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영화 리뷰

넷플릭스 <아웃로 킹> 리뷰: 스코틀랜드를 독립으로 이끈 진정한 브레이브 하트의 이야기

깡통로봇 2022. 11. 4. 12:00

감독: 데이비드 맥켄지

출연: 크리스 파인, 플로렌스 퓨, 아론 테일러 존슨, 스티븐 딜레인, 토리 커렌, 알라스테어 맥켄지, 제임스 코스모, 칼란 멀비 외

장르: 액션, 드라마, 시대물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1995년작 ‘브레이브 하트’라는 영화를 모르시는 영화 팬분들은 없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윌리엄 월레스가 유언으로 자유를 외치는 강렬한 이미지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가시질 않네요. 엘리자베스 2세가 사망한 지 이제 2개월이 다 되어 가네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영국이라면 이를 가는 나라의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들 중 하나가 아마도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아닐까 싶네요.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관계가 가장 치열했던 시대를 그린 영화 ‘아웃로 킹’이 오늘 리뷰할 영화입니다.

영국의 타국에 대한 무자비한 횡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마치 고증이 잘된 브레이브 하트의 후속 편 같은

영화를 보면서 적지 않게 브레이브 하트의 향수가 자극되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접적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지만 ‘윌리엄 월레스’에 대해서 영화 초중반까지 언급이 자주 되기도 하고 ‘로버트 브루스(크리스 파인 분)’이 본격적으로 영국에 대한 반란을 시작하는 것이 윌리엄 월레스의 죽음으로 인해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분노했던 것을 목격하고 나서 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브레이브 하트가 역사적인 고증에서 많이 각색되었던 것을 감안하면서 이 영화를 보면 감회가 새롭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더군다나 이 영화의 시작은 브레이브 하트 시점에서 볼 때 윌리엄 월레스가 로버트 브루스에게 배신을 당하고 잠적했을 때이므로 로버트 브루스의 입장에서는 국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가늠할 수도 있었네요.

왕관은 단지 스코틀랜드의 독립과 통일을 위한 절차일 뿐

한 사람의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던 브레이브 하트보다는 한 나라의 왕으로서 어떻게 영국에 대한 스코틀랜드의 반란이 진행이 됐는지를 뚜렷하게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전력상 한참 아래인 스코틀랜드의 귀족들이 독립과 복종의 어려운 저울질이 굉장히 공감가게 그려져 브레이브 하트에서 윌리엄 월레스의 승승장구에도 불구하고 어중간한 포지션을 잡았던 로버트 브루스의 입장이 잘 나타나 있었네요. 스코틀랜드라는 이름 하에 함께 공존하지만 영국의 압제에도 불구하고 왕의 자라에 앉기 위해서 서로 반복하기까지 하는 스코틀랜드의 상황을 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암울했던 시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윌리엄 월레스의 죽음으로 로버트 브루스가 반란을 시작하는 것은 똑같지만 로버트 브루스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 독립이라는 것에 대한 열망과 그것을 위한 준비하는 과정이 자세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얼마가지 않아서 영국의 계략에 의해 전멸을 당하게 된다

이 영화를 브레이브 하트 후속 편이라고 하면 많은 실례가 아닐까 싶네요. 브레이브 하트와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 연계가 되지 않는 단독 작품입니다. 거기다 제대로 된 고증으로 역사에 관심이 있거나 당시 전쟁 장비, 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참 좋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더불어 영국군이 얼마나 스코틀랜드 사람에게 잔인하게 굴었는지를 똑똑하게 묘사해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감정이 잘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전쟁 장면도 투박한 느낌이 다소 드는데 오히려 이쪽이 더 실제 같은 느낌을 재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언덕에서의 전투는 밀 그대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데 어떻게 그 당시 사람들은 피아식별을 하고 싸웠는지 모르겠네요.

어쩔 수 없이 정당하게 싸우기보다는 게릴라 전으로 승부보는 로버트는 아웃로 킹이라는 명칭이 어울린다

많은 각색이 없어도 충분히 감동 있는 이야기

그래도 영화이니만큼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드는 각색이 끼어있을 줄 알았는데 거진 사실이라는 점에서 글쓴이가 많이 놀랐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친 영국 귀족을 죽이는 것으로 시작해서 내친김에 스스로를 왕으로 세운 뒤 영국과의 싸움을 시작하게 되는 것부터가 굉장히 극적입니다. 또한 왕으로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영국의 계책으로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어 어려운 시절을 보낸 장면도 그대로 영화에 담아냈습니다. 고작 남은 50명의 군사로 영국군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까지의 인생역전 스토리가 디테일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실입니다. 오히려 감상하면서 브레이브 하트에서 윌리엄 월레스가 큰 패배 이후 게릴라 전을 했던 것으로 묘사됐던 것이 실제로는 로버트 브루스가 행했던 전략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충격을 받기도 했네요. 감상하면서 대중매체를 통한 윌리엄 월레스의 이미지가 실제로는 로버트 브루스의 이미지였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투가 세련되지 않지만 굉장히 처절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 장점

영국인이지만 로버트 브루스에게 시집 온 여왕 ‘엘리자베스(플로렌스 퓨 분)’의 이야기에서 굵직한 각색이 들어간 줄 알았지만 이들의 사랑 이야기도 실제라는 점에서 재미있는 장면들을 영화가 보여줍니다. 혼란한 세상 속에서 피어나는 로버트와 엘리자베스의 아름다운 관계가 꽤 로맨틱하게 묘사됐습니다. 엘리자베스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브레이브 하트의 이사벨라와는 다른 쪽으로 인상적인 느낌을 받으시리라고 봅니다. 민족적으로는 적이나 다름없지만 스코틀랜드의 왕에게 시집을 간 이후로는 오직 자신의 남편과 가족, 그리고 스코틀랜드만을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비록 칼을 들고 남성과 같이 전쟁터로 나가지는 않았지만 여장부스러움을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에드워드 2세(빌리 하울 분)’에게 납치가 되어서 으레 존재하는 영화적 클리셰로 봤는데, 나중에 죄수 교환으로 풀려나 귀환한 것까지 실제 이야기였음을 영화가 분명히 합니다. 

브레이브 하트처럼 야만인스러운 스코틀랜드는 비교적 철저한 고증 덕분에 나오지 않는다

그 외에

오프닝에서 긴 원테이크 신이 담겨있습니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원테이크 신이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서로 적대하는 로버트와 에드워드 2세의 싸움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를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곳곳에 로버트와 에드워드 2세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들어있어서 인물의 깊이를 쉽게 캐치할 수 있었네요. 굵직한 묘사는 같지만 에드워드 2세는 브레이브 하트 때보다 아웃로 킹에서의 묘사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배우의 연기도 인상 깊었고요. 전체적으로 배우 분들의 연기가 매우 뛰어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단연 최고는 배우 플로렌스 퓨가 아닐까 싶습니다. 배우 크리스 파인의 열연도 볼만했고요. 다만 마지막 에드워드 2세와 브루스의 싸움의 서사가 마치 그래도 숙적인데 싸우는 장면을 넣어야 해서 넣은 것처럼 보여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까지는 보여주진 않지만 가장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걸 최대한 객관적으로 풀어나가려는 영화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