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앤드류 도미니크
출연: 아나 드 아르마스, 애드리언 브로디, 바비 카나베일, 자비에르 사무엘, 줄리안 니콜슨, 카스파르 필립손 외
장르: 드라마, 미스터리, 로맨스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공개되기 전부터 입소문으로 무성했던 영화 ‘블론드’가 넷플릭스에 공개됐습니다. 마릴린 먼로의 인생을 그린 영화로 엄청난 노출이 있다는 소문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되었죠. 글쓴이는 마릴린 먼로의 인생을 잘 알거나 그녀의 작품을 전부 알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2011년작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그녀가 대충 어떤 인물인지를 파악할 수는 있었습니다. 이분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섹스 심벌의 아이콘이지만 대중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깊은 속내의 소유자임을 일주일 동안의 기간 동안 충분히 알려주는 그런 영화였거든요. 과연 이번 영화 블론드는 마릴린 먼로의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일까요.
마릴린 먼로의 아버지에 대한 동경을 중점으로 그렸지만
글쓴이는 이 영화가 ‘마릴린 먼로(아나 드 아르마스 분)’의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의 비극을 시작으로, 그리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콤플렉스, 또 더 나아가 가족이라는 갈망에 대해 영화가 이야기를 잘 풀어나갑니다. 2시간 40여분의 러닝 시간 동안 그녀의 이야기는 할리우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남성편력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인한 자기 파괴적인 측면을 매우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엄청난 깊이를 드러내고 있어요. 극 중에서 인물들의 고뇌가 평범한 사람들이 할법한 것과는 거리가 천만년 멀어 보입니다만 그래도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거기다가 과거의 향수가 짙게 묻어 나오는 스타일리시한 영상미는 영화를 한껏 더 멋지게 보이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왜곡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묘사를 하기까지 하기 때문이죠. 먼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충분히 묘사를 했다고 했지만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선을 넘을 정도로 묘사를 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단순히 그리움을 넘어 유아 퇴행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며 이 인물이 있어야 할 곳은 그녀의 어머니가 있었던 정신병원이 아닐까 싶을 수준입니다. 다른 가족의 가장들을 보여 저 사람이 내 아버지일까 싶은 아련한 측면도 보여줍니다만 남편들에게 아빠라고 부르며 어린아이처럼 구는 마릴린 먼로의 모습은 아련함이 아니라 섬뜩함과 처참함을 느끼게 합니다. 실제로도 마릴린 먼로가 아버지를 그리워했다고 했지만 남편들을 아빠라고 칭하면서까지 자신의 한을 풀어내며 지내지는 않았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 영화에서 마릴린 먼로가 보여주는 모습은 몸은 성인이지만 아버지를 잃은 나약한 어린 소녀의 마음을 가진 인물로 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할리우드는 마릴린 먼로의 몸과 상품성을 탐하는 지옥 같은 곳으로 묘사되기도 하지요. 무대 위에서 활짝 웃는 마릴린 먼로의 모습이 종종 등장합니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녀의 모습이 화려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편입니다. 마치 늑대들이 둘러싼 울타리 안의 힘없는 어린양이 그냥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일 뿐입니다. 애처롭고 불쌍한 느낌이 드는데 너무 과하게 묘사를 해버린 바람에 불쾌감과 거부감이 들 뿐이에요. 처음이야 그렇구나 싶은데 이게 계속 반복되니 보는 사람이 다 진이 빠질 정도입니다. 그래도 굳이 이렇게 해서 생긴 좋은 점을 찾으라면 영화 속 마릴린 먼로가 무너지는 것과 같은 템포로 관객들의 마음도 무너져가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정도면 막 나가자는 것이죠
‘캐스/찰스 채플린 주니어(자비에르 사무엘 분)’과의 난잡한 관계가 등장하는데 영화를 감상하고 나서 놀란 마음으로 조사를 해보니까 그녀가 이런 관계를 맺었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습니다. 할리우드가 난잡한 곳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실존했던 인물을 묘사하는 영화인 만큼 그녀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묘사를 했어야 했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위에 언급한 남편들을 아빠라고 호칭하는 것도 그렇고요. ‘조 디마지오(바비 카나베일 분)’이나 ‘존 F.케네디(카스파르 필립손 분)’, ‘아서 밀러(에이드리언 브로디 분)’은 이름이 극 중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그 사람이구나 싶은데, 이분들에 대해서는 또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은지 이름을 싹 거세해서 마릴린 먼로를 괴롭히는 더러운 묘사에 동참하게 만듭니다.
이쯤 되면 정말 이 영화가 구역질 나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만들었는지 걱정이 되는 수준입니다. 실제로 유산이었던 것도 영화 속에서는 마치 무대에 계속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강제로 낙태가 된 것으로 꾸며져 사회의 피해자 구성원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녀의 죽음도 너무 어처구니없습니다. 그녀가 꾸준히 받았던, 인생의 한줄기 희망 같은. 아버지의 편지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면서 놀라움을 전달하지만 그 놀라움은 이렇게까지 해야 했었나 싶은 놀라움이지 영화적으로 좋은 놀라움이 절대 아닙니다.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도 가늠이 제대로 서질 못해 혼란스러운 정도예요. 할리우드의 난잡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여배우는 결국 남성의 성적 노리개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마릴린 먼로의 삶은 사실은 그냥 불쌍한 인생일 뿐이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그 외에
적어도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를 하려면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마릴린 먼로를 추모할 줄 알았던 이 영화가 오히려 그녀를 망가뜨리니 글쓴이로서도 어안이 벙벙한데, 그녀의 팬분들이라면 당연히 분노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전기영화의 탈을 쓴 이상한 그 무언가 인데, 좀 알아보니까 이 영화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더라고요. 그 소설도 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까지 영상화를 해놨으니 넷플릭스도 참 여러 의미로 대담하구나 싶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영화입니다만 그래도 배우 아나 드 아르마스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배우들 중에서 요 근래에 대세 중 대세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을 연기를 보여줍니다. 앞으로는 좋은 작품만 나와서 영화 팬분들에게 기쁨을 선사해주면 좋을 것 같네요. 영화가 강력한 노출이 있어서 공개 전에 말이 많았는데, 노출이 자주 나오는 편이지만 강력한 노출이 나오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그래도 강한 성적인 묘사가 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로 인해서 여러 방식으로 여파가 전달되어 이슈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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