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족한 영화 리뷰

HBOmax<피스메이커> 리뷰: X라이들이지만 지구 평화에 만큼은 진심인 이들의 이야기

by 깡통로봇 2022. 9. 6.

크리에이터: 제임스 건

출연: 존 시나, 제니퍼 홀랜드, 프레디 스트로마, 스티브 에이지, 다니엘 브룩스, 로버트 패트릭, 추쿠디 이우지, 애니 창 외

장르: 액션, 코미디

볼 수 있는 곳: 웨이브

 

안녕하세요. 

피스메이커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HBO max에서만 감상할 수 있었던 시리즈가 웨이브와의 독점 계약을 통해서 한국분들도 정식으로 가망이 가능하게 됐어요. 이 작품은 2021년작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스핀오프 시리즈로 ‘피스메이커’란 인물을 주인공으로 앞세워 만든 시리즈입니다. 놀랍게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이어 제임스 건 감독이 각본, 연출, 제작을 맡았습니다. 제임스 건 감독이라고 하면 슈퍼히어로를 사랑하는 팬분들이 좋아하는 감독들 중 한 명이 아닐까 싶네요. 마블에서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를 연출하고 모종의 사건을 통해 DC에 잠시 둥지를 틀어 이제 두 번째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본래 성질나쁜 녀석들은 명이 질긴법이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part 2 ver. 매운맛

주인공 ‘피스메이커(존 시나 분)’는 참 특이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평화를 어지럽히는 자들에게는 분노의 철퇴 맛을 보여주겠다는, 다소 단순한 슬로건을 내밀고 다니는 자칭 슈퍼히어로입니다. 다수를 위해서 소수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그의 행동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결말 부분에서 확실하게 관객들에게 전달됐었죠. 그런 그가 다시 활동을 하게 됩니다. 자의에서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또다시 팀에 들어가게 됐어요. 이번에는 머리에 폭탄이 심어져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가 저지른 죄의 형량을 감형해 주겠다는 거래를 통해서 팀에 들어가는데 이거 어째 팀원들이 전에 꾸려진 팀의 일원들보다 더 마이너 해졌습니다. 일단은 초능력을 쓰는 메타 휴먼은 말 그대로 없습니다. 

출소했지만 반겨주는 사람은 생판 남에다 피스메이커보다 한술 더 뜨는 사이코패스 뿐

그렇지만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아이덴티티가 어느 정도는 물려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나같이 나사가 빠져있는 팀원들, 피스메이커가 상대해야 할 적들, 그리고 지구를 구해야 하는 미션. 모든 면에서 시리즈 피스메이커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계승합니다. 그런데 더 자극적입니다. 극적인 임무를 마치고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난 피스메이커지만 그의 사고방식은 여전하여 그를 뛰어넘는 사이코패스 히어로 파트너인 ‘비질란테(프레디 스트로마 분)’의 등장은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골 때리는 드라마를 한층 더 골 때리게 만들어버립니다. 그것만이었으면 좋겠는데 인간말종 피스메이커의 아버지 ‘화이트 드래곤(로버트 패트릭 분)’까지 겉 들여져 있어 이 시리즈에서는 제정신인 인물이 존재하는 것인 맞기나 한지 의심이 갈 정도에요.

팀 스케일이 조촐해졌지만 팀의 개성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아득히 초월한다

또한 ‘아만다 윌러(비올라 데이비스 분)’가 여전히 등장해 팀 A.R.G.U.S를 감시하며 자신을 물 먹인 피스메이커의 뒤통수를 치려고 상시 대기 중입니다. 수많은 적들이 피스메이커를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그가 보여주는 돌파구는 시원시원한 액션입니다. 건물벽이 무너지는 것은 기본이고 총알이 적들의 살점을 잔인하게 파고들며 피가 화면 밖으로 튀길 것처럼 낭자합니다. 액션이 터지지 않는 순간에도 아드레날린을 분출하게 하는 시리즈가 액션이 시원시원하게 터지기까지 하니 사이다를 먹지 않아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네요. 메타 휴먼이나 그에 버금가는 기술을 가진 인물이 없어서 액션성이 덜할 것 같지만 피스메이커의 헬맷이 가진 다채로운 기능과 그의 반려동물 ‘이글리’의 액션은 충분히 그것들을 만회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버터플라이의 설정은 좋았지만 그들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되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제임스 건의 입맛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

좋게 말하면 말초적인 자극을 그대로 전달하는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나쁘게 말하자면 저질 개그가 난무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생각 없이 싸지르는 개그나 유머를 선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인물들이 보여주는 덜떨어진 행동이나 타인을 괴롭히는 농담들이 단순하게 관객들을 웃기기 위한 재료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좀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인물들이 가지고 있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발판이 되어 제대로 된 성장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인물들이 각종 상황들을 헤쳐가면서 자신들만의 성장을 이루는데 이들이 가진 똘끼스런 정체성은 그대로 가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 감동을 전달하지만, 첫인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유머러스함을 그대로 지키기까지 하여 일석이조를 이룹니다.

쉬도 때도 없이 남발하는 X라이 개그가 압권인데 웃겨서 더 문제

다른 분만큼 영상물을 많이 봤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자극적인 시리즈입니다. 단순히 과격한 액션을 떠나서 서사가 진행되는 부분에서 엄청난 구강액션들이 난무하는데 극장에서는 보거나 들을 수 없는 단어들이 시원시원하게 거침없이 튀어나옵니다. 미국식 화장실 개그 중에서도 강한 축에 속하는 유머들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시리즈 인물들이 보여주는 자기 성찰과 진짜 인간말종들은 결국엔 납탄에 의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권선징악적인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럼에도 확실한 건 부모님이나 연인과 함께 볼만한 시리즈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깔깔 웃으면서 하이파이브를 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보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되네요.

지구를 지키는 건 힘들고 괴롭지만 즐길 땐 즐겨야지! Rock n' Roll!

이야기적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적으로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보다는 발전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버터플라이’가 단순히 인간의 적을 때려잡는 작전이 아니라 마치 냉전시대 스파이들을 색출해내는 작전과 비슷한 것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1956년작 ‘신체 강탈자의 침입’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이는 버터플라이들의 행동이나 형태가 적절하게 혐오감을 주기도 해서 몰입감을 불어넣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드라마가 냉전시대의 스파이물을 완벽히 재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버터플라이가 인간의 몸을 차지해 지구에서 어떤 계획을 짜고 있는 것은 맞지만, 드라마는 이들을 이용해 스파이 게임을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를 판별하는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시원시원한 전개로 아드레날린을 어떻게 뿜어내게 할지 궁리가 한가득인 드라마이거든요.

우스꽝스러운 헬맷이라고 가볍게 보면 큰고 다친다

인물들의 자기 나름대로의 성장을 합니다만 피스메이커의 성장이 가장 두드러지게 묘사됩니다. 피스메이커가 주인공인만큼 그에 대한 고찰이 꽤 연출이 되는 편이에요. 그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던 트라우마와 정의관에 대해서 연결돼서 자주 등장합니다. 시종일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간간히 애를 먹는 그가 버터플라이의 지구에서 꾸미고 있는 계획의 동기를 들었을 때 극적으로 그것을 극복하여 자신의 임무를 해결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 같았던 그가 새로이 정립한 정의관이 믿음을 나눈 친구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게 그가 팀원으로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그가 보여준 단점들을 극복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합니다만 연출을 통해서 수준의 높낮이를 이용한 극적인 장면들을 잘 버무려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느낌이에요.

피스메이커의 트라우마와 과거,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사연에 깊게 다가가 드라마로서의 깊이를 확보한다

그 외에

제임스 건 감독이 가진 이 분야에서의 내공이 상당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최근작 ‘토르: 러브 앤 썬더’가 그리 신통찮은 느낌을 전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더 뚜렷해 보입니다. 드라마 피스메이커는 누구나 함께 즐기면서 볼 수 있는 그런 드라마입니다만 한편으로는 이런 식의 슈퍼히어로 장르가 포르노나 일본의 야한 만화와 크게 다를 게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떠오르는 계기가 됐습니다. 드라마 피스메이커 자체는 준수하고 재미있는, 그리고 문제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고 수위의 드라마라고 생각했던 ‘더 보이즈’를 뛰어넘는 자극을 보여주는 작품이 나온 만큼 과연 슈퍼히어로 장르의 19금은 어디까지 수위가 올라가게 될지 걱정이 되기 때문에 노파심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개성이 너무 강한탓에 하나로 모이기 힘들지만 마음이 하나가 되는 순간 큰 감동이 밀려온다

존 시나는 이제 완전히 영화배우가 된 느낌이에요. 배우일을 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전업 배우라는 느낌은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제임스 건의 힘을 받아 제대로 된 배우가 된 느낌입니다. 레슬러 시절에서, 피스메이커 역을 하기 전에는 모범생 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그였기에 피스메이커 역이 한층 더 두드러지게 우스꽝스럽게 골 때리는 캐릭터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드라마가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아드레날린으로 단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편법을 부리기 때문에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으로 해결됩니다. 정확히는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지만 드라마를 감상할 때 다른 곳에 신경 쓰느냐 미처 작은 부분에 신경을 못쓰는 그런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이 드라마 덕분에 글쓴이도 크게 웃으면서 재미있게 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딘가 모자른 녀석들이 모였지만 그래도 지구의 평화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지키기 위해 온몸을 불사른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