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설득> 리뷰: 고전의 후광으로 간신히 버텨내지만
감독: 캐리 크랙넬
출연: 다코다 존슨, 코스모 자비스, 헨리 골딩, 수키 워터하우스, 니키 아무카버드, 니아 토울 외
장르: 로맨스,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제인 오스틴이 누구야?라고 싶으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오만과 편견’하면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본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그 작품의 원작자가 되시는 분이 제인 오스틴입니다. 오래전 소설가로 ‘설득’이 출판된 것이 1818년이에요. 그러니까 지금은 저작권이 만료가 된 것조차 한참 전이기 때문에 설득이라는 영화를 찾아보시면 생각보다 꽤 제작이 됐었던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여러 설득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 작품들 가운데 어떤 작품은 좋은 평가를 얻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나쁜 평가를 받기도 했죠. 과연 이번 2022년 버전은 어떤 작품일까요.
안타깝지만 이번 년도는 아닌 것 같아
솔직히 말씀드리면 설득이라는 작품을 책을 통해 접한 적이 없습니다. 영화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군요. 그런데 영화를 감상하는 도중에 익숙한 느낌의 이야기 전개가 있어서 다른 연도 버전의 설득을 감상했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설득의 이야기 구조가 현대의 시점에서 보면 많이 사용된 그렇고 그런 것이기 때문에 글쓴이가 착각했을 확률이 99.3퍼센트 정도가 됩니다. 예전에 사랑했던 연인인 ‘앤 엘리엇(다코다 존슨 분)’과 ‘프레더릭 웬트워스(코스모 자비스 분)’이 대모인 ‘레이디 러셀(니키 아무카버드 분)’의 설득에 넘어가 헤어지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우연으로 만나게 되어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다소 평범한 것일지라도 원작이 클래식으로 분류가 되는 것은 원작이 시공간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공감을 사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원작자 제인 오스틴의 섬세한 묘사와 독자들을 사로잡는 필력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앤이 4차원의 벽을 뚫고 관객에게 이야기를 하는 듯이 진행이 된다는 점입니다. 다른 분들의 경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글쓴이의 경우에는 조금 몰입감을 방해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극에 4차원의 벽을 넘어서는 것은 생각보다 케미가 잘 터지는 것 같지도 않아요. 4차원을 넘어선 유머스러움이 고풍스러운 인물의 성격에 먹혀들어가서 제대로 된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마냥 4차원의 벽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앤이 관객에게 중간중간 재치 있게 설명하는 장면들은 영화에 부연적인 부분들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앤 자체가 어떤 인물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앤의 시점으로 다른 인물에 대한 평가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좀 더 관객들에게 영화에 더 집중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게 잘 작동되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긁어 부스럼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주요 이야기를 전개만 잘하면 될 것을 괜히 첨언했다가 전체적으로 모양새가 안 좋아지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집중이 잘 안 되게 되어 몰입마저 힘들게 됩니다. 앤이 관객에게 이야기를 거는 순간 극의 흐름이 깨지는 느낌이 납니다. 그 순간을 잘 살렸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애매하게 제4의 벽을 사용하는 바람에 앤의 입장에 대한 심층적이거나 유머러스한 접근조차 못하는 영화가 됩니다. 아마도 제4의 벽을 사용하지 않았어도 관객이 느끼는 이야기의 전개에 큰 차이점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앤의 대사에서 원작의 위대함이 느끼는 이유는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매우 수준 높은 것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속물들이 판치는 영화 속에서 앤이 보여주는 대사 하나하나가 앤의 인물됨을 전달하여 영화 속에서 홀로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고상한 그녀의 대사도 현대인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수준의 높은 것으로 공감대가 잘 잡히지 않다는 점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모든 재치가 넘치는 대사가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지는 건 원작이 본래 가지고 있던 수준 때문일까요.
그래도 인물들의 연기를 통한 묘사는 제법 준수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만 인물들이 매력을 꽤 어필하는 장면들이 많이 있다고 보입니다. 이야기 속 가장 흥미로운, 옛 연인들의 이어질까 말까한 인연을 간드러지게 표현 자체는 꽤 잘 해낸 편입니다. 다시 만나서 못다 한 애정행각을 펼치고 싶지만 이별 당시 남아있는 가슴의 상처가 두 남녀의 애매모호한 만남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관객으로 하여금 분명히 애간장을 태우게 합니다. 뻔한 전개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이 부분들이 재미있는 건 이 과정이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대한 기대감이 아닐까 싶어요. 서로에 대해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 무관심한 듯한 표정 속 미묘하게 드러나는 본심을 배우분들이 잘 연기해 주셨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커져가는 기대감 끝 이야기의 마무리가 너무 서두르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는 점입니다. 해피 엔딩의 순간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제대로 터져 나오지 않아 어딘가 허전한 마음이 들게 하며 한방의 요소로 인해 모든 게 정리가 되기 때문에 매듭이 잘 맺어지는 느낌도 잘 들지가 않았습니다.
그 외에
글쓴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 몇 분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배우 다코다 존슨은 앤에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군계일학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배우 캐스팅을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일 수도, 원작이 애초에 그렇게 인물을 표현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글쓴이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함에도 다인종이 등장하는데 이상하다는 것을 크게 느끼지는 못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분이 배우 헨리 골딩이었는데 이분이 동양적인 외형을 가지고 있음에도 배우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풍채와 당당한 연기가 당시 귀족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는 다른 다인종 배우분들에게도 일부분 적용되는 것으로, 사람들이 우려하는 PC적인 그런 것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를 묘사하는데만 연기를 펼치기 때문에 영화가 가지는 단점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