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영화 리뷰

<인사이드 맨> 리뷰: 선한 동물도 극한 상황에 몰리면 한번은 물기 마련이지만 그게 진리라고 할 수 없는 것인데

깡통로봇 2022. 11. 11. 12:00

크리에이터: 스티븐 모팻

출연: 데이비드 테넌트, 돌리 웰스, 스탠리 투치, 리디아 웨스트, 린지 마셜, 루이스 올리버, 에스스티먼트, 딜런 베이커 외

장르: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스티븐 모팻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떠올리는 작품이 ‘셜록’ 시리즈가 아닐까 싶네요. 이분이 보니까 ‘닥터 후’로도 많이 유명한 분이신데. 닥터 후는 우리나라에서는 셜록의 유명세에 비해서는 많이 뒤떨어진다고 봅니다. 2년 전쯤에 ‘드라큘라’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인사이드 맨’으로 다시 범죄 스릴러로 돌아왔습니다. 거기에다가 출연진에는 최근에 닥터 후 복귀로 시끌시끌한 배우 데이비드 테넌트도 있네요. 스티븐 모팻과 데이비드 테넌트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한니발 렉터를 오마주한 듯한 그리프

극을 흥미롭게 이끌어가려고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것은

인물들부터가 특이합니다.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제퍼슨 그리프(스탠리 투치 분)’은 범죄학 박사 출신인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내를 잔혹하게 살인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인물이 감옥에 있음에도 범죄 자문을 받아서 사건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마치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박사의 또 다른 버전을 보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는 가운데 크게 다른 점이라면 그리프는 그가 저지른 범죄에 비해 받는 대우가 매우 좋았다는 겁니다. 이 인물이 시즌 1에서 해결해야 하는 주요 사건은 ‘재니스 파이프(돌리 웰스 분)’의 실종을 해결하는 것인데 그리프와 재니스의 직접적인 접촉은 드라마가 엔딩을 맞이하기 직전까지는 없습니다. 정말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박사처럼 그리프는 자문을 통해서 제삼자를 움직임으로써 사건의 중심으로 다가갑니다. 

꽤 극단적으로 시작해서 꽤 극단적으로 끝을 낸다

한니발 박사의 기묘한 매력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부분의 공통점을 가진 그리프의 능력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뛰어난 추리력과 상상력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물을 꿰뚫고 보는 능력은 우리에게 짜릿함을 주지요. 이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추리소설 주인공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니 크게 놀라운 것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다시 봐도 즐거운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또 특이하게도 이 시리즈는 범인이 누구인지 함께 풀어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미 사건의 전말이 어떤지를 또 다른 주요 인물인 ‘해리(데이비드 테넌트 분)’과 재니스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대신 전혀 상관없이 보이는 이 두 인물이 어떻게 접점을 가지고 가느냐를 보여주면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과연 이 두 인물은 무슨 인연이길래 이렇게 표현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안타깝게도 스릴러적인 긴장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감상했을 때의 느낌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습니다. 단순한 일로부터 복잡한 상황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이 그냥 답답합니다. 고구마를 한가득 입에 집어넣은듯한 느낌을 전달하는 이 시리즈는, 뒤에 더 이야기하겠지만, 조금의 청량감도 전달하지 않습니다. 상황이 골치 아프게 꼬이는 과정이 조금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그렇게 사람을 잘 파악하고 머리가 꽤 잘 돌아가는 것으로 묘사되는 재니스는 하필이면 해리가 가진 USB에 대해서만큼은 제대로 오판을 하며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해리가 가진 USB 자체가 그녀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것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에 해리의 제대로 된 대처가 나오지 않아서 재니스에게 오해를 사게 만들었으니 촌극이 따로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소한 오해가 큰 불로 이어지는 것이 세상 다반사지만 오해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 이들의 장면은 당장 쇼를 그만 볼까 하는 마음을 들게 합니다.

결국 끝이 매우 안좋게 된다면 인간이 가진 선의를 무의미하게 표현하려는 것인가 싶다

그래서 누구는 생존을 위한, 누구는 자신의 결백을 위한, 누구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두뇌 플레이를 펼치게 됩니다. 그런데 다들 셜록이 된 것 같은 모양새네요. 다들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가며 타인의 생각을 타파하는 모습이 영 그렇습니다. 이들의 두뇌 플레이가 이야기 속에서 제법 작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인물들이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는 상황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그리프가 생각한 대로 딱딱 떨어지는 상황들이 어느 부분까지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만 대부분은 작가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이대로 가야 한다는 식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거기다가 쓸데없는 신경전은 대화할 때마다 들어있는지 두 인물이 이야기할 때 조금 지치는 느낌을 종종 받을 때가 있어 몰입감이 떨어지기도 했네요. 애초에 범인을 찾아가는 스릴러적인 면이 없어 이야기 전개에서 매력을 느껴야 했는데 그것마저 많이 부족하니 당혹스러웠습니다.

재니스와 해리, 그리고 매리의 두뇌플레이도 그리 흥미롭지 않다

다소 위험한 메시지와 억지스러운 이야기 전개

해리와 그리프의 만남을 위해서 시즌1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 대체 뭐죠. 그리프의 이야기가 참으로 신경을 거슬리게 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고 위급한 상황이 되면 누구나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 매우 위험한 이야기를 합니다. 실제로 시리즈가 그리프의 말을 증명이나 하듯이 해리의 행적이 그렇게 표현되기는 합니다만 조금 문제가 있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어쩌면 글쓴이가 이 시리즈를 보는 내내 불편함과 위화감을 느꼈던 것은 이 억지스러운 증명과정을 봐야 했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의 선의를 ‘베스 데이븐포트(리디아 웨스트 분)’와 재니스를 통해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그들조차 가지고 있는 어둠이 존재하는 것을 시리즈 내내 상기시키며 신경을 거슬리게 합니다. 해리의 상황 자체도 마찬가지인데 인간의 선함으로 시작한 일들이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에 악으로 끝을 맺는다는 부분이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싶었거든요.

너무 작위적인 요소가 많아서 몰입이 되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악과 선이 공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누구나 극한 상황에 처하면 자신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이상한 결과를 초래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 시리즈는 이미 작가가 내놓은 답을 향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리는 바람에 전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공감이 되어야 할 부분에 공백이 생기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설득력이 떨어져요. 이야기 자체가 재미라도 있으면 공감대 형성이 일어났을 수도 있었겠지만, 몇 번이나 말한 대로, 이 시리즈는 상황을 오직 극단적으로 꼬는 대만 집중한 나머지 답답함만을 전달할 뿐입니다. 인물들이 보여주는 수수께끼 형식의 추리물도 여기서는 그리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기도 하네요. 되려 하필 저렇게 표현해서 더 상황을 복잡하게 하냐 싶은 생각만이 들었습니다. 

고구마 최대로 ON!!!

그 외에

이야기의 큰 부분이 될 것 같았던 그리프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는 다음 시즌에서 풀어나갈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많이 실망할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대놓고 시즌2를 예고하지만 글쓴이의 경우에는 이미 마음이 많이 떠나간 이후라 시즌2가 공개되면 보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스릴러적으로 긴장감이 없어서 조금 감상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4부작에 각각 1시간 내외의 러닝타임을 보유하고 있지만 좀 오랫동안 시리즈를 감상한 착각이 들었네요. 3화까지는 비슷한 형식으로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마지막 4화에서 참 역동적으로 에피소드가 흘러가는데 그럼에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많이 아쉽네요. 배우분들이 열연을 하십니다만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까지 꼬아놓으면 당연히 끝이 안좋을수밖에...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