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플레처 물스
목소리 출연: 스콧 메스커디, 제시카 윌리엄스, 로라 해리어, 타이 달라 사인, 티모시 살라메, 바네사 허진스, 크리스토퍼 애벗 외
장르: 로맨틱 코미디, 힙합, 애니메이션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공개됐습니다. 남녀의 사랑을 다룬 이 애니메이션은 5개의 챕터로 되어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그런지는 몰라도 다 이어서 장편 애니메이션처럼 되어있어요. 생각보다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에 진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비록 적지 않은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꾸준히 새로운 작품이 나온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껴집니다. 거기다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옛날 애니메이션들도 업로드를 해주면서 향수에 젖게 만드는데 글쓴이와 같은 타입은 참 좋다고 생각해요. 여하튼 얼마 전 ‘블론드’로 많은 실망을 줬던 넷플릭스였지만 이번에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뛰어난 애니메이션 표현력
‘엔터갤럭틱’은 2D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3D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런데 첫인상부터 꽤 강렬하다고 해야 할까요. 애니메이션에 힘이 들어갔는데 경직됨이 느껴지지 않고 꽤 화려한 색채감을 처음부터 전달합니다. 허투루 묘사된 구석이 하나도 없이 꼼꼼하게 장면 하나하나를 채운 느낌을 들게 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제법 스타일리시한 장면들도 심심찮게 집어넣어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의 공간적 배경이 맨해튼인데 맨해튼이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감성적으로 그려져 애니메이션을 보는 관객들이 애니메이션이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느끼게끔 도와줍니다. 바로 미래에 대한 꿈과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사랑의 감정 말이죠. 다채로운 느낌의 맨해튼의 모습이 얼핏 보면 수채화 같은 느낌을 주는데 때때로 주인공들의 감성을 표현하는 장면이 등장하면 판타지스러운 장면을 적절하게 집어넣어 효과적이고 전달을 극대화시키기도 합니다.
일상물을 다루는 듯한 시작으로 애니메이션이 시작되어 조금은 심심한 느낌의 이야기 전개로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주인공 ‘자바리(스콧 메스커디 분)’과 ‘메도우(제시카 윌리엄스 분)’의 만남이 본격적으로 성사되면서 이야기가 급격하게 흥미롭게 흘러가게 됩니다. 그렇다고 자바리와 메도우가 본격적으로 서로 사랑하기 이전의 이야기가 쓸데없는 것이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흥미의 측면에서는 다소 중후반의 이야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떨어질지라도 이야기에 필요한 이야기를 충분히 쏟아내어 전개에 있어서 하나도 빠짐없이 100% 활용하는 탄탄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새롭게 만화 작업 제의를 받아 맨해튼으로 이사 온 자바리의 작가로서의 부담감을 친구들의 유쾌하면서 방탕한 파티 생활로 버텨가는 장면을 꽤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서 글쓴이도 굉장히 방황감을 느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자바리의 방황이 메도우와의 사랑으로 이어지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진부하고 약간 낡은 사랑이지만
자바리와 메도우의 사랑이 조금 낡은 구식의 느낌을 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옆집 이웃으로 지내고 있지만 ‘카르멘(로라 해리어 분)’과 함께 있을 때와 달리 자바리와의 관계는 조심스럽고 진중하게 묘사됩니다. 이야기 속에서 만남 어플이 사람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많다는 묘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닐 겁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다른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메뉴를 맛보게 해 주고, 차가 없어서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태워서 다니는 모습은 약간 낡은 사랑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진부하고도 낡은 모습이 아름답고 보기 좋은 것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요소들이 주인공들의 속성과 정반대의 것이기 때문이지요. 어둠 속에서 빛은 눈에 잘 띄기 마련이며 단색으로 칠해진 스케치북에 조그마한 얼룩은 언제나 신경 쓰입니다. 거기다 사랑을 하는 연인이란 세상에 딱 단둘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애니메이션이 그런 감성을 잘 살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야기에 위기는 빠질 수 없는 요소지요. 자바리와 메도우의 관계에서도 위기는 다가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애니메이션이 생각보다 사랑의 감정에 매우 진지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점이라는 겁니다. 결국은 뻔한 방식의 예스러운 해결 방법으로 둘이 재결합을 하게 됩니다만 이렇게 올드한 느낌의 재결합이 오히려 더 좋게 느껴집니다. 많은 표현 방식이 난무하는 현대 사랑 이야기들 속에서 이들의 사랑 표현은 뚝심 그 자체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더 빛나 보이긴 합니다만 이야기적으로 새로운 거리는 없어서 신선한 느낌의 요소는 전무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에 대해서 뻔히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 있기도 하네요.
그 외에
이제 막 재능을 펼치기 시작하려고 하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일에 관련해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이 묘사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랑의 힘으로 그들이 하는 일이 잘 되는 듯한 표현이 등장하는데 2016년작 ‘라라랜드’에서는 사랑으로 인해서 자신의 꿈을 잃어버릴까 봐 이별이라는 선택을 한 것과는 다르게 행복한 결말을 맞이해서 흥미로웠네요. 다소 찝찝한 결말인 라라랜드보다는 행복한 결말을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애니메이션이 갈증을 확실히 해소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영화라고 하는데 글쓴이는 인물들이 노래를 하면서 춤도 추는 파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그렇지 않더군요. 중간중간 추임새 있게 인물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음악들이 등장해 그들의 심정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나라에서는 이게 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노랫말 가사가 자막에 달려있지 않거든요. 노래 가사도 자막이 달려서 감상이 가능했다면 좀 더 풍부한 느낌의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인물들의 생김새가 성우분들이랑 매우 비슷하게 그려져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특히나 인터넷에서 배우 제시카 윌리엄스의 얼굴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사진은 메도우 그 자체더군요. 그런데 꼭 비슷하게 표현이 된 건 아니에요. 무려 이 애니메이션에는 남자 배우들 중에 탑을 달리고 있는 배우 티모시 살라메가 성우로 참여했는데 그가 맡은 역인 지미가 좀 거친 느낌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티모시 살라메도 머리를 지미처럼 하면 그런 분위기가 나올 것 같기는 하네요.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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