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벨> 리뷰: 감정과 긴박감을 앞세워서 눈가림을 하지만
감독: 황인호
출연: 김래원, 이종석, 정상훈, 박병은, 이상희, 조달환, 차은우, 이종욱, 신윤주, 이민기 외
장르: 액션
개봉일: 2022. 11. 16
안녕하세요.
글쓴이는 운이 좋게도 이 영화를 시사회를 통해서 미리 감상했습니다. 티켓값이 오를 대로 오르고 날씨도 쌀쌀해지는 요즘에 발걸음을 밖으로 나서게 하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무슨 영화인지 살펴보니 배우 캐스팅이 정말 짱짱한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거기다가 가수 차은우 씨의 영화 데뷔가 이뤄지는 작품이라고 이미 입소문이 많이 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가 논란을 부르는 부분이 있기도 한데 그런 건 다 제외하고 영화적 측면으로만 리뷰하도록 할게요.
아무리 봐도 다른 영화가 생각나
이 영화와 판박이는 아니더라도 감상하는 내내 글쓴이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그 영화는 다름 아닌 1995년작 ‘다이하드3’입니다. 표절이나 그런 건 아니고 오마주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 비슷한 구석이 꽤 많다고 해야 할까요. 해군이라는 속성을 제외하면 공통점이 많습니다. 복수를 위해서 주인공을 애먹이는 악당이나 그 악당이 복수하는 수단이 폭탄이라는 점 등이 가장 큰 공통점이 아닐까 싶네요. 다이하드3의 경우는 1편의 악당의 형제가 복수를 하기 위해 주인공을 괴롭힙니다만 영화 데시벨의 악당 ‘전태성(이종석 분)’은 자신의 동생을 포함한 다수의 전우의 죽음을 위해서 ‘강도영(김래원 분)’을 괴롭힙니다. 전화를 통해서 폭탄에 대한 힌트를 주고 머리수싸움을 한다는 점도 다이하드3의 ‘사이먼 가라사대’라는 대사를 떠오르게 하네요.
경기장에서 폭탄을 제거하다가 만난 ‘오대오(정상훈 분)’과의 만남으로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한다는 점도 비슷했습니다. 특히나 파트너인 오대오는 진지하고 험악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인물로 이것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의 닮은꼴이라고 해야겠군요. 그래도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당연히 많이 다르다고 봅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폭탄 타이머가 소음에 영향을 받아 말 그대로 반감이 된다는 점은 특이했습니다. 거기다 이 영화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 이야기는 완전 오리지널 이야기로, 비록 이 부분에서 논란이 생깁니다만, 숨 가쁘게만 달려가는 영화가 숨을 돌리는 지점이면서 관객들에게 슬픔과 공감대 형성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은근히 많은 분들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종종 났었네요.
나름 적절한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이 영화도 꽤 스릴 있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시가 급한 때에 열심히 뛰어다니는 강도영의 모습에서 땀내가 진하게 진동하는 착각을 불러올 정도니까요. 폭탄에 도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한데 어째 폭탄이 드러나면서부터는 장면들이 조금 김이 빠지는 모양새를 보입니다. 경기장 폭발 이후 강도영의 수영장 폭탄 해체와 강도영의 부인 ‘장유정(이상희 분)’의 놀이터 폭탄 해체까지는 좋았으나 그 이후로부터는 약발이 많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전태성의 복수에 대한 광기와 영리함이 쭉 이어져 나갔으면 싶었지만 이후의 그의 활약은 3류 악당의 그것과 다를 바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조금 더 치밀하게 짜여서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과거의 비밀 이야기에 지나치게 치중해버려 힘이 많이 빠지고 마네요.
전태성이 복수에 눈에 멀은 인물이고 똑똑함을 앞세워 다수를 상대하는 악당으로 등장하는데, 영화는 배우 이종석의 비주얼을 썩히고 싶지 않았던 탓인지 그만 쉽게 노출시켜 긴장감을 많이 줄어들게 합니다. 이미 포스터에 배우 이종석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디테일적으로 많이 섬세하지 못한 영화입니다. 이야기의 진행이 두리뭉실하게 묘사되어서 이뤄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상황을 추격하는 또 다른 인물인 ‘차영한(박병은 분)’이 극을 흥미롭게 합니다만 그의 주요 역할은 상황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 관객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러니 이렇다, 저러니 저렇다 식으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그냥 건조하게 다가왔습니다. 좀 졸깃하게 주인공이 알아내는 이야기면 좋았겠습니다만 이야기 구성 때문에 그게 안되네요.
그래도 잠수함에서 있었던 장면들은 그나마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폭탄 추격 액션에서 미처 들어가지 못한 드라마 부분은 전부 여기에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모두가 죽느냐, 아니면 한 사람이라도 살아야 하느냐에 대한 끝나지 않는 논쟁을 끌고 와 제법 영화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여기서 폭탄이 왜 한쌍으로 제작되었는지, 왜 폭탄이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하는지에 대해서 유추가 가능합니다만 그것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됐을지가 의문이에요. 소리에 민감한 폭탄 설정은 강도영이 진실을 말하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켜 진정한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영화의 연출이 아쉬운 관계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왜 폭탄을 소리에 민감하게 만들었을까에 대한 질문은 과한 감정의 여파로 인해서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되어 버리기도 하고요.
그 외에
그래도 배우 분들의 연기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연이나 조연이나 전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영화를 끝까지 무난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폭발이 중요한 영화인데 CG가 매우 어설프게 연출이 되어 많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는 영화입니다. 확실히 세트장을 만들어서 실제 폭발을 하는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상기시키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 CG는 좀 리얼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폭탄의 위력도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약간 물음표가 따라옵니다. 폭탄으로 희생된 희생자는 첫 폭발을 제외하면 없는 것 같네요. 아무래도 12세 관람가이기 때문인가요. 클라이맥스에서의 전개도 조금 별로였어요. 강도영의 활약에 비해서 우리가 보는 장면의 과정이 좀 심심합니다. 엔딩도 그래서 잠수함 사건은 어떻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강도형의 커밍아웃을 제외하면 그 이외에는 나오지도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