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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영화 리뷰

넷플릭스 <글리치> 리뷰: 부족한 건 단지 대중들의 관심을 제대로 끌지 못하는 소재 뿐

by 깡통로봇 2022. 10. 26.

 

감독: 노덕

출연: 전여빈, 나나, 류경수, 백주희, 고창석, 이동휘, 정다빈, 이민구, 김남희, 박원석, 태원석 외

장르: SF, 미스터리, 코미디, 스릴러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글쓴이도 한때는 외계인에 빠져 산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적에 TV 공영채널에서 방송했던 미국 드라마 ‘X파일’의 영향을 많이 받았었지요. 폭스 멀더와 데이나 스컬리의 모험은 지금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볼 수 있겠습니다만, 당시에는 불 끄고 보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무섭고 그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계인이라는 소재가 제대로 먹히기는커녕 사용되는 경우도 보기가 어렵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이 개봉됐으나 흥행 실패로 돌아가게 되면서 우리나라엔 정말 외계인 소재가 사용되기 어려운 것인가 싶을 무렵 넷플릭스에서 ‘글리치’를 공개했습니다. 

You are not alone

미스터리하게 짜인 외계인과 사이비의 조합

주인공 ‘홍지효(전여빈 분)’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로 등장합니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외계인이 보이고 중간중간 기억을 못 하며, 기이한 전자기기의 오작동들을 경험하지요. 과연 외계인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가기 전에 홍지효가 경험하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부터 드라마는 시작합니다. 남자친구인 ‘이시국(이동휘 분)’가 실종이 되면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이 사건에 직접 뛰어들어 본격 외계 현상 추격 스릴러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죠. 외계인의 흔적스러운 것이 드라마 중간중간 드러납니다만 영리하게도 이것이 홍지효의 환상인지 실재인지 분간이 쉽지 않게 되어있어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잘 가져가고 있어요.

외계인? 그거 내 전문인데. 너 거기 가만히 있어라. 지금 내눈 번뜩였다

간단히 외계인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인 줄 알았으나 일단 주인공들이 쫓는 단서들이 전부 사이비 종교와 관련이 되어 나타납니다. 당장은 외계인만큼의 신비스럽고 괴랄한 무언가를 쫓는 것은 아닙니다만 실체 하는, 그것도 정상인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사이비를 쫓는 장면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표현이 되어있다고 생각되네요. 그들의 행위가 외계인 현상만큼 기묘한 묘사가 되어 있기에 그들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드라마가 충분히 외계인스러운 분위기를 뿜어냅니다. 물론 주인공 홍지효와 절친 ‘허보라(나나 분)’의 외계인 집착으로 인한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이어질 것 같지 않은 사이비 종교와 외계인의 조합은 찰떡궁합을 보여줍니다.

아니 아무리 외계인이라도 그렇지 사람 얼굴에 그대로 빛을 쏘면 어떻해요

사이비 종교와 외계인의 관계가 직접적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처럼 보여 이것도 정말인가 아닌가 싶은 미스터리함을 적절하게 보여줍니다. 외계인과 사이비 종교의 조합이 외계인물로는 사실 그리 신선한 편은 아닙니다만 한국식(?) 사이비 종교와 외계인의 결합은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재미있게 다가온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상한 노래를 부르면서 VR기술을 이용한 명상을 한다든지, 이상한 행사를 하는 사이비들의 모습이 기본적으로 우스꽝스럽습니다. 그런데 마냥 우스꽝스러운 것이 아니라 절묘하게 섬뜩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을 통해 드라마의 스릴러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템포 조절에도 꽤 능숙한 부분이 드러난다고 할까요.

X파일의 론건맨을 연상케하는 조력자들이지만 론건맨보다 더 개성과 매력이 넘친다

인물들에 대한 재미있는 묘사와 성장

외계인이라고 하면, 미국에서 진짜로 존재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얼토당토 하지 않는 우스갯거리 정도로 사람들이 치부합니다. 21세기에 들어서 우리가 사용하는 영상기기가 발달된 점도 있고 하니 외계인 증거에 대한 사실 여부가 확실해진 탓도 있지요. 그리하여 외계인을 믿는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로 보기 십상인데 그것을 잘 표현했습니다. UFO 커뮤니티 회원들을 보면 현실보다는 인터넷 세계에 더 익숙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도 실체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외계인 관련 커뮤니티에 몸담은 인물 들인 만큼 더더욱 특이하게 그려졌어요.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들만의 내적 세계를 구축한 그들의 행동이 엉뚱하고 개성이 뚜렷하게 보이지만, 외계인에 관련된 일에는 일심동체가 되어 하나가 되는 장면들에는 믿음직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네요. 그것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진실에 다가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얼마나 믿음이 깊으면 샷건을 쏠 정도인가

인물들의 성장을 그리는 드라마인데 단연 최고는 홍지효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에 자신이 믿었던 것들을 기억과 함께 잃어버린 상태에서 그 믿음이 눈앞에 희미하게 재현되고 있음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다시 돌아본다는 점이 결국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홍지효와 허보라의 케미는 이 드라마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잃어버린 과거와 그로 인한 오해로 인한 불화 등이 진실을 파헤쳐 나가면서 다시 봉합되는 장면들이 너무도 보기 좋았습니다. 홍지효와 허보라의 성격이 정반대이고 오해로 인한 트러블이 있었습니다만 애초에 이들은 영혼의 동반자처럼 함께 하게 될 운명처럼 그려져 있는 부분이 훈훈하게 다가오기도 했네요. 홍지효와 허보라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이 끝난 후 모든 것을 이해한 이시국의 마지막도 처음의 그를 떠올리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외계인 커뮤니티 회원이고 외계인 지식이 박식해도 말이죠, 국가 공인 전문가가 아니라구요. 그런데 외계인 지식 공인 전문가가 있던가?

그 외에

적지 않게 믿음에 대해서 물음을 던지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네요. 주인공들이나 사이비 종교인들이나 똑같이 눈에 실체 하지 않는 것들을 믿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마지막에 주인공들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거짓됨 없는 믿음으로 서로에게 의지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이비 교주인 ‘좁(김명곤 분)’은 거짓을 통해 믿음을 얻어내고 신도들을 이용해 먹는 인물이기에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믿음자체는 진짜더라도 부정한 것이 끼어있으면 그 진실성이 부정되기에 그리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구요. 외계인의 실체 하나에 대해서는 맞추긴 했습니다만 지켜야 할 선을 너무 넘어버린 탓에 좁은 기본부터가 삐뚤어진 인물이라고 봅니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그것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자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전제한다

배우 전여빈과 배우 나나의 연기가 눈부신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속 배우 전여빈의 연기를 보고 글쓴이가 전에 봤던 배우 전여빈이 맞나 싶었습니다. 이전 작품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연기를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네요. 굉장히 아웃사이더스러운면서 남에게는 미처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굉장히 복잡한 인물을 소화해냈습니다. 정말 허보라가 말한 대로 외유내강의 인물이 바로 홍지효인데 이토록 표현이 잘된 외유내강형 인물은 오랜만이라고 생각되네요. 배우 나나의 연기도 꽤 멋졌습니다. 이제는 아이돌스러운 느낌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될 것 같네요. 배우 전여빈과의 시너지가 상당했는데 앞으로의 연기 발전이 더 기대되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이분의 웃음소리를 드라마 감상하는 내내 따라해 봤지만 글쓴이는 실패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본 드라마이지만 소재 자체가 매우 마이너해서 보실 분들이 많을까 걱정이 되네요. 드라마가 가진 퀄리티 하나만큼은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중에서도 최고를 달린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이 드라마가 너무 현대적인 단어들을 사용하고 템포가 꽤 빨라서 특정 부류의 관객분들에게는 따라가기가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약간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 장면도 있긴 한데 한두 장면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정말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사이비 종교가 등장하는 드라마라서 특정 종교를 풍자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실재하는 종교들의 부분 부분을 짬뽕시킨 것이라 크게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즐겨도 될 것 같습니다.

친구간의 우정, 잃어버린 자아의 완성, 미스터리함이 곁들어진 스릴러와 긴장감을 풀어주는 유머요소 등 외계인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이미지 출처: 공식 예고편 스틸컷