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영화 리뷰

<블루 발렌타인> 리뷰: 첨예하게 양립하는 사랑의 쌍곡선 속 영화가 던지는 질문

깡통로봇 2022. 11. 21. 12:00

감독: 데릭 시엔프랜스

출연: 라이언 고슬링, 미셸 윌리엄스, 존 도먼, 마이크 보겔, 페이스 라다카, 마셜 존슨 외

장르: 로맨스, 멜로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웨이브

 

안녕하세요.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을 찾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가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에 살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이 유한하다는 점에서 대부분이 공감할 것입니다. 영원히 부식되지 않는 물건이 존재한다고 해도 지구는 언젠가는 폭발해서 죽어버릴 텐데 그러면 그것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랑이라는 감정도 한때는 활화산처럼 불타오르지만 언젠가는 식어버릴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마이너스의 형태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다행이라면 죽어버린 것도 다시 부활하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선남선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이다

뛰어난 남녀 커플의 감정 변화

이 영화는 ‘딘(라이언 고슬링 분)’과 ‘신디(미셸 윌리엄스 분)’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열정적으로 타오르는 사랑을 묘사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차갑게 식어버린 사랑 또한 묘사하여 관객을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가면서 느끼게 합니다. 갈라지기 시작하기 바로 직전과 사랑을 시작하기 직전을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되는데 그 중간 시점의 이야기는 묘사하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왜 천생연분처럼 보였던 이 커플이 서로 소원해지고 떨어지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대충 이유를 알게끔 표현을 해놓았습니다. 굳이 직접적으로 이유에 대해서 묘사를 하지 않게 됨으로써 관객들은 이들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영화는 자신이 보여주려는 사랑의 온도 차이 변화의 양상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지요.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쟁취하게 되는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만

덕분에 말 그대로 달콤 쌉싸래한 사랑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무일푼에 배운 것이 없어 이삿짐센터 일을 하는 딘이 의대생 신디에게 한 번에 반하면서 구애를 하는 모습은 정말 화면에서 꿀이 떨어지는 듯했네요. 그에 반해 삶에 찌들 대로 찌들어서 얼굴 표정에 짜증이 흘러나오는 그들의 현재 모습은 터지기 일보직전의 시한폭탄을 보는 듯합니다. 인물들의 감정 묘사가 정말 재미있고 흥미롭게, 그러면서도 공감할 수 있게 그려졌습니다. 2016년작 ‘라라 랜드’에서 출연한 배우 라이언 고슬링의 멋진 모습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그의 난폭한 사랑꾼 모습에 많이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뭔가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쉽사리 풀리지 않는 감정의 실타래가 이미 심하게 엉켜있는 탓에 파국으로 치닫는 것이 불 보듯 뻔하게 그려집니다.

사랑 역시 현실이라는 차원 속에서 이뤄지는 것

하지만 분노로 가득 찬 현대 파트에서조차 미묘하게 사랑의 감정이 남아있음을 영화가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당장 배우자에게 화가 나고 분노를 표현하고 싶지만 잠깐 돌아서면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갈증이 올라오게 되지요. 절묘하게도 이런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가 둘 중 어느 누구 하나의 큰 잘못이 아님을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달콤한 과거의 사랑이야기도 마냥 달콤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딘이 신디에게 반하여 매달리지만 신디의 상황이 조금 복잡합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던 그녀도 예기치 않은 남자 친구와의 관계로 인한 임신에 많이 흔들리게 됩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할지 몰라 의지할 곳을 찾고 싶어 하는데 마침 딘이 혼신을 다해 사랑을 구애하고 있으니 눈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자신을 임신시킨 남자 친구 ‘바비(마이크 보겔 분)’은 원망 덩어리로 보였을 겁니다.

과거의 달달한 이야기와는 달리 헤어지기기 일보직전인 이들의 모습에 숨이 턱하고 막힌다

사랑이라는 것이 대체 왜 변하는 걸까요

과거의 딘이 보여주는 사랑은 인간승리와 비슷한 무언가로 보입니다. 자신의 아이가 아님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임신에 대해 괴로워하니 큰맘 먹고 청혼을 합니다. 오직 신디라는 자신만의 아름다운 여성을 위해서 말이죠. 딘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것을 물론 싱글맘으로서 힘든 삶을 살아가야 하는 신디에게도 선택권이 없어 보이지만, 적어도 과거의 신디도 딘을 사랑하긴 했었습니다. 그런 그녀도 사랑의 마법에서 풀려나고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딘에 대한 환상도 깨졌나 봅니다. 어쩌면 그녀가 행복했던 순간은 단지 불행했던 상황에서 딘이 금 동아줄을 건네주었기에 생겼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딘도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아이를 더 갖고 싶지 않은 신디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찼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딘의 머리가 예전과는 달리 많이 빠져있었을지도 모르죠.

조명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이들의 감정과 상태를 짐작하게 한다

사랑의 변화에 대해서 영화는 끊임없이 화두를 던집니다. 신디의 어머니와 아버지, 신디의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리고 딘의 부모님. 당장 부모님이 자신들의 눈앞에서 보여주는 난폭한 파편들은 이 세상에 사랑이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게 합니다. 단지 외부 요인에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한 뇌내 화학적 반응의 산물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심지어는 자신들의 부모처럼 되고 싶지 않은 딘과 신디도 결국엔 서로 갈라지게 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변하는 건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집니다. 과거의 현재의 평행을 이루는 딘과 신디의 이야기들이 사랑이 식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딘이 호텔에서 틀어준 그들의 사랑 노래가 결혼 직전에 틀었던 것이라는 점에서 정말 이들의 문제가 복잡하다는 것을 암시할 뿐입니다. 도대체 사랑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하는 그것은 무엇일까요.

좋을때나 나쁠때나 언제나 함께 하기로 맹세했건만

그 외에

꽤 씁쓸하게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이 영화가 자신만의 대답을 던지는 것도 아니기에 경우에 따라서 이 영화가 꽤 맘에 들지 않으신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사랑이 뜨거워지고 차가워지는 과정에 대해서는 리얼하게 그려낸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결국엔 이별을 그리는 영화이지만 현재 사랑을 불태우는 커플분들이 보시기에도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마주치기 싫은 미래의 어느 한 지점일 수도 있어 이별에 대해 떠올리기 싫으시겠지만,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영화가 인물의 감정 표현이 굉장히 중요한 만큼, 배우분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합니다. 배우 라이언 고슬링과 배우 미셸 윌리엄스의 연기는 언제나 다시 봐도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게 만드네요. 감정선이 이리저리 날뛰는 영화인데 제작기간 동안 쉽지 않았을 연기를 실감 나게 보여줍니다. 

그들을 주위에 산재해 있는 블루들이 그들 속에까지 침투하게 된 것은 정말 필연이었을까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