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크리스토프 샤리에
출연: 초민 베르게스, 클로틸드 헤스메, 레베카 윌리엄스, 오드리 데이나, 스테판 리도 외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사람의 기억이란 참 신기합니다. 자신의 기준에서는 충분히 객관적이라고 여겨지는 부분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기 때문이죠.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정확히 판별을 위해서는 제삼자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충격적인 일을 떠올려야 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뇌가 몸을 지키기 위해서 방어기제를 발생시키면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분별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 그 이유지요.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들이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2004년에 개봉된 우리나라 영화 ‘거미숲’과 2003년작 ‘아이 인사이드’입니다. 어렸을 당시에 봤던 거미숲이 꽤 난해하게 다가왔는데 ‘더 페이션트’는 거미숲에 비하면 정말 직관적이고 이해가 쉽게 그려졌습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거미숲 같은 심오함이나 깊이는 이 영화가 간직하고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기억을 잃은 인물이 대체 왜 기억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지, 과거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것들이 긴장감 있게 접근을 하려 하지만 생각보다는 흥미롭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글쓴이가 이 영화의 중반 부분에 가서 이 영화의 이야기를 쉽게 간파하게 된 것도 이 영화를 건조하게 감상했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이런 류의 영화를 글쓴이가 몇 편을 경험한 덕에 그랬을 수도 있겠죠.

말 그대로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의미심장한 인트로가 지나고 사건이 발생하는 장면 후에 주인공 ‘토마(초민 베르게스 분)’가 해야 하는 것은 가족의 살해에 대한 진실을 떠올려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가족을 해친 누군가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것도 3년이라는 혼수상태에 빠져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 토마가 찾아야 한다는 점은 처음에는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심리상담사 ‘안나(클로틸드 헤스메 분)’와의 이야기를 통해서 과거의 이야기가 흐르게 됩니다만 여기서부터 힘이 조금씩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족을 살해한 범인과 토마가 사랑했던 누나 ‘로라(레베카 윌리엄스 분)’의 행방불명이 맞물려서 압박감을 전달하지만, 기억을 다루는 영화 치고는 보여주는 비주얼에 비해 내용이 너무 단순하고 직선적입니다.

누이인 로라와의 관계, 그리고 아머니 아버지와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과거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처음이야 어딘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비극과 쉽게 연결이 되면서 사건의 실체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토마의 가족들에 대한 묘사가 사건과 큰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서 너무 자주 같은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어느 수준에 이르면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범인에 대한 정체를 알아차리고 싶지 않아도 누이인 로라에 집중하는 과거 이야기가 너무 늘어지는 부분도 있는데 현실에서의 토마가 보여주는 행동에도 큰 활약이 없다는 점도 한몫한다고 봅니다. 이럴 거면 그냥 거미숲이나 아이 인사이드처럼 기억에만 크게 치중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현재 부분에서도 토마가 병원에 있어야 하는 진짜 이유에 대한 것도 나름대로의 논란거리를 가져오려고 했던 거 같은데 큰 의미는 없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억에 대한 설정은 좋았던
상술했듯이 매우 쉬워서 거미숲이나 아이 인사이드라는 영화의 입문용으로는 매우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까지 친절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제작진들이 이 영화를 만들었을 때 얼마나 인간의 기억에 대한 작용이 이루어지는지를 고찰했던 흔적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가진 기억의 왜곡을 과거의 이야기에 잘 섞어 넣어서 영화가 가진 이야기 자체는 제법 매끄러운 편이에요. 로라와 토마, 그리고 가족이 보여주는 불편한 화음이 풀어내기에는 좀 많이 어려워 보였긴 했는데 그것을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토마가 진짜 기억을 찾아가면서 보여주는 표현들도 기억과 자아에 대한 메타포를 꽤 직관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너무 직관적인 느낌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조금은 난해하게 영화가 표현이 됐다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외에
뒤로 갈수록 스릴러적 매력이 점점 떨어지는 영화입니다. 반전이 있는 영화인데 반전이 뛰어나다고는 할 순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이야기의 퍼즐은 제법 잘 작동하는 편이라 깔끔한 맛이 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섬세한 부분에서의 표현이 다소 안타까웠는데 그렇다고 이것이 아주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기억의 뒤죽박죽을 나름대로 잘 표현했는데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느껴지는 미스터리한 느낌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배우분들의 연기도 괜찮은 편이라 순간순간 장면에 몰입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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