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션 베이커
출연: 사이먼 렉스, 브리 엘로드, 수잔나 손, 브렌다 데이스, 에단 다본 외
장르: 코미디,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안녕하세요.
2017년작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연출한 션 베이커 감독의 새로운 작품이 넷플릭스에 업로드가 됐습니다. 글쓴이가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감상하고 리뷰를 쓸 생각이었으나 새로 업로드가 되는 작품을 중심으로 리뷰를 하다 보니 스스로도 모르게 순서가 뒤바뀌는 경우가 생겨버렸네요. 그냥 일단 감상하고 감독이 누구인가 봤더니 션 베이커 감독이지 않습니까. 오히려 이 작품을 보고서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꼭 감상해야겠다는 긍정적인 면이 생기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미리 계획했던 것에서 조금 틀어지니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되는군요.

한물간 포르노 스타의 재기를 위한 몸부림
시작부터 강렬하게 NSYNC의 노래 BYE BYE BYE가 들려오는 이 영화는 굉장히 독특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포르노 스타였던 ‘마이키(사이먼 렉스 분)’가 별거 중인 아내 ‘렉시(브리 엘로드 분)’을 찾아와 빌붙어 살면서 재기를 꿈꾸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그런데 이 남자 LA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완전히 빈털터리입니다. 가지지 않은 자의 살아남기 위한 말발은 정말이지 집요하고도 필사적입니다. 마이키의 입은 정말로 쉬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나불거리는데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재치가 넘치는 마이키의 대사는 전혀 인위적이지 않으며 상황에 맞게 흘러가듯이 나오는데, 그의 말을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영화에 빠져드는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정상대로라면 안 되는 것이지만 어떻게든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서 둘러대는 마이키의 말이 거짓말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꼭 틀린 말은 아니라는 점에서 싫지만은 않다고 보이기도 하고요. 그 넓은 미국 땅에서 아내 렉시에게 붙어먹었지만 차가 없어 자전거를 영화 내내 타고 다니는 그의 모습이 간혹은 애처로워 보이긴 합니다. 약자의 상태에서 상대적 강자들에게 빌빌대며 허당끼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마이키의 모습이 제법 볼만합니다. 빵 터지는 유머를 보여주는 영화는 아닙니다만 등장인물들의 평범하지만 허를 찌르는 듯한 대사가 영화 속 그들이 처한 상황과 맞물려서 기묘한 시너지를 발휘해 제법 흥미로운 장면들을 연출해내는 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래도 점점 나아지는 그의 주머니 상황이 우스꽝스러운 마이키의 상태를 조금은 나아지게 합니다만 영화의 이야기는 새로운 인물인 ‘스트로베리(수잔나 손 분)’가 등장하고 나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빼어난 미모와 곧 성인이 되는 어린 나이, 그리고 포르노 스타로서의 끼가 충만한 그녀와의 만남은 마이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부여하게 되지요. 그가 렉시에게 빌붙기 위해, 그리고 대마를 팔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불대던 입이 다시 가동하게 되면서 극이 활기를 띠게 됩니다. 정확히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바람을 피우는 것과 같은데, 이 남자는 얼마 전만 해도 자신이 렉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깜빡 잊어버린 듯 불같은 사랑을 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지요.

텍사스 시티의 암울한 배경이 압권
마이키의 이야기만 두고 보면 독특하지만 그리 특별한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이 이야기가 특별한 것에는 장소적 배경인 텍사스 시티의 묘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감상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 속 텍사스 시티의 모습은 삭막하게 다가오는 편입니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몇 없는데 마치 유령 도시에서 마이키 혼자 이리저리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니까요. 거기다 마침 TV에서는 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창 선거 유세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달려있는 간판이 텍사스 시티 길거리에 달려있는 것도 놓치려야 놓칠 수 없는 부분에 놓여 있고요. 이 영화는 왜 남부 노동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에 열광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그 해답을 어렴풋이 보여줍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비교적 젊은 인물들은 독립해서 살아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마이키나 마이키의 동창이었던 친구들은 전부 부모님을 끼고 성냥 값 같은 작은 집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대마 거래를 통해 돈이 비교적 많이 벌 것 같은 ‘레온드리아(주다 힐 분)’도 자신의 자식 3남매와 함께 한 지붕에서 살아갑니다. 꽤 동네에서 방귀 좀 뀌고 사는 레온 드리아지만 그녀가 살고 있는 집도 마이키의 집과는 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네요. 그렇다고 텍사스 시티의 모든 장소가 이렇게 빈곤하게 그려지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사회에서 중요한 일원인 노동자 계급이 처한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옆집 ‘로니(에단 다본 분)’는 참전 용사 인척 사기를 쳐서 먹고 살아가는 안습한 상태이기도 하고요.

거기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과거와는 달리 원유공장에서 일하고 있어서 마치 기계와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고달픈 그들에게 마이키의 대마는 인기상품이 될 수밖에 없지요. 이런 암울한 텍사스 시티 내에서 상황이 마이키와 스트로베리, 그리고 렉시의 상황이 절묘하게 스며들어 그들의 이야기에 개연성을 강하게 부여하고 그들의 동기에 어떠한 배경이 있었는지를 가늠하게 해 이야기를 깊이 있게 만드는 효과를 냅니다. NSYNC의 노래 BYE BYE BYE가 영화 처음에는 LA를 두고 텍사스 시티로 도망쳐 나오는 마이키의 입장에서 나오지만, 스트로베리가 텍사스 시티를 두고 LA를 떠나기 전 마이키 게에 불러줄 때는 마치 텍사스 시티에게 하는 노래처럼 다가와 묘한 느낌을 들게 합니다. 거기에 렉시가 마이키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때에도, 비록 노래는 나오지 않지만,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들려오는 기현상을 체험할 수 있기도 하지요.

그 외에
하지만 결국에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마이키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텍사스 시티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만 마이키가 실패하는 것에 대한 원인은 스스로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필귀정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포르노 어워드에서 최고의 오랄상을 남자 배우가 받는다는 아이러니함을 통해 세상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는 좋은 영화입니다. 생각보다 과감한 노출이 있는 영화라 다른 누군가와 함께 이 영화를 관람할 때는 조심해야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영화의 결말이 마이키의 환상이 아직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과연 그 뒤에도 그의 말발이 스트로베리에게 계속 먹힐지가 궁금해지는 엔딩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좀 리얼한 느낌의 대사가 이리저리 오고 가는 덕분에 그들의 연기도 어느 정도는 리얼한 느낌이 납니다. 배우 사이먼 렉스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정말 포르노 배우를 캐스팅한 게 아닐까 싶은 육체적인 특징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가 출연한 과거의 작품들이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만 이 영화를 통해 필모를 제대로 챙겨서 좋은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스트로베리 역을 맡은 배우 수잔나 손은 이 영화가 장편 첫 작품인 것 같은데, 말 그대로 요망한 느낌을 잘 살려내며 쉽지 않은 역할을 잘 수행해서 많은 분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앞으로도 활동을 계속해서 좋은 작품으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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