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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영화 리뷰

넷플릭스 <더 원더> 리뷰: 이야기, 믿음 그리고 기적과 선택

by 깡통로봇 2022. 11. 18.


출연: 플로렌스 퓨, 킬라 로드 캐시디, 톰 버크, 시아란 힌즈, 니암 알가, 토비 존스, 일레인 캐시디 외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시대극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꽤 흥미로운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서 공개됐습니다. 사람들은 어떠한 현상이나 사물을 두고 그것을 자신의 생각과 성향을 투영해 해석하고는 합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정할 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소들 중 하나인 이것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반드시 선택의 결과와 동일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결국은 개개인의 생각을 구축하게 하는 각자의 이야기가 더욱 중요하게 되는 것일까요.

배우 플로렌스 퓨는 시대물에 참 어울리는 배우가 아닐까 싶다

사건의 진상이 중요한 영화이기보다는

이야기가 흥미롭긴 합니다. 아일랜드 대기근이 횡횡할 무렵을 시간적 배경으로 두고 있는 이 영화는 주인공 ‘립 라이트(플로랜스 퓨 분)’이 ‘애나 오도넬(킬라 로드 캐시디 분)’의 상태에 대한 진위여부를 따지는 장면들을 이야기로 보여줍니다.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삭막한 아일랜드 시골 마을에서 애나는 무려 4개월이라는 긴 세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에도 건강하게 살아있어 기적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었습니다. 라이트 간호사는 마을 사람들의 요청으로 애나를 감시 조사하는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군요. ‘마이클 수녀(조시 워커 분)’도 조사 요청을 받아서 라이트 간호사와 2교대로 애나의 곁을 지키며 감시 조사를 합니다.

갑자기 조사에 수녀님은 무슨 일로 오셨어요?

숨 막히는 진실이 숨어있는 이야기나 정말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 초반의 이야기는 다소 심심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4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하지만 건강하게 보이는 애나는 종종 성녀처럼 기도를 하고 신비스럽게 행동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스펙터클 하거나 긴장감을 조성하지는 않아요. 또한 이때의 라이트 간호사도 자신이 부여받는 임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이 영화는 애나의 진실이 무엇이냐에 대해서 탐구하기보다는 애나의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탐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기적이 일어난 소녀를 과학적으로 추리하고 분석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애나의 진실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추리물 같은 쾌감은 없지만 충격적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조금 특이합니다. 하나의 무언가를 두고 두 개의 선택지를 주고 그것을 선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라이트 간호사와 마이클 수녀의 존재는 마을 사람들이 과학이나 신앙이냐를 두고 갈등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먹지 않고도 살아가는 소녀의 존재는 기적으로 보일 테니 마을 사람들의 소망이 투영되고 있다고 보이지요. 그런데 이 영화는 마을 사람들의 광기도 광기지만 주인공 라이트 간호사의 입장에서 애나의 진실을 다루는 것을 주요하게 보여줍니다. 라이트 간호사가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가 결국 이 영화의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되지요.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인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 각자가 가진 이야기의 공통분모 때문이 아닐까

영화에서 말하는 기적이란 무엇인가

애나의 진실이 영화 중반부에서 폭로되기 시작하면서 라이트 간호사의 아이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 묘사가 됩니다. 아픈 과거를 가진 라이트 간호사가 관찰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상황에 간섭을 하기 시작하기 때문이죠. 상술했듯이 이 영화는 스릴러적 쾌감을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한 영화입니다. 애나를 구하는데 숨 막히는 작전이나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나는 것 같은 드라마틱한 장면은 존재하지 않아요. 하지만 애나가 정말 성녀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혹은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들의 행위가 애나를 굶겨 죽이게 하는 결과로 치닫게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경직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고 봅니다. 대체 이 사람들이 원하는 기적이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이러는 것일까요.

객관적인 조사를 바라는 이들이 진실을 알았을 때의 반응이 너무나도 재미있다

아무래도 이야기적으로는 라이트 간호사가 애나를 만나게 된 상황 자체가 기적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녀라고 추앙받는 애나가 마을 사람들의 광기를 통해 죽어가는 도중, 라이트 간호사와의 만남이 구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분명 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 같지만 어딘가 많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엔딩 부분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하나의 현상을 두고 두 개의 선택지를 고르는 것에는 영화 속 이야기나 애나의 선택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주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안과 밖. 그 둘 중 무엇이 진짜인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것을 정하는 자기 자신의 선택입니다.

결국은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애나만 굶게 되는 결과를 초래

나를 구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만 이것이 옳바른 방법인가 정말 옳은 결론을 내렸는가에 대해서는 매우 애매하게 그려졌다고 생각합니다. 애나를 납치해 사건을 함께 헤처 나간 기자 ‘윌(톰 버크 분)’과 가족의 형태를 이루게 되는데 이것이 옳은 것일까요? 애나가 가지고 있는 믿음을 이용하여 ‘낸’이라는 아이로 부활한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부분은 애나의 경험에 동반한 아이의 선택의 결과이지만 그것이 라이트 간호사와 일과의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운이 좋게도 윌도 과거에 가족에 관련되어서 좋지 않은 일을 겪은 인물이기에 아픔이라는 공통분모 위의 공동체 구성원이 생기긴 했습니다만 이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애매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애나를 성녀로 인식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죠.

안과 밖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자기자신이고, 경험과 이야기로부터 근거해 이뤄진다

결국은 기적이란 자신들의 이야기에 수반하여 어떠한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서 간섭하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별로 연관성이 없는 것 같지만 사람들이 가진 이야기의 영향력을 통해서 평소에는 할 수 없는 일들, 혹은 하지 않았을 일들을 행하게 된다는 것이죠. 애나의 어머니가 애나에게 행한 일들을 뒤로하고 결국엔 딸을 잃게 되었다는 슬픔을 안게 되었는데 이것에 대한 죄악은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봅니다. 사건을 해결해야 할 때 그릇된 것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해결책이지 타인의 자식이 고통받고 있다고 해서 자기 멋대로 유괴하여 자신의 자식으로 삼는 것은 제대로 된 해결책으로 볼 수 없습니다. 이 영화의 결과에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하면 라이트 간호사가 애나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말끔하게 극복하게 되었다는 점 정도겠네요.

인물들 각자의 속사정에 대해서 섬세하게 연출이 됐다

그 외에

많이 약하지만 극중극의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키티 오도넬’역을 맡은 배우 니암 알가는 영화 속에서 내레이터 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굉장히 독특하게도 4차원의 벽을 깨는 역할을 맡기도 했는데 이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결국 허구이지만 감상하는 관객들은 이야기로 인해서 믿음을 가질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시작부터 영화 세트장을 보여주며 당당하게 ‘이제부터 영화 더 원더의 시작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다시 이 영화의 세트장을 보여주면서 배우 니암 알가가 안과 밖을 두 번 반복하여 말하는 장면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마치 이야기를 보면서 쌓여왔던 믿음을 단번에 깨부수는 주문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해석의 부분으로 들어가면 좀 난해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라이트 간호사의 애나 구출하기, 혹은 애나가 간직하고 있는 진실과 그것을 둘러싼 광기 등만으로 봤을 때 괜찮은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기적의 성녀에 대해서 그 진실자체보다는 진실 주위를 둘러보게 함으로써 깊이를 드러내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