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던 필
출연: 다니엘 칼루야, 케케 팔머, 스티븐 연, 마이클 윈콧, 브랜든 페레아 외
장르: 미스터리, 공포
볼 수 있는 곳: 티빙, 웨이브
안녕하세요.
조던 필 감독의 작품이 OTT 플랫폼으로 업로드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작 ‘겟아웃’으로 매우 친숙한 조던 필 감독의 작품인데, 이분의 작품들이 하나씩 기괴하고 참신한 설정들을 가져오기 때문에 글쓴이는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극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까운 영화이기도 합니다만 빠른시간내에 OTT 플랫폼에 업로드가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네요. 많은 분들이 이미 의미를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리뷰를 해주셨기 때문에 글쓴이는 그냥 의미를 크게 해석하지 않은 방식으로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기괴하고 참신한 설정
역시나 조던 필 감독의 영화답게 설정이 특이합니다. 시작부터 어떤 TV 프로그램 촬영 중 일어난 사건을 살짝 보여주더니 주인공 ‘OJ(다니엘 카루야 분)’의 시점으로 이동하여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된 기이한 현상은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이나 영화를 감상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큰 호기심을 불어넣습니다. 그리고 그 기이한 현상의 정체를 파고드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지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존재 ‘진 재킷’은 참 놀라운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생긴 것은 UFO 비행접시같이 생겼는데, 진 재킷의 진정한 정체가 무기물이 아닌 유기물이라는 사실은 진 재킷이 차라리 외계인이면 덜 무섭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익숙하게 봤던 것이 실제로는 생소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우리는 미지의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이죠.
날아다니는 대형 포식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서 굉장한 압박감을 받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진 자켓의 존재로부터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며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미스터리라는 것이 미지의 영역으로 공포의 영역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지만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의 자극이 동반되기 때문에 이야기 속 인물들처럼 진 재킷에 대한 정체를 알고 싶어 하게 되는 거지요. 이것이 그런데 침팬지 ‘고디’의 이야기와 비슷해 보입니다. 진 재킷이 자신의 정체를 잘 숨겼을 때는 마을에서 큰 소동이 없었지만 진 재킷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진 재킷의 행동이 점점 난폭해진다는 점에서 강한 연결점을 찾아볼 수 있지요. 흥미로운 사실은 고디의 이야기에 진 재킷을 고디 대신 치환해서 살펴보자면 어쩌면 이 영화 속 최초 피해자는 진 재킷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타인의 시선을 불편해하는 아웃사이더들을 구경거리로 전락시켜버리면 화낼 것이 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본래라면 접점, 혹은 마찰이 없었어야 하는 관계에서 서로에게 지나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이야기의 사건의 발단이 되는 것입니다.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생명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시각기관을 이용해 사물을 바라봐야 하는데, 그래서인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눈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눈뿐만 아니라 카메라도 이 영화에서는 관심이나 시각 기관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진 재킷이 사물을 인지하는데 조건 중 하나인 타인이 자신을 바라볼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특이한 설정이라고 생각되네요. 영화 속에 OJ와 ‘에메랄드(케케 팔머 분)’가 자신의 현조부가 말을 타고 있는 장면이 이상한 프레임 안에서 돌아가는 것이 있는데 어쩌면 진 재킷과 현조부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진 재킷이 TV나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봤을 리가 없잖아요. 진 재킷이 오랫동안 지구에 머물면서 자신의 존재를 잘 숨기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볼만한 공포요소들과 미디어에 대한 감독의 생각
그런데 현조부는 아무런 일도 당하지 않고 살아남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죽음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거든요. 진 재킷이 정말 화가 나고 짜증을 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관심과 시선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일대일로서 바라본 것이 아니라요. 이를 오늘날에는 미디어라고 칭할 수 있겠는데 미디어에 노출이 되는 것에 대해서 감독은 그렇게 좋게 보는 것 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끌어야 돈을 벌고 행복해지며 자존감이 높아지는 시대인데, 감독은 오히려 미디어의 현 상황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관심을 받는 것이 인간으로서는 좋은 것입니다. 인간이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관심을 받아야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마치 에메랄드가 소외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오빠인 OJ의 시선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지나친 관심은 역시나 화를 불러 일으키게 된다는 것을 영화가 여실 없이 보여줍니다. 적어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생물에게 넘쳐흐르는 관심을 받으면 짜증이 나고 힘이 들 때가 있는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생물에게 도를 지나친 관심을 받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진 재킷의 이야기는 거대 유인원 ‘킹콩’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보이는 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 영화 놉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 어렵다면 피터 잭슨 감독의 2005년작 ‘킹콩’을 함께 감상하시면 진 재킷과 고디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진 재킷의 생김새가 UFO 비행접시 같이 생기기도 하고 무려 날아다니기 때문에 킹콩과 비교하자면 이쪽이 더 압도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고 생각하네요. 깜짝 놀라게 하는 요소보다는 진 재킷이 주인공 일행을 잡아먹기 위해서 압박하는 모습은 정말로 장관(스펙터클)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포와 장관이라는 연관성 없을 것 같은 두 요소가 정말 잘 연결되어 있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종반부에 주인공들의 행동도 개인적으로는 참 흥미로웠습니다. 보통 우리가 모르던 미지의 물체가 인류의 먹이연쇄사슬의 상위 계층에 있다고 판별이 되면 두려움에 죽이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OJ의 일행은 진 자켓을 죽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만 그들이 챙기는 물건들이 총이나 다이너마이트 같은 폭탄이 아닌 촬영 도구를 가져간다는 점이 매우 특이했네요. 결국은 진 재킷의 존재가 인간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무서운 존재이면서 그것을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요소라는 점이라는 것이죠. 여기서 ‘리키(스티븐 연 분)’이 고디가 폭주할 때 가까스로 살아남았음에도 진 재킷을 먹여 살리며 그 장면을 공연에 이용해 먹는 장면과 일치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인간의 모습을 항상 좋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좋습니다. 현실적인 느낌이 들고 영화가 양면적인 모습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깊이가 있어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 외에
어쩌다보니 의미에 대해서 조금 건드리는 리뷰가 됐습니다만 그냥 공포적인 요소로만 봐도 이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촬영에 대한 역사를 영화 속 이야기에 녹였다고 보는 다른 시각을 있었습니다만 영화 촬영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는 생각 되네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 재킷이 주위 전자기를 통제하면서 인간들이 활용할 수 있는 촬영 방식이 아날로그, 그러니까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죠. 너무 이런 해석에 매달리지 마시고 간단한 자기만의 해석을 통해서 영화를 이해를 하셔도 충분히 좋은 영화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배우분들의 연기도 매우 뛰어나니 영화 감상에 몰입감을 한층 높여줍니다. 주인공 OJ역을 맡은 배우 다니엘 칼루야는 젊은 배우들 중에서 가장 잘나가는 배우들 중 한 명이 아닐까 싶네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매우 주목되는 배우입니다. 조던 필 감독의 페르소나로서 더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볼 수 있었으면 싶네요. 그 외에는 배우 키키 팔머의 연기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진, 사실상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 아닐까 싶은 에메랄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여러모로 영화에 빈 공간을 느끼지 못하게끔 꽉 찬 연기를 해주십니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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