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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영화 리뷰

<리빙 어덜츠> 리뷰: 덴마크산 부부 갈등 막장 스릴러

by 깡통로봇 2022. 8. 30.

감독: 바바라 토프쇠에-로텐보르

출연: 다르 살림, 소냐 리히터, 수스 윌킨스, 미카엘 비르키에르, 라스 란테, 모르텐 부리안 외

장르: 범죄, 스릴러,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이 세상 만물이 그렇듯이 사랑이라는 것은 좋은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인을 사랑하는 행위가 대개 상대방을 위해서 움직이고 맞춰주는 결과로 이어지지만 잘못하면 상대방을 구속하는 행위가 될 수 있지요.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또한 변덕스러운 것이라 어제 사랑했던 상대방이 갑자기 한순간에 원수로 탈바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많이 좋아하고 또 아파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잠을 자려고 해봐도 수상해서 잠이 오지 않아

순간적인 기지와 예측 어려운 요소로 겨우 명맥을 이어간다

영화 ‘러빙 어덜츠’는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권태와 불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와 거리가 꽤 되는 덴마크에도 부부 사이를 소재로 한 영상물이 크게 다르지는 않네요. 젊고 재능 있는 여성 ‘세니아(수스 윌킨스 분)’와 대담한 불륜을 즐기는 ‘크리스티안(다르 살림 분)’을 시작으로 부인 ‘레오노라(소냐 리히터 분)’와의 갈등을 중점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들 사이에 아들이 존재하고 주변 인물들도 등장하는데 사실상 크리스티안과 레오노라의 관계에만 집중하는 영화로 스릴러 치고는 복잡한 영화는 절대 아니에요. 덕분에 두 인물에 대해서만 집중할 수 있어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저에게 또 다른 여자를 사랑해야 하는 시련을 주셨나이까

이야기가 그대로라면 단조로워 보이겠지만 영화가 그 단조로움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부분 부분 애를 쓰는 흔적이 보입니다. 단순히 레오노라가 크리스티안의 불륜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영화가 아니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레오노라에 대한 이상한 과거,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로 제법 오싹한 장면들을 연출해내 몰입감을 더합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이야기가 스릴러로서 좋은 모습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글쓴이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네요. 스릴러 장르로서의 분위기 자체는 어느 수준까지는 재현해 냈지만 이야기 자체에서 흥미를 느끼기에는 어렵고 단순한 자극만으로 관객들을 자리에 잡아두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륜을 통한 3각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만 크리스티안과 레오노라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혼을 하기 위해서, 혹은 가정을 지키기 위한 부부의 이야기에서 탈피한 것은 좋습니다만 이야기 중간에 집어넣은 변수들을 가지고 깊이 있는 이야기로 이어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변수를 가지고 물고 늘어지기보다는 또 다른 변수를 집어넣어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에요.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가 흥미롭습니다만 결국은 수박 겉핥기 식이라는 얕은 수준의 깊이에 진득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변수들이 좀 치밀한 것도 아닙니다. 의외의 요소들이 좀 개연성 있게 배치되면 조금은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서 그냥 두서없이 사용한 것 같네요. 그래도 이야기가 억지로 만든 맥을 잡아 흐름을 타기는 하는 모양새를 보여줍니다.

잠깐! 머리는 건들지마!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이 영화의 구성이 놀랍게도 액자식 구성인데 왜 그런 방식으로 연출을 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글쓴이는 이 영화가 사건을 이야기하는 화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물인 줄 알았습니다. 극 중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미카엘 비르키에르 분)’이 등장하기는 하는데 추리물로는 영 꽝인 이 영화에서 형사가 주로 맡는 역할은 내레이터로서 딸에게 사건의 경위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크리스티안과 레오노라의 사건이 극의 현재 시점에까지 해결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단순히 딸의 결혼식 직전에 사랑에 대한 교훈으로 사건을 이야기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스릴러로서의 깊이는 얕지만 크리스티안과 레오노라를 엮어 놓는 요소들이 잘 구비되어 있는 편

하지만 좋은 점도 있습니다. 크리스티안과 레오노라 두 인물의 심리에 대해서는 꽤 집중하는 영화라고 봅니다. 크리스티안의 불륜과 이혼에 대한 고민, 그리고 레오노라에 대한 의외의 과거 이야기들이 맞물려서 드러나는 그의 심리적 불안감이 잘 드러납니다. 크리스티안이 일을 저지르기 위해서 노력하는 장면들이 많이 부족하지만 스릴러로서의 구색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레오노라의 감정도 디테일하게 잡혀 있기 때문에 크리스티안의 경우와 같이 그녀의 감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영화의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칙칙하고 우울하게 잡혀 있어서 그럴싸하게 보이기도 하고요. 

예상치 못한 전개가 흥미롭게 등장하지만 그 구간만을 넘어가는데 쓰이는 뉘앙스가 크다

그 외에

사랑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는 말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자극적인 전개로 인해서 막장이라는 단어만이 머릿속에 남고 교훈(?)이 퇴색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인지 형사가 자신의 딸에게 결혼식 덕담으로 들려주는 이 이야기가 정말 마음에 와닿는 것인지 의문스러워 결과적으로는 괜히 액자식 구성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느껴졌네요. 의외의 면이 있다면 이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권선징악이 아니라는 점이랄까요. 하지만 이야기를 완전히 매듭짓지 않아 생긴 결말이라 좋게 볼 수 없다고 봅니다. 배우분들의 연기가 뛰어난 편이라 빈약한 이야기를 연기로 잘 메꾼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자, 여보 이제 누가 당신의 동반자인지 들어봐도 될까?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