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리나 로즐러
출연: 마이클 케인, 오브리 플라자, 스캇 스피드맨, 엘렌 웡, 캐리 엘위스, 베로니카 페레스 외
장르: 코미디,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오브리 플라자라는 배우는 아마 특이한 매력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름을 잘 알지 못해도 어딘가에서 본 사람이라고 아실 겁니다. 처음 이 배우를 보게 된 영화가 2010년작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였는데, 여기서 걸쭉한 욕을 내뱉는 인물을 연기했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글쓴이의 눈에 제대로 들어온 작품이 2017년에 시작한 미국 드라마 ‘리전’이었습니다. 굉장히 비중이 높은 역을 맡아서 배우가 가진 본연의 매력을 미친 듯이 뿜어냈는데 작품의 색깔과 많이 일치하는 바람에 시너지 효과가 대단했었죠. 넷플릭스에서 작년에 개봉한 영화 ‘베스트셀러’가 업로드가 됐습니다. 과연 여기서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하며 관람했습니다.
너무 나쁘지도 너무 좋지도 않은 밋밋함 그 자체
주인공 ‘루시 스탠브리지(오브리 플라자 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출판사업을 하고 있지만 좋은 작품을 출판하지 못해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판사와 계약한 미처 기억해내지 못한 작가들을 찾아 새로운 작품을 출판할 계획이죠. 그리고 그 대상이 ‘해리스 쇼(마이클 케인 분)’입니다. 이 두 인물이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감동있고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처음에 보여주는 해리스 쇼의 괴팍한 성격이 이 영화에서 유머러스한 장면을 책임질 것이라는 기대를 잔뜩 불어넣어 주지만 결과물은 생각보다 빵 하고 터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배우 마이클 케인의 괴팍한 노인네 연기는 제법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클 케인이라는 배우를 사람들에게 떠올려보라고 하면 영국 노신사를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루시 스탠브리지를 분한 오브리 플라자의 독특한 매력이 그대로 발현해서 해리스 쇼의 괴팍한 성질과 섞이면 제법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것도 조금 기대에서 벗어난 모양새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배우 오브리 플라자는 자신의 개성넘치는 본연의 매력을 많이 죽이고 통제하는 절제력을 보여줍니다. 나름대로 색다른 느낌의 그녀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강렬한 그녀의 인상이 머릿속에 각인된 글쓴이의 소감은 조금 이질감이 들었다는 것 정도였어요. 그녀의 연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오브리 플라자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히 연기를 하는 것으로 보여요. 문제는 인물 자체가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조금 맹탕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해리스 쇼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지닌 인물이라서 그것을 잠깐이라도 상쇄시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이들의 책 시연회 여행은 생각보다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특이한 점은 있습니다. 책 시연회를 나왔는데 해리스가 하는 행위가 매우 막장스럽습니다. 그렇다고 고객들과 어떻게 하는 게 아니라, 한때 잘나갔던 원히트 원더 베스트셀러 작가가 자신의 책 홍보와는 반대되는 행위만 일삼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좀 더 드라마틱한 무언가가 있었으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영화는 오히려 조금 평범한 이야기를 선택합니다. 문젯거리를 만드는 노인네와 그것을 수습하는 출판 사장의 모습에서 어딘가 좀 더 크게 터질 것 같은 무언가가 있을 법도 한데 둘 사이의 관계는 생각했던 것보다 얌전한 방식으로 완만해지고 가까워집니다. 기대했던 것과 직접 관람한 것의 괴리감이 약간의 실망감으로 돌아오지만 그래도 아주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평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그러다 보니 두 인물 사이의 관계 발전도 어느 순간 이상하게 가까워지는,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바로 5분 전까지만 해도 인간 말종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해리스의 행동이 바뀌는데 큰 계기가 될만한 구석에 루시의 분노 표출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변화가 이뤄졌다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거기다가 영화가 뒤로 갈수록 조금 급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느낌이 없잖아 듭니다. 해리스가 자신이 인간말종처럼 행동하는 것에 대한 이유가 등장하는데 거진 영화가 보여준다는 느낌보다는 관객에게 설명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해리스의 과거와 관련해서 중요한 요소가 등장해서 올 것이 왔구나 싶은데 마치 재채기가 나오려다가 갑자기 안 나오는 그런 상황처럼 시시해져 버립니다. 그래도 모든 장면이 이런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을 받아야 할 것 같네요.
전체적인 이야기는 매끄러운 편입니다. 루시를 주인공이라고 상술했지만 실제 주인공은 해리스로 해리스가 왜 괴팍한 욕쟁이 할아버지로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것을 풀어내는 게 이 영화의 주요 이야기로, 그만큼 정성을 다해서 해리스의 이야기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풀어나갑니다. 충분히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개연성이 부여가 되고 있기 때문에 공감 요소가 많아 그것을 계기로 관객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전달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여기서도 크게 감동 요소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을 영화는 스스로 절제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깁니다. 그저 담담하고 약간의 훈훈한 느낌만이 남습니다.
그 외에
코미디 요소가 들어 있지만 해리스와 루시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되기 시작하고부터는 거진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할 수준입니다. 그 전까지는 강렬하진 않지만 재치가 느껴지는 유머 요소가 있었기에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만 그것을 스스로 버리고 주인공들의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아붓지만 전체적인 결과물은 그냥 그렇다는 점이 매우 아쉽네요. 게다가 해리스의 과거 이야기도 생각했던 것보다 다른 영화에서도 볼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 되기까지 해서 식상한 느낌도 들어요. 해리스가 자신의 과거에서 자유로워 자신의 책 시연회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냥 훅 지나가는 느낌으로 연출이 되어 있어서 맥이 빠지는 느낌도 들었네요. 그럼에도 엔딩은 마음에 드는 편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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