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콜린 파렐, 니콜 키드먼, 배리 키오건, 래피 캐시디, 서니 설직, 알리시아 실버스톤, 빌 캠프 외
장르: 스릴러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안녕하세요.
이번에 리뷰할 영화는 그 유명한 ‘킬링 디어’입니다. 이제야 이 영화를 감상하게 됐네요. 수 없이 많은 영화가 쏟아지는 지금, 신작들을 챙겨보면서 과거의 명작을 함께 챙기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보고 싶은 것들을 전부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조금 글쓴이가 게을러서 말이죠.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이 영화를 접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킬링 디어는 2015년 ‘더 랍스터’로 지금까지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입니다.
기묘한 긴장감이 일품
생각했던 것보다 영화가 많이 경직이 되어 있습니다. 나쁜 의미의 경직이 아니라 스릴러로서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폭탄이 터질 것 같은 경직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놀라운 점은 이야기의 배경이 총알이 날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첨예한 두뇌싸움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스릴러적인 긴장감, 서스펜스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거기다 처음부터 느껴지는, 정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상이 아닌 기묘한 상황들의 연속으로 인한 긴장감이 가장 낮았다는 점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유지되는 긴장감으로 피로감이 쌓일 것 같은데 점차 감상하는 사람들의 오장육부를 서서히 죄여 오는 듯 증가하는 서스펜스는 영화에 몰입감을 더합니다. 거기에 우리의 마음까지 불편함으로 가득 차게 하는 불편함까지 구비한 이 영화는 오히려 불편해서 못 보겠다는 분들이 이 영화를 더 정확하게 보신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네요.
청각을 통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음향효과도 이 영화의 불편함과 서스펜스에 한몫을 합니다. 원초적인 단계에 가까운 신경질적인 배경음악은 좀처럼 정이 가질 않았네요.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도 상업영화에 친숙한 분들에게는 많이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주인공 ‘스티븐(콜린 파렐 분)’이 ‘마틴(배리 키오건 분)’의 복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만 영화는 이들의 행동을 굉장히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마치 정을 붙일 수 있는 영화의 주인공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가 바라는 것으로 과연 마틴의 복수가 정당한 것인지 스티븐은 자신이 가진 죄가 정말 없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별하도록 도와줍니다. 다른 인물들의 행동들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며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인간이 저지른 죄와 그것이 해소되기 위한 과정이 논리적인데 섬뜩하고 무섭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요.
인간의 죄와 복수 그리고 본연의 모습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올리는 문구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또 글쓴이는 역지사지라는 말도 떠오르기도 하는데 타인에게 아픔을 주는 사람이 죄를 저지르는 것에는 최소한 당한 자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당한 사람이 자신의 아픔을 보상받기 위한 최소한의 정도가 가한 자도 똑같은 아픔을 당해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딱 그런 것을 잘 구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죄와 그것에 대해서 정당한 것을 얻어내려는 자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단순한 것 같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복잡하게 다가오는 이야기가 마음을 심란하게 합니다. 먼저 받는 매가 낫다고 하듯이 먼저 가족을 떠나보낸 마틴의 상황이 더 나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만 이야기 내에서 마틴이 스티븐으로부터 겪는 일도 가볍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스티븐은 참으로 뻔뻔하고 더러워 보입니다.
물론 가족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 눈에 불을 켜고 무슨 짓이라도 할 기세를 보이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만 이미 스티븐은 가해자의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그가 사건을 해결하려는 방식은 피해자가 응당 받아야 할 배상을 처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죄를 쌓는 점에서 커다란 잘못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옳지 않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스티븐에게 상황이 점점 꼬여지는 것이 매우 흥미롭게 영화가 묘사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채무 관계처럼 맺어진 마틴과 스티븐의 관계가 미스터리하게 그려져 있어 정말 이 관계가 똑같은 정도의 대가를 치러야 해결이 되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 마저도 불안감을 느끼게 했네요. 얼핏 마틴의 초자연현상의 힘으로 한 가족을 압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마틴 자체보다는 정당한 대가와 그것을 치러야 하는 스티븐 가족의 반응들에 더 집중하여 보여주는 식의 방식을 고수합니다.
스티븐이 자신의 밑바닥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차근차근 보여줍니다만 스티븐의 가족들도 그들의 수준이 어디였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게 됩니다. 스티븐과 ‘애나(니콜 키드먼 분)’, 부부 모두가 의사이고 부유한 환경에서 우아한 삶을 살고 있지만 원초적인 문제에 봉착한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 또한 밑바닥인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마틴의 복수는 본래 아버지의 생명에 상응하는 것을 얻어가려는 것이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스티븐은 그것을 상회하는 무언가를 대가로 치른 듯해 보입니다. 드러나는 가족들의 추악한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조금 놀라기도 했습니다. 기묘하게도 결국 누군가가 죽어야 하는 상황에서 목숨을 잃는 자가 그나마 제일 깨끗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었네요. 거기에 뭔가 깔끔하지 않게 봉합된 듯한 스티븐의 가족과 마틴의 관계는 이것이 더 큰 비극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인간은 결국은 죄를 뉘우치는 것보다는 자신의 아픔을 타인에게도 느끼게 하는 것에 집중하는 생명체인 것일까요.
그 외에
올해 개봉한 ‘더 배트맨’에서 비록 전체 비주얼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전달한 배우 배리 키오건이 어떻게 조커라는 역할을 따낼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한 지 5년의 세월이 지났는데 당시 배리 키오건의 나이가 25살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런 섬뜩하고 무서운 연기를 해냈다는 점에서 이미 이 배우는 자신의 연기를 어느 정도 완성시킨 게 아닐까 싶네요. 다른 배우분들도 배리 키오건의 연기에 뒤처지지 않는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줘 대단하다고밖에 볼 수 없겠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대중적인 영화에서 많이 벗어나는 영화인 것은 충분히 인정할만한 점이라고 봅니다. 상업영화를 주로 보시는 분들이시면 이 영화가 잘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래도 많이 어려운 영화는 아니라고 보는데 이유는 굉장히 직설적인 묘사가 적지 않게 등장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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