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진우, 박유영
출연: 정우, 박휘순, 윤진서, 박지연, 김성오, 신은수, 최무성, 오광록, 석민기, 이문식, 정준원 외
장르: 범죄, 스릴러,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돈이라는 것은 정말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돈 때문에 작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돈이라는 것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우리의 삶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가까이하게 되면 치명적인 독이 되어 인간의 삶을 파멸시킵니다. 필요한 만큼 원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한데 돈맛을 알아버리면 그 이상을 더 원하게 되고 마지막엔 자신도 모르게 타락의 길로 빠져들게 하는 돈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정확한 답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사람들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돈에 대한 시각 또한 많이 달라 사회적으로 단일한 의견으로 수렴하기 어려우니까요.
간결하면서도 디테일을 챙긴 범죄 느와르
엄청난 양의 돈이 문제로 묘사가 되는 드라마인 만큼 범죄와 가깝게 엮여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액수가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더플백에 5만 원권이 꽉 차 있을 정도면 엄청난 양임을 가늠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 돈이 불법적인 돈입니다. 실제로라면 본래 범죄 계획대로 사용될 돈인데 그것을 우연히 주인공 ‘박동하(정우 분)’이 가지게 되면서 돈을 찾기 위한 여러 인물들이 동문서주를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적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인물들의 관계가 매우 간결하고 명확해서 누가 누구고 누구랑 척을 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헷갈리는 경우는 없었어요. 인물들이 관계를 설명하는 것에서도 제법 최소한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데 디테일도 잘 챙겨서 스릴러 장르로서 챙겨야 할 치밀함을 잘 챙겼다고 봅니다.
엄청난 서스펜스를 전달하는 시리즈는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갖출 것은 다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조직원의 입장과 상황에 의한 배신과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손바닥 위에 놓고 판을 짜며 가지고 노는 세력들은 관객들에게 볼만한 요소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얽히고설키며 보여주는 갈등과 그로 인한 결과가 생각했던 것보다 모든 인물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판이 시시각각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힘으로만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상대방의 허를 찔러 자신들의 목숨줄을 확보하는 부분들도 잘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그로 인해서 때로는 허탈감을 느낄 때도 있고 어떨 때는 극 중 인물의 선택이 어떻게 이어질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게 됩니다.
가족에 대해서 고찰하게 하는 드라마
제목이 모범가족이라 가족에 대한 테마를 가지고 다루는만큼 당연히 가족에 대해서 깊게 다루는 것을 짐작했습니다만 예상했던 것보다 가족이라는 요소들을 드라마 곳곳에 잘 녹여들게해서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가족, 식구. 돈 때문에 배신이 잇따르는 이곳에서 정말로 가족을 떠나 믿을만한 사람은 누구인지를 관객으로 하여금 고찰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역설적인 묘사가 자주 연출되거나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고 클리셰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주인공 박동하부터가 글쓴이의 예상을 조금 벗어나는 인물이었는데 박동하라는 인물이 힘의 우위에서 상황을 타개하는 장면이 나오지가 않습니다. 대신에 그런 주인공격인 인물이 따로 존재하여 관객들이 원하는 상황의 역전을 보여주게 되죠.
사실상 등장인물 모두가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하자가 있는 인물들입니다. 모두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를 돌파해 나가는 힘을 지닌 것이 다름 아닌 가족, 혹은 식구라는 것을 드라마가 잘 표현했습니다. 칼과 폭력이 난무하는 이 이야기 속에서 최소한 살아남는다는 목적을 달성하는 인물들의 속성이 가족에 대해 고뇌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것이 마약조직원이든 30년 만에 만난 헤어진 가족이든 말이죠. 패배자의 입장에 놓인 인물들과 승리자의 입장에 놓인 인물들의 큰 차이점이 의리나 정을 지킨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휴머니즘을 표방하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그래서인지 드라마 후반에는 초반의 살얼픔판같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따뜻한 감성이 묻어 나오기도 합니다. 범죄 스릴러에 누아르 색깔이 강한 드라마치고는 자신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그 외에
위에 언급한 대로 주인공 박동하에 대해서 힘의 관계를 반전시키는 역동적인 연출을 기대하면 조금 곤란한 드라마가 아닐까 싶어요. 박동하라는 인물이 일생에 한 번도 시원하게 잘 나가던 적도 없던 터라 내면에 존재하는 야수성 같은 것이 전무합니다. 위기의 중년 남성의 범죄 연루라는 소재를 다뤘던 ‘브레이킹 배드’에 비하면 과감함을 보여주거나 힘의 역전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박동하를 통해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박동하라는 인물이 가지는 포지션은 애초에 그런 액션, 가장 많이 터지고 구르는 인물이지만, 보다는 가족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이 인물이 보여주는 가족애는 거의 조건 없는 사랑과 마찬가지로 묘사가 되고 있어요.
배우 정우는 이 드라마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정우를 좋아하는 분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서 큰 보상을 받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어요. 소심하면서 찌질한데 가족을 위해서라면 실패하더라도 움직이는, 매우 복잡한 인물의 속마음을 연기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합니다. 소심하고 찌질한 인물을 연기하는 다른 배우분들의 모습을 많이 봐왔지만 그런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 남아있는 끈적한 것을 잘 표현하는 배우를 만나기는 매우 힘든데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다른 분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해서 드라마를 감상할 때 몰입이 잘됐던 것 같습니다.
글쓴이 개인적으로 박현우 역을 분한 아역배우 석민기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박현우의 모습에서 뭉클함과 대견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프면서도 씩씩하고 몸이 아픈 만큼 마음이 깊은 연기를 잘 해낸 배우 석민기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인물이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가 드라마 내에서 어둠 속 한줄기 빛처럼 강력한데 아마도 이 요소 덕분에 박동하의 가족이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아수라장이라고 표현했지만 드라마 속에서 재치 있는 유머가 적지 않게 등장해서 극이 상시 긴장감으로 팽팽하지 않았던 점도 매우 좋았던 것 같아요. 배후 조직이 조금 규모가 작은 게 아닌가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에 역시 그렇더군요. 다음 시즌2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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