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 라쿤 시티> 리뷰: 리부트를 하려면 좀 제대로 할 것이지
감독: 요하네스 로버츠
출연: 카야 스코델라리오, 에반 조지아, 해나 존 케이먼, 로비 아멜, 톰 호퍼, 닐 맥도너 외
장르: SF, 판타지, 액션, 호러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레지던트 이블’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제목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가 된 이후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많은 게이머들을 열광시키는 베스트셀러 시리즈이기 때문이죠. 역사가 오래된 게임이 원작인만큼 영상화도 수없이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폴 W.S. 앤더슨’ 감독과 배우 ‘밀라 요보비치’의 작품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그것입니다. 후속작이 나올수록 게임 이야기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이상한 시리즈였지만 나름대로 많은 수익을 창출한 정도로 적지 않은 관객들이 영화를 즐겼습니다. 몇 년 전에 이 시리즈가 완결이 나고 새로이 시리즈를 리부트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 영화가 바로 ‘레지던트 이블: 라쿤 시티’입니다.
원작에 최대한 가깝게 묘사를 하려고 했는데
폴 W.S. 앤더슨 감독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1편과 2편을 제외하면 거진 오리지널 스토리라인을 따르고 있어 게임을 굳이 몰라도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사실 1편과 2편도 게임을 몰라도 즐길 수 있었던 작품들이었다는 것은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원작 게임의 느낌이 진하게 묻어 나오는 요소들이 들어있어서 조금 다르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원작 게임을 아는 사람들 중에서는 1편과 2편이 폴 W.S. 앤더슨 감독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중에서 최대한 망가지지 않는 모습을 유지하면서 괜찮게 볼 수 있는 게임 원작 영화라고 평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영화를 제작하려면 원작의 느낌이나 요소가 어느 정도 가미가 되어있다는 것을 티를 내야 했던 것이 1편과 2편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일정 수준 궤도가 올라간 3편부터는 자신만의 스토리라인을 구축한 시리즈였지만 그럼에도 원작 게임의 요소들이 들어있긴 했습니다.
다시 리부트가 된 지금, 원작 게임 1편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영화로 재생산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게임을 영화화하려면 각색이 일정 수준 이상은 되어야 했나 봅니다. 1편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원작 게임 2편의 요소들을 섞어냈습니다. 게임을 모르시는 분들은 원작 게임 1편과 2편을 섞으면 이상한 결합물이 등장하지 않나 싶기도 할 텐데, 원작 게임 1편과 2편의 시간적, 장소적 배경이 같거나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괜찮으면서 과감한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인기 많은 게임 캐릭터들이 실사화되어 등장합니다. ‘레온 S. 케네디(에반 조지아 분)’, ‘질 발렌타인(해나 존 케이먼 분)’, ‘크리스 레드필드(로비 아멜 분)’, ‘클레어 레드필드(카야 스코델라리오 분)’이 총출동해 원작 게임 팬들에게는 게임 1편과 2편을 아우르는 제대로 된 첫 레지던트 이블 영화가 등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지요.
폴 W.S. 앤더슨 감독의 작품들처럼 그냥 캐릭터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원작 게임 속 캐릭터의 배경을 일부분 가져왔습니다. 라쿤 시티야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상징적인 장소인지라 빼놓을 수 없더라도 라쿤 시티 경찰서, 스펜서 저택이라는 게이머들에게는 친숙한 장소들이 등장하기까지 합니다. T바이러스로 인한 좀비의 등장은 당연한 것이고 2편의 요소가 섞여있는 만큼 G바이러스까지 나와 스케일을 방대하게 하려는 제작진들의 야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원작 게임 1편 리메이크 요소인 ‘리사 트레버(마리나 마세파 분)’이 등장하고 ‘바이오 하자드 0’와 ‘바이오 하자드: 코드 베로니카’와 관련된 인물인 ‘애쉬포드 남매’가 담겨있는 비디오까지 보여주는 등, 이 작품이 게임처럼 오래오래 갈 것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아쉬운 부분이 왜 이리 많은가
하지만 원작 게임 팬들의 마음을 충족시키기에는 많은 부족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색을 통해 레드필드 남매가 엄브렐라가 운영하는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이 추가되는 등의 새로운 부분이 추가가 되었지만 각색된 부분이 이야기에 나쁘지 않게 적용되고 있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왜 각색을 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효과가 미미한 수준입니다. 리사 트레버는 왜 또 그렇게 각색을 해서 등장시켰는지 모르겠을 정도입니다. 이 캐릭터의 존재 이유가 원작과 똑같을지 모르겠는데, 게임을 안 해본 사람들은 이 캐릭터가 왜 등장하는지 모를 정도로 전혀 단서를 주지 않습니다. 단지 클레어 레드필드와의 잠깐의 우정을 기억하는 바이러스와 관련되어 보이는 이상한 소녀에 지나지 않아요. 원작과 똑같이 인간의 피부로 만든 가면을 쓰고 다니는데 이 소녀가 왜 이런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소홀하게 묘사를 하니 처음 보는 분들은 몰입이 잘 안 될 거라 생각됩니다.
원작 게임 1편과 2편을 결합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게임 자체가 플레이타임이 그렇게 긴 편이 아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원작 게임 1편과 2편의 설정들이 꽤나 방대한 편이어서 팬들이 설정놀이를 하기에 딱 좋은 시리즈였습니다. 단순히 주인공 캐릭터들이 겪은 사건들뿐 아니라 그 사건에 연관된 뒷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로웠던 편 있어죠. 그런데 그걸 다 소화시키기에는, 각색을 해서 양을 조절했다고 해도, 영화가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 애쉬포드 남매의 영상을 통해 다른 바이오 하자드 게임 시리즈를 영상화하려는 것에 잠깐의 놀라움을 전달하지만 차라리 그런 것을 넣을 바엔 주요 이야기에 더 힘을 쏟았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예요. 분량 조절이 얼마나 되지 않았으면 ‘윌리엄 버킨(닐 맥도너 분)’의 G바이러스 변이도 후반에서야 등장하게 되고 최후도 날림 수준으로 묘사가 되어 영화의 굉장한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기까지 합니다.
그 외에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원작 게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것이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적지 않은 부족함을 노출하고 마는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합니다. 중간중간에 평이한 좀비와의 전투 장면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기교를 부린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왜 그런 걸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원작에 가까운 요소들일수록 괜찮은 느낌이고 각색이 많이 들어간 것 일수록 쌈마이함이 느껴지기까지 모양새를 지니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에 관해서 많은 분들이 지적한 워싱 문제는 이 영화가 가진 문제점에 비해서 약과라고 생각합니다. 캐스팅 부분은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레온과 질의 인종이 바뀌었다고 해도 캐릭터가 가지고 있었던 특유의 느낌을 어느 정도까지는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인물의 비중이 조연 수준이에요.
인물 하나의 서사를 제대로 그려내기에도 벅차 보이는 이 영화는 4명의 인물을 전부 묘사하려고 했지만 산만함을 전달할 뿐입니다. 원작을 반영해서 영화를 만들 거면 제대로 된 무언가라도 부여해줬으면 싶은데 그런 부분에서 특정 캐릭터 팬들은 조금 실망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리즈 최고 악당 중 하나인 ‘알버트 웨스커(톰 호퍼 분)’와 라쿤 시티의 붕괴 원흉인 윌리엄 버킨의 행적이 단면적인 부분으로만 묘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인물들이 하는 행동에 개연성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픽도 과감한 리부트 작품이 맞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질이 생각보다 좋지 않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괴물의 최후 장면은 너무 싸구려 티가 났는데, 안 그래도 하는 게 없는 괴물을 더 별 볼 일 없게 만들어 놓은 느낌이에요. 심하게 말하면 뒷부분은 그냥 되는대로 돼라 식으로 만든 느낌이 들어서 폴 W.S. 앤더슨 감독의 1편이 전체적으로 더 낫다고 보입니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