 싸우는 병사들은 전쟁터만 아니면 집에 가서 자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는 소박한 사람들로 그려져 있기도 하네요. 다른 영화 같으면 독일군이 악당처럼 그려졌을 테지만 이 영화에서 연합군이 전장을 화염방사기로 사람들 죽이는 장면을 보면 그들이 마치 무시무시한 악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은 정의와 대의는 없고 힘의 논리에 의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이죠.

자신의 지위와 명성만을 생각하며 타인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사이코패스는 항상 왜 윗대가리들이냐

주인공 파울의 이야기가 제법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전쟁에 대한 환상을 품어 부모님의 사인을 위조해 입대하는 그가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는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보입니다. 이런 아이러니가 영화 속에서 많이 등장하는 편입니다. 특히나 가장 오래 같이 있었던 전우 ‘카트(알브레히트 슈흐 분)’와 함께 했던 가축 도둑질의 결말이 그런 부분에서 꽤나 인상적으로 보였네요. 전쟁이 한창일 때의 굶주려 목숨을 건지기 위한 도둑질이 신이 그들에게 맛있는 고기를 먹도록 허락했지만, 전쟁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같은 도둑질은 그들이 하지 않아도 됐었던 일이었기에 죽음이라는 대한 합당한 결과를 받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쩌면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았음에도 그 생존시간 때문에 그들의 기본 상식이 얼마나 무너져 내렸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그만큼 전쟁이라는 것이 단순히 죽고 살아남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무언가를 바꾸는 것이라는 것을 잘 어필합니다.

적지 않은 죽음이 영화 속을 가득 메운다

파월도 이야기 막바지까지는 제정신만 차리면 보여주는 인간성이 결국엔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안타까움을 전달합니다. 참호 속을 벗어나면 죽음이 그들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병사들이 의지할만한 것은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전우들이지만 그들은 하찮은 벌레처럼 죽어나갑니다. 결국 상실감으로 우울해지고 조금이나마 제정신을 지탱하기 위해 의지할 사람이 없어지니 파울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기만 합니다. 휴전으로 인해서 전쟁이 끝나가고 있지만 파울에게서 느껴지는 안도감 같은 것은 아주 잠시만 스쳐 지나가듯 표현될 뿐입니다. 전쟁으로 인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까지 잃어버린 듯한 그의 모습에서 미래의 암담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네요. 전쟁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소위 말하는 윗대가리들의 이기적이고 자존심만을 앞세우는 모습들이 정말 증오스럽게 그려져 누군가가 잘못한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전쟁이라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른들도 존재하지만 모든 것을 수습하기에는 이미 많이 늦은 상태입니다. 

전쟁 속에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했던 것들이 병사들 본연의 성질을 뒤바꿔버린다

그 외에

2시간 30분 정도의 길이를 자랑하는 영화임에도 시간이 흘러가는 줄 모르게 감상했습니다. 보통 전쟁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패배하여도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네요. 우리가 뭔가를 기대하며 보는 주인공도 고작 한 명의 병사일 뿐임을 철저히 했습니다. 확실하게 전쟁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음에도 그들이 죽은 이유가 고작 몇백 미터 전진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본 수많은 슬픔과 죽음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허탈감을 주기도 합니다. 배우분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순간순간 종종 들려오는 특유의 사운드가 조금 거슬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뭔가 거대한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 전에 들려오는 사운드가 시대적인 느낌과 조금 핀트가 맞지 않는 느낌이에요.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괜찮았습니다만 처음에 그 묘한 중후한 기타 소리(?)는 솔직히 조금 많이 깨는 느낌이었습니다. 

주인공 파울의 얼굴을 침식해가는 얼룩은 그에게 주어진 천국행 티켓은 이미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암시하는가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