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영화 리뷰

<어느 가족> 리뷰: 그것은 이뤄질 수 없는 꿈과 같은 것이지만 지향해야 하는 것

깡통로봇 2022. 11. 30. 12:00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안도 사쿠라, 릴리 프랭키, 죠 카이리, 사사키 미유, 키키 키린, 마츠오카 마유 외

장르: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왓챠,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안녕하세요.

넷플릭스에 한 달 전쯤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 많이 업로드가 되어 있습니다. 이분의 영화를 꼬박 챙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요. 최근에 ‘브로커’가 개봉이 됐습니다만 안타깝게도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엄청난 한국 배우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면 우주적인 작품이 나올 거이라 많은 분들이 기대했지만, 사실 이분의 작품이 상업영화와 거리가 매우 멀기 때문에 크게 놀랄 부분은 아니기도 합니다. 여하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유명한 작품들 중 하나인 ‘어느 가족’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아니, 우리 집 입구녕만해도 하나, 둘 셋...다섯인데 또 애를 줏어와?

가족에 대한 자신만의 새로운 개념으로

가족이라는 것은 혈연지간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면 가족이 원수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가족, 혹은 식구가 정말 밥을 같이 먹고 잠을 같이 자는 것만으로 정의가 되는지에 대해서 이 영화는 원론적인 의문을 던집니다. 집 밖에 있던 ‘유리(사사키 미유 분)’을 데려와 키우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가족은 혈연관계로 이어지지 않은 인물들의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시비타 오타우(릴리 프랭키 분)’, ‘시바타 노부요(안도 사쿠라 분)’, ‘시바타 아키(마츠오카 미유 분)’, ‘시바다 하츠에(키키 키린 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가족처럼 보입니다. 이들의 삶이 하루하루를 보내는데도 힘이 들어 보이지만 너그러워 보이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에서 기반하는 것임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어요.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서로 공감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표식을 가지고 있단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가족이란 혈연관계가 아니라 의지 할 수 있고 마음이 통하는 관계라고 주장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이들이 삶이 물질적으로 많이 부족한데, 훈훈한 장면들이 지나가면서도 심심치 않게 정말 내 가족이 진정 나를 위해서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목적 때문에 선택한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합니다. 생계유지라는 강력한 현실적인 장치 때문에 가족이 가지는 윤리적인 영역에서 부족함이 존재하는 것도 마치 가족의 개념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처럼 보이기도 했네요. 가족 구성원들이 자기들 나름대로 일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정정당당하지 않든가, 아니면 언제든 잘릴지도 모르는 위치에 있다든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좀도둑질을 하게 되는데 부도덕적인 행위에 대해서 영화가 다각적인 시각으로 비춰줘 정말 이 가족이 대로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도록 합니다. 

마냥 따뜻한 가족을 그리기보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가족을 그려냈다

어떻게 보면 마음이 통하거나 아픈 경험을 했다는 공통점에서 뭉친 이 가족이 영화 시간 내내 시험을 맞이하는 영화같이 보이지만 놀랍게도 유대에 대해서 오랜 시간 호흡을 들여가며 연출했습니다. 일본 영화 특유의 긴 호흡이 이 영화에서 유감없이 그 장점이 발휘되어 유대감을 쌓아가는 장면들이 마음 따뜻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새로이 받아들인 가족 구성원인 유리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보여줍니다. 이 구성원을 자신들과 같이 선과 악을 넘나들게 할 것인가, 이 아이들 보호하기 위해서 자기네들이 키워야 하는가 등의 장면들은 유리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가게 될지에 대해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기도 하는 것 같네요. 보통 이렇게 호흡이 긴 영화가 사람들에게 어필되기가 쉽지가 않은데 적지 않은 분들이 이 영화에 좋은 반응을 보인 것만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활이 유리에게 이로운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유리가 겪었던 일들에 비하면 행복한 나날일 것이다

따뜻하지만 슬프고 건조한

하지만 결국은 영화 속 가족 구성원은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되며 끝내는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이런 식의 결말을 인물들이 맞이하는 것을 보고 글쓴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놀랐습니다. 약간의 어려움에 봉착하여 가족의 진실이 드러나게 되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이 상황에 대해서 수습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경찰들의 심문에 담담하게 대답하는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은 지금까지 우리가 봤었던 씩씩하면서도 따뜻한 모습이 아닙니다. 마치 자신이 선택한 최고의 방식의 가족을 이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차원에서 그들이 한 짓이 끝끝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현실의 시각으로 부검이 되는 듯한 취조 장면은 감상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굉장히 묘한 기분을 들게 하면서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이들이 유리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인 것이 법적으로는 위법이지만 도덕적으로는 옳았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감정을 자극합니다.

진정한 가족을 만나게 되면 진정 행복한 웃음이 꽃피우게 되는 법

진정한 가족을 가지고 싶다는 구성원 개개인의 공통적인 아픔이 다시 찢어지게 되면서 영화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엔딩 직전까지 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서로를 아버지, 어머니로 불리기를 바라던 그들의 소원이 헤어지고 나서야 이뤄지게 되면서 잔잔한 슬픔과 감동을 전달합니다. 그러면서 영화가 이들이 함께 했던 시간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까지 합니다. 다만 이들이 본래 있어야 하는 곳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명확한 선을 그어두는 것처럼 보이네요. 가족이 함께 있었던 세월이 인생의 긴 세월에 비하면 짧은 꿈처럼 길지 않은 것도 영화가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가지는 태도와 관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정한 가족은 마음이 통하고 진정 의지되는 사람과 함께 이뤄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다른 식으로 우회해서 일깨워 주는 듯합니다.

배우 안도 사쿠라의 취조 장면은 이 영화의 회고록을 1분 정도로 압축해서 보는 듯 했다

그 외에

배우분들의 연기가 참 대단한 영화입니다. 배우 안도 사쿠라의 연기는 이 영화로 두 번째로 접하게 되는데 이 배우가 왜 좋은 평가를 받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특히나 많은 분들이 호평했던 취조 장면에서의 장면은 정말 좋았습니다. 마냥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만감이 교차하고 충돌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슬픔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슬퍼하는 장면은 다른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역 배우인 죠 카이리도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분량을 소화했는데, 자신의 역할에 충실히 연기하며 깊은 감정을 연기해냈다고 봅니다. 굉장히 묘한 영화인데, 현실은 그래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면서 마치 그 꿈을 계속 바라보게끔 유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다시 현실로 돌아가 물질적으로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게 되겠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조금 혼란스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피는 이어지지 않아도 진정으로 서로를 대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이라 할 수 있지만 그것은 현실로 이뤄지기 어려운 것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